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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Jan 04. 2023

겨울 난로 위에 담긴 어린 추억 이야기

겨울은 우리에게 추억을 전달한다.

바람 소리가 거칠고 날씨가 매서운 겨울에는

난로 위에 올려진 주전자의 음악 소리와 하얀 수증기가 생각납니다. 특히 초등학교 때의 겨울 교실은 추억이 많습니다. 난로를 피우기 위해 조개탄을 양동이에 담아다가 철판 난로에 집어넣습니다. 이제부터가 힘든 고난의 시간입니다. 불을 피우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신문지를 찢어 불을 붙여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늘 석유를 묻힌 솜방망이를 준비합니다. 솜방망이에 불을 붙이고 신문과 같이 난로에 집어넣습니다. 연기는 난로 연통에서 새어 나오고 눈은 연기에 지쳐 눈물을 연신 흘립니다. 왜 코는 그렇게도 나오는지 연기와 조개탄 가루들이 코에 붙어 얼굴을 검게 합니다. 장장 30분 정도의 전투로 난로에 불을 붙입니다. 그동안 추운 날씨에도 창문을 열어 나야 합니다.



공기 정화를 마치고 우리는 선생님의 수업을 듣습니다.

수업 중간중간에 난로 위의 주전자가 뜨거운 열을 참지 못하고 소리를 냅니다. 수증기는 교실의 건조함을 완화시켜 줍니다. 2교시에서 3교시 사이 10분간의 짬 시간에 우리들은 노란 도시락을 난로 위에 올려놓습니다. 가방 속에 있는 도시락을 꺼내다 보면 김치 흐른 냄새부터 멸치 볶음 냄새까지 교실은 냄새와의 전쟁을 치릅니다.


고생했던 추억도 지나고 보니 상쾌하다. -에우리피데스-


수업을 듣는 중에도 우리는 연신 자기 도시락 위치를 확인하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눈치 작전을 시작합니다. 3교시가 끝나면 반찬과 도시락을 꺼내 짧은 휴식 시간 동안 게눈 감추듯 밥을 먹어 치웁니다. 어떤 친구는 수업 시작종이 울려 먹다만 밥을 반찬과 섞어 버립니다. 4교시에 들어오신 선생님은 자기 수업 시간이 고통입니다. 여러 반찬 냄새에 아이들의 입냄새까지 교실을 진동시킵니다. 교실 바닥에는 반찬들이 즐비합니다. 주번은 자신도 도시락을 까먹냐고 정신이 없어 주전자에 물이 없는 줄도 모릅니다. 선생님은 주번을 불러 야단칩니다. 이렇게 초등학교 오전 수업은 지나갑니다.



오후 시간은 오직 선생님의 목소리와 빨갛게 달거진

주전자의 음악이 대칭을 이룹니다. 우리는 주전자에서 나오는 흰 연기 속에 빠져 꿈속을 헤맵니다. 모두 곤한 잠에 빠져 어떤 소리도 구별 못합니다. 그러다 선생님의 큰 소리에 깜짝 깹니다. 하지만 또다시 자신의 머리 무게를 지탱 못하고 책상과 얼굴을 맞댑니다. 선생님은 뒤에 나가 서 있으라 하지만 뒤에 있다고 잠을 쫓을 수는 없습니다. 나가 서 있는 어떤 친구는 서 있는 중에도 잠을 이기지 못해 자신의 몸을 캐비닛에 부딪쳐 큰 소리를 냅니다. 정말 겨울 난로의 따뜻함과 점심 후의 식곤증은 우리들의 눈썹무게를 이만기도 들기 힘들게 합니다. 눈썹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타의추종의 불허하며 고개는 계속 꾸벅입니다.


 겨울 난로 위에 올려진 주전자의 수증기와 뜨거움을 이야기하는 음악의 운율은 아직도 우리들의 추억을 담아 겨울 풍경을 만듭니다. 


순수함이란 추억을 담을 수 있는 마음의 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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