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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보다는 역시 제육볶음이다

by 밤하늘 읽는 시간

대부분 사람은 상추를 보면 삼겹살을 떠올린다. 두툼한 고기를 지글지글 구우며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삼겹살이 불판 위에 올라가면, 그 자체로 주목을 받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든다. 마치 늘 중심에 서 있는 주인공 같은 존재다.


그런데 나는 상추를 볼 때 삼겹살보다 제육볶음이 먼저 떠오른다. 제육볶음은 삼겹살처럼 화려하지 않다. 연기 나는 퍼포먼스도 없고, 눈에 띄는 두께감도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정이 간다. 삼겹살이 반짝이는 스타라면, 제육볶음은 무대 뒤에서 묵묵히 연습하며 자신을 갈고닦는 사람 같다. 조명을 받지 않아도 그 자리를 지키며 꾸준히 제 역할을 해내는 사람.


삼겹살은 혼자서도 돋보인다. 고기 본연의 맛과 기름진 풍미로 이미 완성된 형태다. 하지만 제육볶음은 혼자서는 완벽할 수 없다. 고기 혼자만으론 부족하다. 반드시 양념과 야채가 어우러져야 한다. 고추장과 간장, 마늘과 고춧가루가 적절히 배합되고 양파와 고추 같은 야채가 함께할 때 비로소 제육볶음은 완성된다.


이 점에서 제육볶음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혼자 돋보이려고 애쓰는 삶이 아니라, 주변과 조화를 이루며 함께하는 삶이 더 깊은 가치를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는 때로 주목받고 인정받기 위해 혼자 모든 걸 잘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진정한 가치는 나 혼자가 아니라 함께할 때 생겨난다. 제육볶음처럼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주변과 어우러져야 더 큰 맛을 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겸손과 배려다. 제육볶음은 고기가 주인공이지만, 양념과 야채가 없다면 빛날 수 없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조화를 이루기 위해 양념과 야채의 자리를 내어줄 때 비로소 완벽한 한 접시가 된다. 삶에서도 나만 빛나려고 애쓰기보다, 주변 사람들을 배려하며 함께 성장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때로는 나보다 다른 사람을 돋보이게 해주는 것이 진정한 배려다.


눈에 띄고 주목받는 순간이 중요한 때도 있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사람은 겸손하게 주변을 배려하며 함께해 온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은 주변을 따뜻하게 감싸고, 시간이 지나도 곁에 남아 소중한 존재로 자리 잡는다. 화려하게 빛나지 않아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깊은 맛을 내는 사람들. 제육볶음처럼 말이다.


제육볶음은 주인공이 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주변과 함께하며 전체를 돋보이게 만든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다. 겸손하게 주변을 배려하며 조화를 이루는 삶은, 비록 즉각적인 주목을 받지 못할지라도, 오랜 시간 기억에 남고 따뜻한 울림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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