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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Aug 08. 2023

더운 여름! 수박, 추억 그리고 이야기~~

추억과 낭만은 자연이다.

여름은 덥다. 더워서 여름이다. 여름이 덥지 않으면 여름이 아니다.



어린 시절도 여지없이 여름은 더웠다. 그 시절에는 대부분이 주택이라 마당도 있고 집에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집 마당 나무 밑에는 평상이 놓여 있고 집 둘레로 작은 물줄기가 흘렀다.


어머니는 작은 손으로 사람 머리만 한 수박을 시장에서 직접 사서 들고 오셨다. 지금처럼 근처 마트가 있는 게 아니었다. 수박 맛을 보고 살 수 있도록 삼각모양으로 수박에 칼집을 내서 속살을 먹고 수박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 더운 여름 언덕을 오르락내리락해야 함에도 어머니는 작은 몸을 이끌고 땀을 흘리면서도 장을 봐 오셨다. 수박은 산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물에 담가 놓고 시원해지기를 기다렸다. 수박이 시원해지면 어머니가 수박을 꺼내오라 시키신다. 너무 무거워 힘들지만 끙끙하며 수박을 가져온다. 어머니는 가족들에게 수박을 잘라주셨다. 수박을 크게 반을 자르고 반을 자른 상태에서 수박을 길게 슬라이스 해서 각자가 손으로 들고 먹게 해 주셨다.



초등학교를 갔다 오면 덥다고 난리를 쳤던 기억이 난다.


걸어오는 시간이 20분은 걸렸다. 그러면 집안 살림을 하다가도 어머니는 우물에서 물을 퍼서 등목을 시켜 주셨다. 등목을 하는 자세는 우선 웃통을 벗고 팔 굽혀 펴기 자세를 취한다.  바지에 물이 졌지 않도록 엉덩이를 들어 올리고 수건을 바지 속에 걸쳐서 자세를 잡는다. 어머니는 바로 우물에서 퍼 올린 차가운 물을 등에 조금씩 붓는다.



"아우 차...어우...차...시원하다...아아아..."



비명 소리처럼 들리며 몸을 비비꼬고 흔들거린다. 그리고 마지막에 바가지로 등에다 왕창 물을 쏟아 붇는다.


땀으로 젖어 있던 몸이 차가운 기운을 먹고 순식간에 더위가 사라진다. 어머니도 아들과의 그 시간이 즐거우신 듯 미소를 지신다. 큰 집안 살림을 맡다보니 쉴 시간이 없으셨다. 늘 부엌에서 사셨고 쉬지도 않으시고 반찬과 김치를 하셨다. 어리광을 부리지만 어머니는 집안에 앉아 한가롭게 쉴 시간이 적으셨다. 하루 하루가 정말 땀이 흐르지 않는 날이 없으셨다. 그게 땀이 아닌 눈물이실 수도 있다.



늘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셔야 했고 오시는 손님들에게 뭐라도 준비해 주셔야 했다. 자식들을 건사하며 눈코 뜰 새 없으셨다. 특히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에는 어머니는 힘드셨을 것이다. 하지만 자식 앞에서 힘들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한번도 없으셨다.



어머니는 찌는 듯한 더위에서도 불 앞에 앉아 음식을 해 주셨다.


지금의 시원한 에어컨은 있지도 않았다. 그 시절 더위를 식히는 방법은 등목, 시원한 수박, 마당 평상에 누워 흘러가는 바람 쐬기, 마루에 누워 가만 있기 뿐이였다.



그래도 동네 골목에는 땡볕 아래에서 아이들이 뛰어 놀았다. 아이들은 자신의 살이 타는 줄도 모르고 땀을 흘리면서도 그냥 좋다고 뛰어 놀았다. 선크림이 어디 있겠는가! 그냥 살이 타면 밤에 치약을 발라 열을 식히고 잠 자다가 살이 너무 따가워 잠시 깨게 되면 어머니가 차가운 수건으로 피부 열을 식혀주시는 방법 밖에 없었다. .



TV 뉴스에서는 폭염과 피서지 장면을 내 보냈다. 바다 모래사장에 누워 태양을 쬐며 피서를 즐기는 사람과 물놀이를 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어린 마음에 왜 그렇게 덥다며 태양이 이글거리는 모래 사장에 누워있을까 궁금했었던 기억이 난다.



어린 시절에는 피서라는 걸 가본 적이 없다. 부모님은 늘 집안의 대소사를 신경 쓰셔야 했다. 우리 가족에게는 피서라는 단어는 사치였다. 우리 가족에게 피서는 그냥 집 마당 나무 밑에 누워 매미 소리를 듣고 가만히 누워있는게 전부였다.



지금의 더위가 그때보다 덥게 느껴지는 것은 아파트라는 닫힌 공간이 주택을 대신하면서 주택에 있는 빈 공간의 여유로움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마당과 그늘진 나무가 어우러진 주택이 삭만한 시멘트 철조 구조의 아파트로 닫혀 있다. 아파트라는 닫힌 공간 사이에 사람들은 더욱 많이 밀집해 살고 있다.



닫힌 아파트 구조에서 수천세대들이 밀집해 살아가다 보니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것은 에어컨이라는 기계뿐이다. 모든 실내에는 에어컨이 없는 곳이 없다. 지금은 자동차에도 에어컨이 있어 실내에서 더위를 식힐 수 있다. 에어컨 없이는 이제 우리는 살 수 없을 듯 하다.



밖이 더워도 내부는 시원하다.


에어컨 바람이 사람들을 시원하게 해 주기때문이다. 실내를 시원하게 만들어 주는 대신 밖으로 에어컨 열기가 수없이 많이 배출된다. 집과 자동차에서 나오는 열들은 여름을 더욱 덥게 만든다. 열이 사라질 수 있는 자연의 여유 공간이 많이 없다. 결국 지금의 여름은 과거보다 더 더워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인간에게 오는 열을 외부로 배출하기 때문에 더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자연은 우리 주변에서 많이 사라지고 있고 자연의 여유로움은 잊혀져 가고 있다. 자연 속에서 인간이 공존하려는 노력보다 인간의 기술력으로 자연을 극복하려 하고 있다. 인간은 자연을 극복하기 위해 인간에게 불필요하다 느끼는 것들을 자연 속에 배출한다. 인간이 살아가는 곳이 더욱 더워지는 근본적 이유이다.

자연계에서 등을 돌리는 것은 결국 우리 행복에서 등을 돌리는 것과 같다. <사무엘 존슨>


예전이 좋았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그냥 어머님이 살아계셨던 그 시절이 부족함에도 정이 있고 낭만이 살아 있었다는 말로 대신하고 싶다. 지금은 작은 더위에도 에어컨 없이 더위를 견디지 못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참을성도 낭만도 잊혀져 가고 있는 듯 하다.  



어찌보면 어린시절 땡볕에서 뛰어놀고 땀 흘리던 어린시절의 여름이 지금보다도 더 더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더위가 그 시절보다 덥게 느껴지는 것은 사람들 간의 경쟁 속에 여유없이 바삐 살아가며  닫힌 아파트 속에서 자연과의 공존을 잊고 살아가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산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물이 수박을 시원하게 만들어 주었던 어린 여름 시절,  어머니가 수박을 쪼개어 집 마당 나무 그늘 평상에 가족들과 앉아 더위를 식히던 추억이 지금의 무더위를 잠시 잊게 해 준다.



초등학교 어린 시절 추억과 낭만이 가슴 속 어느 언저리에 남아 있다는 것은 나이가 들어도 아직 감성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이다.




추억과 낭만은 우리에게 살아있는 자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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