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사춘기에 정답은 없었다

아이들의 마음 그릇에 부모의 사랑이 넘칠 때까지

by lisiantak
워런 버핏의 바이블이 내 바이블이 될 수 없는 이유


어떤 주식 투자가는 말한다. "워런 버핏처럼 되고 싶어요" 그 말을 듣던 한 전문가가 단호하게 말했다. 절대 워런 버핏처럼 될 수 없다고. 겉모습만 보고 그러는데 그를 제대로 몰라서 그렇다는 것이다. 일반 투자가는 워런 버핏처럼 살기 어렵다는 말을 늘어 놓았다. 그리고 투자 종목 연구와 투자 심리가 각자 다르고 차이가 있음을 강조했다. 공감한다. 또 '전문가에게 무슨 주식을 사야 되는지 물어보지 말라.'라고 한다. 왜냐하면 추천 종목을 말해주고 나서 퇴근할 때 그 종목의 상황이 바뀌면 전문가는 생각이 바뀔 수 있다. 그런데 추천받은 사람은 상황이 바뀌었는지 모르고 매수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원망을 누구에게 할 것인가? 모든 게 자기가 무지하고 노력하지 않아서 손해를 본 것이다. 선택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따라서 그에따른 결과도 자신의 책임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연구를 통해 얻은 규칙이나 법칙이 모든 사람들에게서 동일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주식 투자는 투자자의 심리가 크게 영향을 미친다. 변수가 심리이면 값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자녀 사춘기에 대한 정답이 있을까?

이와 같이 자녀 사춘기에 대처하는 법도 마찬가지다. 내 자녀의 사춘기,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 가정에 맞는 자녀 사춘기 대처법이라는 정답은 없다. 세상에 사춘기 관련 책들은 무수히 많다. 전문가들의 입장에서 쓴 자료, 개인의 경험을 담은 자료 등 참고자료는 넘쳐난다. 그런데 아무리 좋은 자료를 보았어도 무용지물이거나 나에게는 맞지 않는 것이 대다수다. 이는 마치 값 비싼 좋은 옷은 많아도 내게 어울리는 옷이 없는 것과 같다. 몸에 걸친다고 다 옷이 아니다. 책을 읽었다고 다 내 것이 아닌 것과 같다. 책의 사례를 적용해 보아도 그 결과는 다르게 나온다. 그래서 책을 믿지 못하고 버리고 만다. 나도 지인 중 한 명이 자녀 사춘기에 고민하고 있어서 도움이 될만한 책을 선물했지만 참고해 보고라는 의미였다. "이 책이 정답은 아니니까 참고해서 부모의 역할을 찾으세요" 전문가나 경험자가 쓴 책을 권하면서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뭘까? 자녀나 부모, 주체와 대상이 모두 심리의 영향을 받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인간 심리는 상수가 아니라 변수이다. 그래서 사춘기 관련 사례는 수 없이 다양하다. AI도 당황할 것이다. 마치 이세돌 9단의 신의 한 수에 알파고가 실수를 해서 지고 말았듯.


‘국민 육아 멘토’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아카데미 원장)는 '육아는 마치 아무리 공부하고 노력해도 정답 없는 시험을 치르는 것 같다'라고 했다. 사춘기도 마찬가지다. 왜일까? 오은영 전문의가 제시한 사례를 들어 생각해 보았다. “알았다고요”라며 짜증 섞인 사춘기 자녀의 말에 부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어떤 부모는 “왜 말을 그 따위로 해” 또 다른 부모는 “그래, 알았으면 됐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럼 정답은 무엇인가? "그래, 알았으면 됐어"라고 말하는 게 정답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의의 말이다. 이것은 우리도 알고 있다. 그 말이 옳다는 것을. 그러나 그 상황에 들어가면 그렇게 안 되는 것이 문제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별개다. 상황 속에 감정이 개입한다. 개입된 감정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또 다르다. 사람마다 감정 처리능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감정처리에 대해 훈련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가 발생한다. 말에 대한 대응 훈련만 하면 가능할지 모른다. 연습은 감정이 섞이지 않은 상태에서, 실제는 상황에 따른 감정이 섞인 상태에서 행동하게 된다. 그러니 정답은 있을 수 없다.


