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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네 Nov 01. 2020

꾸준히 지속하는 힘

에필로그

원래 집중력이 낮은 편이었다. 금방 싫증내고.. 일은 참 잘 벌이는데 비해 마무리, 끝 수습을 잘 못했었다. 그래서 삼십 년 넘게 지적받았던 단점.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실현하는 것을 즐기고 좋아하면서도.. 결과물이 나오는 시간까지 인내심이 부족했다. 이직도 잦았다. 타의로 인해 이직한 경험이 많은 거지만.. 어찌 됐든 그 경험들을 통해 분란했던 20대를 보냈고,  내가 벌인 일에 대한 책임감은 30대가 되니 자연스레 갖춰지게 됐다. 결혼보다 '아이를 낳으면서' 말이다. 그래도 결혼이 나의 산만한 일상과 삶을 가지런히 정리해준 건 확실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모님의 품과 고향을 떠난 후..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머물던 '파리',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공부하고 새 직장을 얻고 20대의 방랑기를 보냈던 '서울' 떠나.. 지금, 제3의 도시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며 목적 없이 일상을 유지하는 게 너무나 힘들었다. 새로운 도시에서 살아갈 이유가 필요했다. 당신을 위함이 아닌 '나를 위한 삶'.

 

6개월간 경단녀로 지냈다. 말 그대로 결혼한 지 반년 된 일하지 않는 유부녀. 그는 애타게 직장을 구하지 말라고 했다. 자기가 나를 먹여 살릴 수 있다고. 근데, 그 말이 와 닿지 않았다. 20대 때보다 더 열심히 일자리를 찾아봤다. 나는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게 아니기에. 정말이지 내 자아실현을 위해 일을 했었는데. 그에게 보란듯이 최종 합격서2건을 전했다. 한 곳은 국가기관연구소, 또 다른 곳은 정부부처. 두 군데 모두 공공기관이기에 큰 차이점이 없었지만,  보직과 보수가 달랐고 출퇴근의 편의성도 고려해봐야했다. 그럼에도 그는 나와 생각이 달랐다. 출퇴근하며 하루 전부를 소진하고, 미래의 진로와 경력을 잘 살펴볼 수 있는 사람은 내 자신이기에. 최종 결정권을 내가 갖기로 했다.


무엇보다 최종 면접관들의 확연히 다른 질문 내용으로..  나의 마음은 이미 한쪽에 기울어져있었다.‘결혼을 했나' ,'아이를 가질 생각은 있는가', '늦게 야근을 해도 되는가' 등의 질문에 나는 '결혼을 했고 현재 아이를 지금 가질 생각은 없으며 늦게까지 야근할 수 있다’라고 일부 거짓 답변을 했다. 감사하게도 그들의 질문으로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를 분명하게 정할 수 있었다. '아이를 낳게 된다면 어디에서 일하며 내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까’ 그 점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회사보다 더 어렵게 시험과정을 거친 다른 회사의 입소 포기서를 쓰려니 가슴이 쓰라렸다. 고등학교 성적표와 생활기록부, 양가 부모님 개인 신상정보, 정답을 알 수 없는 인정석 검사, 6명 면접관들의 압박면접, 보안 관련 서류 준비.. 두 달 간의 애태웠던 시간이 아쉽긴 했다. 그럼에도 그 울타리 안에 이 도시에서 살아갈 이유를 찾으니 숨통이 트였다.


아이를 낳아서 일하는 엄마가 되어보니 그때의 선택에 칭찬해주고 싶다. 가끔은 너무나 힘들지만.. 내가 선택한 지금의 회사로 인해 나답게 일을 계속할 수 있어서... 일하며 육아하는 엄마로 버텨낼 수 있는 '마음의 근력'도 생겼다. 그 근력의 원초적인 힘은 글쓰기였다. 글쓰기의 글감은 '아이’였다. 내 일상에 공존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의사가 명확해지고 나와 다른 시선을 가진 '타인'. 그 타인의 역사를 앞으로도 꾸준히 글로 담아보려고 한다. 그가 너무 어려서 기억하지 못하는 사건, 시간, 공간 등등. 그를 위한 자서전을 내가 써줄까 싶다.



글쓰기의 글감은 '아이'였다.
내 일상에 공존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의사가 명확해지고 나와 시선을 가진 '타인'.
그 타인의 역사를 앞으로도 계속 써보려고 한다.



환히 웃는 예쁜 정면모습을 담아주려고 했는데, 예상치 못한 몸짓! 파파라치처럼 나와버렸다..손을 가릴 생각을 하다니! 타인다운 행동!!




올해는 브런치통해 많은 기회를 얻습니다. 결혼 후 세종으로 이주해 자기 일을 찾은 30대 여성 8명의 인터뷰집에 제 이야기가 개됐습니다. <나의 사적인 세종이주기> 라는 제목으로 브런치북으로도 발간된다고 합니다. 즐겁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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