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와의 대화

부모에게만 보이는 사랑의 꽃 한 송이

by lisiantak
단 하나뿐인 친구가 되세요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는 밤. 어릴 적 동심에 불렀던 노래가 생각난다.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정말 내 별이 어디 있는지 궁금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담고 있다. 또 별은 우리의 길잡이가 되어 주기도 한다. 길을 잃으면 북극성을 보고 방향을 잡는다. 인간의 삶과 함께해오고 있는 별들. 과연 그 별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그 신비함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 호기심이 우주선을 발사하게 했고 달 탐사 등 끊임없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어떤 사업가는 '화성 이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과연 지구를 떠나 다른 별에서 정착하여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자녀의 사춘기에 하늘을 쳐다보며 한 숨을 쉬었던 때가 몇 번이던가? 지구를 떠나 수 많은 별들 중에 한 곳에 도착해서 외롭더라도 살고 싶다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던가? 별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생각나는 책이 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작은 별 B-612호에서 왔다 간 어린왕자를 만난다면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 '지구촌 아이들의 사춘기를 어떻게 바라볼까?'

살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 책장에서 하얀 책 한 권을 꺼냈다. '어린왕자'. 나의 자녀 사춘기에 대한 고민을 담고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어 나갔다. 어린왕자의 말이 내 가슴에 와 닿길 간절히 바라면서.

한 참동안 읽었다. 사춘기 자녀와 동행하고 싶은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첫 번째 응답이 왔다. "단 하나뿐인 친구가 되세요."

"나는 네가 없어도 괜찮아. 너 역시 내가 없어도 괜찮구. 하지만 만약에 네가 나를 길들여 친구가 된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이가 되는 거야. 그때부터 너는 내게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친구가 된단다. 나 또한 너에게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친구가 되고......"(어린왕자, 뒷 표지)


사춘기가 되면 유독 친구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가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관계 확장의 첫 번째 대상이 되는 사람이 '친구'다. 집에서는 말이 안 통하는데 친구들과는 말도 잘 통한다. 그래서 생각의 무게 중심이 없는 아이일수록 친구 영향을 많이, 그리고 쉽게 받는다. 좋은지 나쁜지 구분하지도 않는다. 아니 구분할 수 없다. 그냥 친구가 좋으니까. 마음 편한 대상이니까. 여기서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어울린다. 그러니 아이들과 대화를 하려면 친구처럼 편안한 사이가 되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친구 같은 아빠가 될 수 있을까? 노력해야 된다. 어린왕자는 '길들여야 된다'고 표현했다. 그래서 가르친다는 생각보다는 함께 생각을 나누고 싶은 대상이 되어야 한다. 언제나 아빠의 어깨를 빌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란히 걷기도 해야한다. 그것이 아이들을 친구로 만들어가는 길이라 생각이 든다. 아빠는 자식에게, 자식은 아빠에게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친구로길들여야 한다.


부모에게만 보이는 사랑의 꽃

부모들은 아이들이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라고 한다. 그런 아이들이 자라면서 회오리바람을 일으킨다. 사춘기의 바람이다. 그 바람에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이에게 가시가 돋아났는지 이제는 아프다. 너무나 아프다. 그래서 생각이 변했다. 함께 있는 것조차도 고통이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거슬린다. 거슬린 행동은 감정을 폭발시킨다. 이런 생각들이 맴돌 때 어린왕자는 말했다.

"별들은 아름다워. 별들이 저토록 아름다운 건 바로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꽃 한 송이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야."


어린왕자의 말은 내 마음판을 흔들며 메아리쳤다. "아이들이 부모의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정도로 예쁜 이유가 있다. 바로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사랑의 꽃 한 송이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야." 부모에게만 보이는 사랑의 꽃 한 송이. 자식에 대한 내 마음이 무너지지 않기위해서는 그 꽃을 지켜야 한다. 어린왕자처럼 후회하지 않으려면. 장미꽃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호랑이가 아니었다.

