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울 때는 아빠와 함께하자

딸과 동행하는 것이 아빠의 위치요 역할이다.

by lisiantak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 딸. 그 버킷리스트를 언제 다 이루려나? 그것도 아빠와 함께 해야 하는 버킷리스트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한 마디 건넸다.

"그것 다 하려면 아빠가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되네?"

"120살 까지는 살아야지."

글쎄, 그 나이까지 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딸의 마음이 너무나 고마웠다. 사실 직장에 다니느라 가족들과 함께하지 못한 여행들이 있다. 미국과 유럽 여행이다. 그래서 그때의 여행 이야기를 나눌 때면 나는 혼자 외톨이가 된 느낌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공감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방황하곤 한다. 그런 나를 바라보고는 딸아이는 "다음에는 꼭 아빠랑 같이 가자"고 한 마디 위로의 말을 흘린다. 그래서 해외여행은 아니더라도 한참 성장기인 딸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을 자주 보내 주려고 한다. 그것이 최고의 선물이고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줄 수 있는 아빠의 최선의 선택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이 번에는 딸의 입에서 언젠가 하고 싶다고 말했던 '짚핑'을 해 볼까 하는 생각에 시간을 냈다. 근처에 갈 일이 있어 잠깐의 시간을 내면 되었다.

"내일 짚핑 타러 갈래?"

"좋아요"

한 순간도 주저함 없이 좋다고 했다. 전날 비가 와서 탈 수 있을지 고민은 되었지만 출발했다. 안되면 근처에서 산책을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떠났다. 채 1시간이 되지 않은 시간에 도착했다. 다행히 짚핑을 하고 있었다. 매점에서 표를 끊고 복장을 착용하고 안전교육을 받은 것으로 시작되었다. 출발 전에 인증샷도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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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코스를 타는데 3코스까지는 연습이고 4코스 2.6km를 실제 탄다고 설명해 주었다. 짚핑 통제하는 분이 우리에게 혼자 탈 것인지 함께 탈 것인지 물어보았다. 딸을 쳐다보았다.

"함께 타요. 해 보고 나중에는 혼자 탈게요."

그래서 딸과 함께 타기로 했다. 1코스 탑승 위치에 올랐다. 안전고리가 채워지고 하나의 도르래에 나와 딸이 매달리게 되었다. 사실 나는 공중에서 많이 뛰어내려 봤지만 뛰어내릴 때마다 가슴이 뛰는 것은 똑같은 것 같다. 이번에도 얼마 높지 않은 곳이지만 똑같은 느낌이었다. 딸은 어떨까? 슬쩍 쳐다보았다. 어, 근데 전혀 무덤덤한 것 같다. 모두 준비가 되어 통제에 따라 살짝 앉는 느낌으로 자세를 낮추면서 미끄러져 나갔다. 순간 소리를 지르며 즐기고 있는 딸의 모습을 보았다. 겁에 질린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해맑은 모습으로 소리를 지르며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중간에 주머니에 있는 스마트폰을 꺼낼 수도 없었다. 잘못하면 꺼내다가 놓치는 순간에는 밑의 계곡으로 떨어져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할 수 없이 내 눈에 딸의 모습을 담았다. 이 순간이 영원히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몇 초나 되었을까? 도르래가 철컥하면서 벌써 도착지점에 도착했다. 안전장치를 풀고 다음 코스로 이동하는 동안 딸은 너무 좋아했다. 정말 즐거운 모양이다. 이렇게 해맑고 건강하게 자라주길 바랬다. 1코스에서 동영상 촬영을 못해서 2코스에서는 스마트폰을 켰다. 왼손으로 스마트폰을 잡고 동영상 촬영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살짝 점프하면서 출발하는 코스였다. 뛰라는 구령에 맞춰 그냥 뛰었다. 딸도 뛰었다. 환호성 치며 한 손을 쭉 뻗은 채 즐기는 모습을 동영상에 담았다. 너무 재미있단다. 나는 스마트폰을 놓치지 않기 위해 손에 힘을 주고 화면으로 딸의 모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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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3코스까지 마치고 마지막 4코스로 이동했다. 1분이 넘는 시간 동안 딸과 함께 계곡 위를 날게 되는 순간이다. 1, 2, 3코스에서 적응하며 연습했으니 이제 4코스에서는 즐기는 시간이었다. 드디어 마지막 코스 출발지점에 섰다. 딸은 혼자서도 탈 수 있을 정도로 더욱 자신감이 있어 보였다. 점프하면서 신나게 출발했다. 너무 사랑스러운 딸의 모습이었다. '이렇게만 자라 다오.' 2.6km의 외줄에 아빠와 딸이 함께 매달려 웃고 소리치며 빠르게 지나가는 순간처럼 사춘기라는 시간도 그렇게 흘렀으면 했다. 아무 상처 없이 서로가 의지하며 사춘기의 골짜기를 짚핑 타고 건너기를 희망했다. 이렇게 딸과 동행하는 것이 아빠의 위치요 역할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 시간이었다.

짜릿한 순간들을 모두 마치고 물었다.

"어때? 재미있었어?"

"네, 다음에는 혼자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짧은 순간이지만 딸은 느꼈을 것이다. 두려울 것 같은 것도 해보면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두려울 때는 누군가와 함께 하면 되고 그 후에 자신 있으면 혼자 하면 된다는 것을.

집에 돌아오니 오빠가 한 마디 던졌다.

"안 무서웠어? 개나 고양이도 무서워하면서 어떻게 탔어?"

"무서운 차원이 달라."

오늘도 딸과 함께하며 사춘기의 한 계단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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