아버지 노릇 못한 내 잘못

게임중독에 빠진 두 아들을 서울대에 보낸 아버지가 있다. 중졸의 노태권 씨다. 저자 강연회에 참석해서 강연을 듣고 책에 싸인도 받고 사진도 함께 찍었던 분이다. 내가 아이들의 사춘기때문에 고민하고 있을 때 답을 찾다가 강연회에 가게 되었다. 그분의 생각은 어떨까?

“아이들은 하루아침에 게임에 중독되지 않습니다. 학교 다녀오면 집에 부모는 없지, 친구들은 다 학원 가지. 돈도 없고 할 것도 없는 아이들이 결국 할 게 게임밖에 없더라고요. ‘이건 애들 잘못이 아니다, 다 아버지 노릇 못 한 내 잘못이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제력이 없는 아이들을 혼자 방치해 놓은 부모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두 아들들의 친구가 되려고 했다. '아버지 노릇 못하면 친구라도 되자' 게임중독 치료 시작은 두 아들과 걷는 것이었다. 거창하지 않았다.

그럼 그런 아버지와 함께 변화를 이루어 낸 자식들의 생각은 어떨까?

“자식은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난 게 아니기 때문에 부모가 원하는 대로만 자식이 움직이질 않는 것 같아요. 부모도 매력을 드러내야 아이들이 따르고 싶어 하고, 부모가 움직여야 아이들이 뒤따라가지 않을까요. 저희는 아버지의 매력을 뒤늦게 발견하고 아버지가 향하는 곳으로 방향을 튼 경우죠.”(동주)

마음을 송곳이 찌르는 느낌이었다. 부모도 매력을 드러내야 따르고 싶어 한다는 말에 뜨끔했다. 나는 과연 우리 아이들에게 따르고 싶은 매력을 드러내고 있는가? 무겁고 차갑고 시간 없고 바쁜 아버지의 모습뿐이었다. 남자아이들에게 아버지의 역할은 큰데 필요할 때 나는 심리적으로 너무나 멀리 있었다.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뒤늦게 정신 차리니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아들들이었다. 그래서 나도 중졸 아버지가 두 아들을 게임중독에서 탈출시키고 서울대에 보낸 것처럼 따라 해보려고 했다.

여덟 시간 동안 소양강을 따라 25㎞를 걸으면서 제 나름대로 춘천에 얽힌 역사 이야기를 해줬는데, 듣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저한테 눈길 한번 안 주더군요. 그래도 몇 달을 계속했습니다.(노태권)

우리 집은 소양강 근처도 아니었고, 하루 여덟 시간을 걷는데 동의도 하지 않는 아들들이었다. 그러니 어떻게 다른 사람의 방법으로 내 아이들을 대할 수 있겠는가? 고민 끝에 자전거 여행을 계획했다. 두 아들과 1박 2일 동안 금강 자전거길 146km와 영산강 자전거길 133km를 달려 보기로 했다. 흔쾌히 동의했다. 중학교 시절에 사이클 했던 것만 믿고 시작했다. 물론 계획했던 대로 자전거 여행을 마치지는 못했다. 중간에 내가 타던 자전거 체인이 끊어져서 정비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여기에 너무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서인지 엉덩이가 너무 아팠다. 그래서 금강 코스의 마지막 지점인 금강 하구둑에 도착하지 못한 채 1일차 여행을 마쳐야 했다. 중간에 1박을 하고 다음 날에야 아침에 금강 하구둑에 도착했다. 일정에 차질이 생겨서 영산강 코스는 일부만 타고 아이들의 할머니 댁으로 이동해서 식사를 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렇게 두 아들과의 자전거 여행을 마쳤다. 하나의 추억을 쌓았다. 어찌 이 하나의 여행으로 아이들이 변화되겠는가? 하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할 뿐이었다.


아이들의 사춘기를 겪으면서 내가 깨달은 것이 있다. 부모의 사랑을 아이들의 마음 그릇이 차고 넘칠 때까지 부어주는 것, 이것만이 답이라는 것이다. 따뜻한 사랑이 그릇 안에 있을 때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넘쳐서 그릇 밖으로 흘러내리면 아이들의 오감은 반응을 한다. "따뜻하구나. 지금까지 몰랐던 부모님의 마음이 이렇게 따뜻하다니. 이것이 사랑이었어. 내가 알아줄 때까지 기다려주며 제자리에 서 계셨던 분, 부모님, 사랑해요" 이 때가 사춘기로 멀러졌던 아이들이 부모의 품으로 돌아오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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