"나는 호랑이 따위는 전혀 겁내지 않아요. 하지만 바람은 정말로 무서워요."
"바람이 무섭다니....., 식물이 그러면 어떡하지?"
"저녁마다 둥근 유리 덮개를 제게 씌워 주세요. 당신이 사는 별은 너무 추워요. 여기는 갖추어진 게 너무 없군요. 내가 살던 곳에는......" (어린왕자, p.44-45)

추운 바람이 무서웠던 것이다. 사춘기라는 새로운 공간에 접어든 아이들도 추운 바람이 무서웠을 것이다. 항상 따뜻했던 공간에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니 긴장되고 떨렸을게 틀림없다. 어제까지 안 보였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별 생각없이 지내왔던 것들에 호기심이 발동한다. 언제나 부모님 말씀에 순종했는데 왠지 반항하고 싶어진다. 이렇게 몸도 마음도 생각도 휘어지고 굳어졌겠지. 이렇게 해서 항상 따뜻할 것 같았던 나의 품에도 찬서리가 내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품에 안아 주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그 정도로 차가웠다. 이런 차가운 마음으로는 두 아들에 이어 다가오는 딸의 사춘기 바람을 잠재울 수 없음을 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빠로 재탄생되어야만 한다. 춥지 않게 품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 마음을 어린왕자는 나에게 주었다. 장미꽃과의 사연을 들려주며 나를 일깨워 준 것이다.


7년, 두 아들의 사춘기에 힘들었던 시간이다. 그 시간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20년'처럼 나에게도 '잃어버린 7년'인가? 돌이켜본다. 결코 잃어버린 시간들이 아니었다. 물론 아픔은 있었지만 그래서 지우고 싶은 시간들이지만 아픈 만큼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아들과 함께 걸어온 시간들이 소중하고 두 아들도 소중해졌다. 비 온 뒤에 땅이 더 단단해지듯이.

"네가 그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꽃에게 바친 시간 때문이야. 바로 그 시간이 너의 장미꽃을 그렇게 소중하게 만들었어."(어린왕자, p.105)


지금은 후회 가득하다. 그때의 일기를 볼 때도, 지금 잘 성장하고 있는 두 아들을 볼 때도 미안함이 찾아든다. 특히 큰 아들에게.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 어린왕자가 여섯째 별에서 꽃을 그리워하며 후회하는 장면이 내 모습인 듯하다.

" 내 꽃은 덧없어. 그리고 이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거라고는 네 개의 가시밖에 없어! 나는 그런 꽃을 내 별에 혼자 내버려 두었구나!"(어린왕자, p.80)


이제 조금은 성장했으니 어른 아빠처럼 행동해 보고 싶다. 눈에 보이는 행동만 보고 판단하고 고쳐주기 위해 서로 아픔의 시간을 보냈던 그때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이제는 마음으로 보는 거야.

"무엇이든 잘 보려면 마음으로 보아야 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잘 보이지 않거든."(어린왕자, p.105)
그때 나는 너무 어린 아빠였다.


두 아들의 사춘기를 함께 해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크다. 어린왕자가 장미꽃을 떠나고 나서 후회하듯 나도 그렇다. 아이들의 속 마음을 제대로 알아주지 못한 채 아이들의 마음과 멀어져 갔다. 이기적인 아빠였을 뿐이다. 너무 어린 아빠였다. 두 아들의 사춘기를 뒤로한 지금 딸에게는 어른 아빠가 될 수 있을까?

"그 꽃으로부터 그렇게 떠나지 말걸 그랬어. 꽃이 아무리 꾀를 부려도 그 꽃 속에 숨은 부드러운 마음을 알아차렸어야 했어. 꽃의 마음은 아주 복잡하거든. 하지만 그때 나는 너무 어려서 꽃을 제대로 사랑할 줄 몰랐던 거야."(어린왕자,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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