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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Jan 08. 2023

추운 겨울 우리 곁에서 사라지는 것들!

군고구마의 추억처럼 우리도 서서히 사라지겠지

추운 겨울에는 길모퉁이 군고구마가 생각난다.


아버지가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는 길에 누런 종이 봉지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군고구마를 사 오시곤 하셨다. 가족수만큼 군고구마를 사 오시면 엄마는 껍질을 까시느라 바쁘시고 아이들은 입을 내밀며 빨리 먹고 싶다고 아우성이었다.


 군고구마를 파는 아저씨는  장작을 연신 고구마 굽는 연통에 넣으며 바빠하셨다.


퇴근시간이 대목이라 군고구마의 냄새로 사람들을 유혹해야 했다. 오히려 날씨가 추워야 군고구마에 대한 침샘이 더더욱 자극되었다. 겉이 탄 군고구마의 껍질을 벗기면 노란 살이 드러나고 자신이 뜨겁다고 자랑하듯  하얗고 뜨거운 김이 올라온다.  입으로 한 입 깨물면 속살의 뜨거움이 입안을 달구어 연신 입속 고구마를 삼키지 못한고 입안에서 굴리고만 있게 된다. 맛이 너무 즐겁다. 고구마에 시원한 우유 한잔은 입안의 뜨거움을 식혀 준다.



어린 시절 추운 겨울 주전부리는 지금처럼 다양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마트에 가면 없는 게 없다. 너무 많아 고르기조차 어렵다. 너무 많아진 군고구마의 대체품들이 길모퉁이 군고구마의 추억을 사라지게 한다. 시대가 변하면 사라지는 것들이 생긴다. 그리고 우리들 곁에 잊혀지는 것들이 생긴다. 우리는 사라지는 것들을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군고구마의 추억이 남아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부족함에서 오는 기억일 것이다. 지금은 맥시멀 한 삶임에도 불구  오히려 삶의 작은 가치와 행복들을 잊고 살아간다.


추억은 식물과 같다. 어느 쪽이나 싱싱할 때 심어두지 않으면 뿌리박지 못하는 것이니, 우리는 싱싱한 젊음 속에서 싱싱한 일들을 남겨놓지 않으면 안 된다. -생트뵈브-


 우리에게 잊혀져 가는 소소한 주변의 행복은 나이가 들어가며 아쉬움으로 남겠지만 그렇게 우리도 소소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젠 군고구마가 길모퉁이에서 파는 추운 겨울 주전부리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군고구마를 찾는 사람도 없다. 우리 곁에 겨울의 군고구마는 어르신들의 추억에 나오는 주전부리가 되었다.



사람도 세월이 가면 하나씩 그리고 조금씩 잊혀지고 사라지는 것이다.


잊혀고 사라진다고 슬퍼하지 말았으면 한다. 살아가는 지금을 지금처럼 살아가고 남아있는 시간을 자신에게 소중한 시간으로 만들어가면 그것으로 삶은 가치 있는 것이다. 살아있는 시간에 나로서 살아가며 서서히 시간이 스며듦을 받아들이고 지금의 작은 행복들을 느끼며 살아갔으면 한다.


https://brunch.co.kr/@woodyk/446


추운 겨울 군고구마를 사 오시는 아버지의 미소와 뜨거운 군고구마의 껍질을 까주신 어머니의 손결도 이제는 이 세상에서 만날 수 없지만 지금 이 자리에 살아가는 우리는 우리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도 아버지와 어머니처럼 사라지고 잊혀지는 것이다. 그게 인간의 삶이다.



https://brunch.co.kr/@woodyk/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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