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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얼 Feb 01. 2021

바리스타의 은밀한 홈카페 - 저울

저울로 찾는 나만의 황금비율


요즘 들어 사람들이 집에서 직접 커피를 추출해서 마시고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카페에 잘 가지 못해서 부쩍 늘어난 감이 있지만, 사실은 그 이전부터 홈카페의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는 커피가 그저 잠을 깨워주는 각성제 역할을 하는 것에서 벗어나, '나'의 취향을 드러내고 보여주는 매개체로 변했음을 알 수 있지요. 


실제로 제 주위에서도 커피를 직접 만들어 마시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꽤 많은 친구들이 대뜸 집에서 직접 커피를 만들려면 어떤 걸 사야 하느냐고 물어봅니다. 음.. 사실은 대답하기 꽤 난감합니다. 커피 한 잔을 만드는데 꽤나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커피를 내려마시는 데에 얼마만큼의 수고와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보통 헬스나 수영, 필라테스, 배드민턴 등의 취미를 시작할 때 사람들은 그 장소까지 가는 수고로움과 비용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심지어 차를 타고 가기까지 하는데도 말이지요. 하지만, 커피는 집 밖으로 나갈 필요 없이 집안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몇 가지 장비를 구매하는 데에도 인색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냥 위에다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거 아니냐는 인식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디부터 어디까지 설명해야 하는지 머리가 아파옵니다. 


최근에는 그런 설명에 대한 고민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그들이 취미로 커피를 시작하면서 감당할 수 있는 예산을 먼저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쓸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물어보고 그 예산 안에서 최대한 만족할 만한 추천을 해주곤 합니다. 대부분의 친구들에게 3~4만 원 대의 '드리퍼''서버'가 포함되어 있는 '드립 세트'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꼭 한마디를 덧붙입니다. 


"저렴한 제품이라도 저울은 꼭 사도록 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야."


이 대목에서 백이면 백 의문을 가집니다. '무슨 유난스럽게 저울이냐', '요리할 때도 평생 저울을 써본 적도 없는 저울을 왜 사야 하냐'라는 반응이 무조건 돌아옵니다. 그러나, 저는 직접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데 있어서 드리퍼와 서버 다음으로 저울이 가장 필수적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균일한 물줄기를 만들어주는 주전자 또는 원두를 바로바로 분쇄할 수 있는 그라인더보다 저울이 먼저라는 것입니다. 





아마 여러분도 이해가 잘 되지 않을 겁니다. 때문에, 저울을 사용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를 먼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1. 내가 사용하는 커피와 물의 비율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정확성)

2. 커피와 물 비율을 정확하게 측정했을 때, 일정한 맛과 향을 유지할 수 있다. (일관성)

3. 일정한 맛과 향뿐만 아니라, 나에게 가장 맛있는 황금비율을 유지할 수 있다. (지속성)

4. 취향이 바뀌더라도 좋은 맛을 찾아내기까지 시행착오가 적어진다. (경제성)


사실 이 외에도 수많은 이유가 있지만 커피를 직접 추출하여 마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들만 써봤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란, 내가 추출한 커피가 최소한 나에게는 맛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굳이 수고와 비용을 들여 직접 만들어먹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앞선 글에서 저는 늘 정확하게 18.3g의 원두를 계량하고, 36g의 물로 뜸을 들이며, 288g이 될 때까지 물을 붓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 모든 숫자들은 제가 커피를 추출했을 때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제공합니다. 대부분의 커피 전문 서적과 전문가들이 커피와 물의 이상적인 비율을 1:16이라고 합니다. 위의 숫자들도 그 비율에 기인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15g의 커피를 사용한다면 240g이 될 때까지 물을 부어줄 수 있겠지요. 다른 모든 것들은 바꿀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 매우 높은 확률로 18g의 커피를 사용했을 때와 비슷한 결과물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자, 이제 결정적인 이유의 1번에서 3번까지 이해가 되시나요? 그럼 4번은 왜 그런 걸까요?



어떤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제 막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길동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물같이 연한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좀 더 진한 커피가 마시고 싶어 졌습니다.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걸까요? 현명하게도 처음부터 저울을 샀던 길동이는 기존에 15g만 쓰던 커피를 20g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하면 커피가 좀 더 진해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길동이의 예상대로 커피는 진해졌지만, 생각보다 많이 진했습니다. 그래서 길동이는 17g의 커피만 사용해보기로 했습니다. 유레카!! 길동이는 단 두 번의 시도만에 자신에게 딱 맞는, 조금 더 진한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취향이 바뀌지 않더라도 취향이 다른 가족들이나 친한 친구들에게 커피를 대접하고 싶을 때에도 저울만 있으면 그 느낌을 손쉽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물론 커피 양 자체는 계량스푼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만, 그것도 한계에 따르기 마련입니다. 커피의 종류와 로스팅 정도에 따라 커피 한 알이 가지고 있는 무게가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한 스푼 사이에도 3~5g 가까이 차이나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요인들이 있지만, 전부 다 말씀드리기 위해서는 커피의 성분 및 구조부터 로스팅 중 변화하는 화학 과정까지 설명해야 하기 때문에 그것만큼은 다음 기회로 미루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처음 핸드드립에 도전하시는 분들과 이미 드립을 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투자로 행복한 홈카페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아래에는 제가 사용하고 있는 저울 2가지를 첨부하였습니다. 왼쪽에 있는 하리오 저울은 핸드드립용으로 타이머 기능까지 함께 있지만, 가격대는 조금 있는 편입니다. 오른쪽의 드레텍 저울은 일반 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저가임에도 불구하고 약 5년 동안 고장 한 번 없이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신 기능은 매우 단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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