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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YK Aug 11. 2022

입추가 지나도 자연은 화를 낸다.

자연은 제자리를 찾아 오려 노력한다.

며칠 동안 폭염이 지속되다 장마철도 지난 시기에 비가  쏟아진다.


 어린 시절부터 여름 장마철은 태풍이 오는 길목에 있기에 긴장을 했다. 뉴스에서는 침수피해에 대한 언급으로 분주했다. 태풍이 오는 길목에는 바람이 많이 불고 빗줄기가 거세졌다. 한동안의 장마전선이 상륙하다 금방 사라지는 느낌이었다면 지금 내리는 비는 하늘이 화가 나서 물폭탄을 집중적으로 쏟아내는 느낌이다. 비가 주는 어떤 낭만도 전달하지 않고 화가 난 듯 쏘아붙이는 느낌이다.


며칠 동안에 내리는 비는 거침도 없고 주변을 살피지도 않으며 하늘에 큰 구멍이 뚫려 어떤 것으로도 막을 수도 없는 상황처럼 느껴진다. 무섭다. 비가 쏟아지는 자연의 모습이 무섭다. 사람들은 우왕좌왕한다. 자연이 주는 혜택을 자연스럽게만 끼며 살아왔다. 자연이 주는 경외감에 낭만도 이야기를 했지만 화가 난 자연의 거침없는 행동에 어쩔 줄 모른다. 주변이 물바다로 변하고 갑작스러운 비폭탄으로 피해와 상실감이 몰려온다. 늘 우리 곁에 있다고 생각했던 태양이 사라지고 흐리고 어두우며 비만 내리는 날이 지속되니 오히려 뜨거운 태양이 그리워진다.


세계 곳곳에서는 이상기후 때문에 난리가 나고 있다.


어디는 폭염으로 고생하고 있고 어느 지역은 폭우로 정신이 없다. 자연이 화가 났다. 자연의 큰 흐름에 인간은 미물이지만 지금까지 미물이 자연을 가볍게 보고 행동해 오지 않았나 갑자기 숙연해진다. 인간의 편의성과 편리성에 자연이 피곤하고 힘들어도 미물인 인간은 그것을 무시하고 계속 앞으로만 달리며 자연의 심기를 건드려 왔다. 어디를 가나 인간은 자연을 보기보다 자신만을 바라보고 살아왔다. 주변이 다 자연이지만 내 앞에 있는 인공적 물건과 삶들에 집착하며 살아왔다. 인공적 삶에서 버려지는 물건들과 그 물건들이 생기는 과정에서의 인공적 열, 그리고 인공적 에너지들이 결국 자연을 피곤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이 화가 났을 때는 다시 우리를 되돌아봐야 한다. 자연이 반응하는 것은 자연스러움이다. 이유 없이 화를 내지는 않는다. 화가 났다는 것은 뜨거운 열들이 계속해서 자연을 건드리고 힘들게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다. 지속되는 폭우가 우리에게 주는 시그널이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 앞에 늘 겸손해야 한다.


폭우로 입추라는 절기를 잊고 지나갔다.


 하늘의 노함과 빗줄기의 거셈에 넋을 잃고 있다. 자연은 늘 그 시간에 그 리에 찾아온다. 비가 쏟아지는 순간에도 가을이 찾아왔다. 가을의 낭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쏟아지는 폭우에  사치처럼 느껴진다. 입추가 찾아오면 과일과 벼가 맛있게 익어 간다. 쏟아지는 햇볕에 과일의 당도는 높아지고 벼는 고개를 숙이며 노란색으로 주변을 물들인다. 입추는 그렇게 우리 곁에 다가왔었다.


무섭게 떨어지는 폭우에 우리는 입추라는 단어를 잊고 지나갔다. 가을이 왔다는 생각보다 자연의 무서움에 놀라고 있다. 과일과 벼는 자신들이 누릴 시간조차 잊어버리고 물속에 잠겨 빛을 잃어간다. 이 폭우도 조만간 멈추겠지만 폭우가 지나간 자리에는 많은 흔적들이 남을 것이다. 가을의 문턱에도 가을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비를 피해 숨어 있게 된다. 비가 멈추면 분명 가을바람이 불고 여름의 습하고 더운 기운이 자신의 자리를 물려줄 것이다.



자연이 화가 난 것은 자연의 순리를 역행하고 거부하려는 인간의 욕심이 낳은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구가 더워질수록 여름이 지나가지 못한다. 그 자리를 가을에게 주지 못하고 계속 지키고 있으니 그 열을 식히기 위해서라도 상상하기 힘든 폭우를 동원한 것은 아닐까! 더워진 화를 식혀야 선선한 가을이 온다는 걸 알기에 자연은 우리에게 자연의 가치를 더욱 소중히 하라는 경고를 주는 거 아닐까 생각해본다.


입추는 이렇게 지나간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폭우도 지나가겠지. 폭우가 지나간  후에는 낙엽이 지고 주변에 갈색과 빨간 단풍이 물들겠지. 그다음은 입동이 오겠지. 하얀 눈들이 주변을 감싸고 캐럴이 울려 퍼지겠지. 그러다 보면 입춘이 오겠지. 얼음이 녹고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고 산들바람이 불어오겠지. 그리고 우리의 나이는 한 살  더 먹겠지. 그리고 또 한 살 또 한 살 그러면서 우리의 나이도 익어가겠지.


자연의 순리가 우리의 인생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며 살아가겠지.


자연은 우리에게 멀리 있지 않고 우리의 삶에 녹아 있다는 걸 우리는 잊고 사네. 자연은 철학자이기도 하고  선생님이기도 하고  친구이기도 하지.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이 자연의 한 부분이고 언젠가는 자연으로 돌아가기에 지금의 삶을 너무 슬퍼하지도 말고 너무 오버하지도 말며 겸손하게 자연스럽게 살아가길  바라네. 오늘의 폭우는 입추를 잊게 하지만 아마 이런 강함이 우리에게 가을을 되돌려주려는 자연의 순리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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