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재석 Jun 17. 2022

아내가 보여준 천국

내 삶의 전환점

 2022년 6월 14일,

그를 만난 것은 3 중환자실 12호실. 그의 이름은 멜빈 헨리 코튼 (Melvin Henry Cotten), 일흔일곱 살이다. 그는 침대에 누워 나를 응시했다. 머리숱은 거의 없고 호흡곤란으로 중환자실에 일주일 넘게 입원했다. 그래도 상태가 나아 조만간 퇴원을 바라고 있다. 멜빈은 내가 병원에서 하는 일에 관해 가만히 듣고 있더니 그가 겪은 가장 경이로운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만남에서 이런 깊은 이야기를 들을  있다는 것이  영광이었다. 보통은 수박 겉핥기식의 인사치레로 시간을 때우는  보통인데 말이다.


멜빈은 대뜸 자신이 천국을 보았다고 했다. 보통 이런 경우 내 마음속 반응은 두 가지다: 호기심 혹은 흘려듣기. 너무 종교적인 이야기로 흐르면 이내 흘려듣는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렇게 훈련받아서... 그런데 멜빈의 이야기는 무척 흥미진진했다. 왜냐면 이후의 자신의 삶이 완전히 변화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경험은 진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물론 이런 생각들은 순간적으로 내 마음속에서 일어난다. 아무리 편견 없이 들으려고 해도 그냥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내면의 판단이다. 언제부터인가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아무튼 멜빈은 2013년 겨울밤에 함께 있던 손자들과 저녁을 먹고 이내 잠자리에 들었다. 굿 나이트 키스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방에 있는 것 같은 인기척을 느꼈고 음성이 들였다고 한다.


'다시 가서 손자들을 불러 인사하세요'


멜빈은 하도 이상해서 손자들을 다시 방으로 불러 아이들에게 굿 나이트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아이들이 떠난 방에 2년 전 죽은 아내가 나타났다. 그는 이것이 꿈이었는지 실제였는지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너무나 반가워 그녀가 이끄는 대로 따라나섰다.


너무도 아름다운 꽃들이 작은 돌로  만들어진 길 사이로 펼쳐졌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이 즐비한 그곳은 천국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이 불가능한 그런 풍경이었다. 멜빈은 그 길을 따라 한 참 아내와 걸었다. 그는 분명히 아내와 함께 천국에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내는 태어날 때부터 80% 이상 지체장애를 안고 있어서 평생을 침대와 휠체어에서 지냈다. 그런 아내와 멜빈은 아름다운 꽃밭을 걷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가 그곳이 천국이라고 확신한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아내와 함께 걸어가다가 그의 외할머니를 보게 된 것. 멜빈은 정말 온화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얼마를 더 걷다가 그는 아내를 뒤로하고 다시 자신의 침대로 돌아왔다고 한다.


정말로 신기하고 신비한 체험이 아닐 수 없다. 멜빈은 그 일이 있고 난 뒤 다시는 아내를 생각하며 울지 않았다고 한다. 2011년 12월 23일 지체 장애인 아내가 암으로 숨진 뒤 그는 눈물을 끼니 삼아 하루하루를 견뎌왔다고 했다. 그리고, 하나님께 기도했다고 한다.


'왜 아내를 데리고 가셨는지 그 이유를 말해 주세요'라며 울부짖었던 2년...


그는 이 체험을 통해 하나님이 왜 자신의 아내를 그렇게 데리고 가셨는지 그 이유를 깨달았다. 그는 정말 슬펐지만, 아내에게는 더없이 행복한 순간이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눈물도 없고, 고통도 없는 그래서 완전한 기쁨이 있는 그곳에서 아내가 온전한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멜빈은 나에게 이제 죽으면 아내를 다시 만날  있어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두려움은 사라진  오래다. 죽음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그렇다고 걱정이  없겠나. 아직 어린 손자가 눈에 밟힌다고 했다. 그러나, 하나님을 믿으니 끝까지 믿는 것이 자신이 일이라고 했다. 그에게  이런 체험이 일어났는지   없지만, 그는  체험으로 하나님이  그녀의 아내를 데리고 가셨는지 알게 됐고, 다시는 아내 때문에 울지 않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체험을 알게 되기를 그래서 하나님을 굳게 믿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간절하면 우리 뇌가 그런 상황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영적인 체험이든 뇌가 그렇게 만든 것이든 문제는 그 체험 이후의 삶이다. 멜빈은 이 체험을 통해 아내를 잃은 슬픔을 잘 소화 내 했다. 그리고, 죽음에 관한 생각도 완전히 바뀌었다. 그에게 죽음 더 이상 피해야 할 나쁜 것이 아니라, 못다 한 사랑을 다하기 위해 반드시 지나야 할 다리가 되었다.  






 







이전 04화 막대사탕의 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