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ODYK Nov 27. 2021

겨울의 문턱에서

어린 시절 겨울은 추웠다

어릴 적 11월 말이 되면 손이 시리고 발이 얼어 밖에 나가기가 두려웠다. 지금은 초등학교지만 국민학교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에는 아침에  학교 등교하면 실외 운동장에서 전교 학생들이 집합하여 아침 조회라는 것을 했다. 국민체조부터 시작하여 교장 선생님 훈시까지 그 시간은 대략 1시간 반이었다. 날씨는 춥고 조회시간에는 손에 장갑을 낄 수 없는 학칙이 있어 우리들을 더욱 춥게 했다. 미리미리 추위를 대비하기 위해 양말을 기본적으로 두 켤레를 신었다. 교장 선생님의 훈시는 본인의 만족을 위한 건지 끝없이 이어졌고 아이들은 다 추위에 떨고 있었다. 땅에서 스며들어 오는 냉기를 막아낼 방법은 없다. 귀는 살색을 벗고 빨강으로 물들어 있고 코에서는 차가운 콧물이 흘러나온다. 조회 시간 동안 부동자세로 있어야 한다는 말에 우리들은 목에 힘을 주고 콧물을 코로 빨아 드린다.



 조회를 마치면 교실에 들어가 몸을 녹이는 게 우선이다. 그런데 늘 그렇듯이 난로의 조개탄은 연기만 난다. 교실은 연기 속에 눈을 뜰 수 없다. 그냥 추워도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켜야 한다. 서글프다. 추워서 들어온 교실인데 또 추위에 떨어야 한다. 1교시가 끝나갈 때쯤 교실이 점차 뜨거워진다. 이제는 우리들의 얼굴이 따뜻한 난로의 열기 때문에 빨갛게 달아오른다.


3교시가 지나면서 서서히 난로 위의 자리는 도시락으로 수북이 쌓인다. 교실은 그때부터 반찬 냄새로 진동을 한다. 서서히 배가 고파오고 난로 위의 도시락들은 찬 기운을 버리고 뜨거운 열기를 흡수한다. 칠판에 쓰여 있는 글들을 혼미한 상태로 바라보고 온통 점심을 먹고 싶은 생각에 빠져 버린다.


난로 주위에는 사각형의 안전판에 모래를 담아놓는다. 난로 바로 앞 뒤, 양쪽 옆 자리에 있는 친구들은 모래 위에 낙서를 한다. 그들은 추운 겨울에 난로의 더움을 이겨 내야 하는 고난의 자리에 앉아있기 때문에 모래판 위에 낙서할 자격을 준 것이다. 정말 추운 겨울 그렇게 뜨겁게 보내기는 쉽지 않다. 거기에 예쁜 짝꿍까지 있으면 그 해 겨울은 너무나 더운 계절이 되는 것이다.


지금은 히터가 나오는 교실 안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조회를 하는 시절이다. 추위를 느끼기에 쉽지 않다. 옛 시절이 한편으론 촌스러웝고 힘들었어도 시간이 지나니  정이 많이 간다. 이런 어린 시절들의 추억들이 먼 옛날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그리고 순수함이란 단어들이 나이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잊혀 가는 단어처럼 느껴진다.


그래도 우리가 그런 순수함을 조금씩 잊어 간다고 해도 추운 겨울 가슴속 따뜻함을 잊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


Four Seasons Of Life 중 By woodyk

이전 25화 낙엽이 떨어지는 자연스러움이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