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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Mar 01. 2022

비 오는 어느 봄날. 마음을 씻어내다.

형식의 굴레가 아닌 나로서 살아가자.

자정


자명종은 쉬지 않고 움직인다. 밤 11시 59이면 자정을 알리는 소리를 준비한다. 자정이 되면 그는 울음을 터뜨린다. 잠을 자는 사람들에게 더욱 깊은 잠을 자라는 알림이다. 깨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고독해지라는 알림이다.


오늘과 내일이 어제와 오늘로 뒤바뀌는 순간 자는 사람들은 자신의 누워있는 자세를 바꿀 뿐이다.


깨어 있는 사람들은 자정인 줄 모르고 깨어 있을 뿐이다.


이미 오늘은 어제의 내일이다. 이미 오늘은 어제의 경계선을 넘어왔다.


자정은 세상의 기준을 바꿨지만 사람들은 그들이 간직한 꿈과 외로움을 던져버리지 않는다. 그냥 자정은 시계일 뿐이다.


자정은 우리에게 형식일 뿐이다.




정체성


지나간 자리에 너의 흔적이 묻어 있다. 그러나 누구도 그곳에서 너의 자취를 찾지 못한다. 그곳이 많은 사람들이 거쳐간 자리 이건 그곳이 인적이 드문 곳 이건 그곳은 그냥 존재하고 있다.


수많은 나날들이 너의 곁에 지나간다.


그런 흔적들을 모두 기억하고 너의 가슴에 묻어 두지 못한다. 아픔이 너의 가슴을 짓눌렀더라도 기쁨이 너의 마음을 즐겁게 했더라도 너는 그냥 존재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 세상을 보기 위해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너에게 이곳을 볼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해 준 것이다.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자신이 태어난 날을, 그리고 축하받고

축하하려 한다.


세상은 그냥 존재한다.


당신은 그들의 모습에서 너의 모습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그는 너의 흔적을 기억하지 못한다. 단지 기억하는 것은 네가 그냥 이곳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세상은 그냥 존재할 뿐이다.



Four Seasons Of Life 중 by woody k




비가 오는 봄의 어느 하루에 창을 보며 바흐의 무반주 첼로 음악을 듣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그리고 지금 이순간이 소중하게만 느껴집니다. 태어나고 살아가고 또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이치가 나의 몸에 나의 인생에 모두 들어 있습니다. 시간의 굴레, 형식의 굴레가 아닌 나로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비가 오는 어느 봄날에 더욱 찐하게 생각해 봅니다. 비라는 자연이 가슴 속 더러움을 씻겨 주고 수도하고 참회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하루입니다.


거기에 음악의 선율이 흐르고 비를 맞은 나무와 풀의 푸르름이 마음을 더욱 정화시켜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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