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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석 Jul 02. 2021

코로나 19와 임신부

코로나 19 백신 보급이 가속화하면서 미국이 일상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고, 병원에서도 환자를 만나지 않는 지역에서는 마스크와 물리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습니다. 모두가 백신 덕분입니다. 2020년 11월, 미국 전역에서 하루 4 천명씩 죽어 가던 일을 생각하면 격세지감마저 듭니다. 코로나19가 두 번째로 크게 유행할 때 만난 임신부의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2020년 10월 14일, 

미주리대학병원 코로나 중환자실은 전달에 비해 두배로 병상이 늘었습니다. 그리고, 18개 병상 거의 모두가 코로나 중환자들로 가득 찼습니다. 이제 독감 시즌도 함께 시작돼 혹여 중환 자수가 폭증하게 될까 걱정이 됩니다. 이런저런 일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삐삐가 울렸습니다. 코로나 중환자실 한 간호사가 30대 임산부 환자 가족들이 화상면회를 신청했다고 합니다.    

    얼른 보호장구를 하고 병실에 들어갔습니다. 여전히 산소호흡기를 하고 누워 있는 환자, 모니터 스피커로는 뱃속 아기의 맥박소리가 흘러나옵니다. 가족들이 제가 준비해 간 아이패드를 통해 환자의 이름을 부르자, 환자가 눈을 뜹니다. 그리고, 화면 속에 있는 엄마, 아빠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스페인어로 대화를 해서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환자 가족들은 울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료진들에게 감사했습니다. 저도 참으로 고맙고 감격스러웠습니다. 왜냐면, 지난밤, 당직 근무를 서다가 호출을 받아 병원에 왔다가 잠시 중환자실에 들렀는데, 그때 이 환자 때문에 의료진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던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환자의 어머니가 병원에 방문했지만, 환자는 보지 못하고 병동 밖 대기실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더욱 아팠습니다. 다행히 치료가 잘 돼서 조금씩 기력을 회복하고 있는 것 같아서 정말 기쁩니다. 그녀의 태아도 건강해 다행입니다.  

    화상 통화를 마치고 나오기 전에 환자에게 기도해도 될지 물었습니다. 그녀는 흔쾌히 고개를 아래 위로 움직입니다. 그리고, 기도를 하려고 하는데, 그녀의 왼손이 제 시야에 들어 옵니다. 손을 잡아 달라는 표시 같아서 물어보니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기도하면서 그 손을 꼭 잡습니다. 그녀도 저의 손을 기도하는 동안 꼭 잡고 있습니다. 그녀의 온기와 삶에 대한 열정, 감사, 아기에 대한 사랑... 모든 아름다운 감정이 그 손을 통해 전해 지는 것 같습니다.   

    기도를 마치고 그녀의 얼굴을 봅니다. 아까 화상 전화를 보면서도 눈물을 흘렸는데, 이번에도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병실에 마련된 흰 수건으로 눈물을 닦습니다. 보호장구 속 네 눈에서도 눈물이 흐릅니다.   


'의식이 없는 어둠 속에서 살려고 얼마나 몸부림쳤을까? 아기 때문에라도 반드시 살아야 한다고 얼마나 다짐했을까, 죽음의 갈림길에서 아기의 심장소리와 태동을 들으며 얼마나 처절하게 기도했을까?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그녀는 얼마나 두려웠을까.'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나갈 때쯤, 그녀는 다시 잠이 듭니다. 가만히 잡고 있던 손을 놓고 병실을 나옵니다.  


보호 장구를 벗고, 손을 깨끗하게 씻고 컴퓨터 앞에 않아 차트를 기록했습니다. 제 손에는 아직도 코로나 19에 걸려 고통 중에 있 산모의 온기가 느껴졌습니다. 전염병의 고통 속에서도 생명은 태어나고, 그 생명에 힘입어 전염병을 이겨낼 환자를 생각하며 쾌유를 간구했습니다. 다행히 그 임신부는 2주 뒤 회복돼 퇴원했고 그렇게 안아 보고 싶었던 아기를 안게 되었습니다.  


덧) 미증유의 코로나 19 사태 속에 코로나 병동 중환자실에서 일하며 새롭게 배운 것은 제 첫 브런치 북 "애도 101: 코로나 19를 지나며"기록해 뒀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grief101covid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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