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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식빵 Nov 13. 2022

<환승연애>가 재밌는 이유

그 시절, 첫사랑, 젊음.

<환승연애2>를 몰아보고 나서 '과몰입의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돌싱글즈, 나는솔로를 즐겨보던 남편은

나의 부추김에 환연2 중반부부터 보더니 벌써 다 보고 혼자서 시즌1을 보고 있다. ㅋㅋ

인스타그램에서도 실제로 '누가누가 진짜로 사귀고 있다. 아직 썸 중이다.' 등등 마치 연예인처럼 환연 출연자들의 동태를 살피고 목격담을 나누고 있다. 실제로 출연자들은 너무나 유명해져서 팔로워 수가 몇십만 명을 훌쩍 넘겼다. 대부분 연예계통 일을 하지 않는 일반인이지만 출중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라 더 유명세를 타는 것 같긴 하다.


프로그램 제목처럼 전남친,전여친임을 숨기고 같이 합숙하며 새로운 사람에게 '환승'한다는 신선한 컨셉은 젊은이들 모두를 과몰입하게 했다. 심지어 마지막 연애(남편 ㅋㅋㅋ)가 무려 10년 전인 나도 나보다 한참이나 어린 이들의 과거 연애사를 보며 눈물 콸콸 쏟고 화내고 웃으며 몰입하여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사실 일반인들이 TV에 나와서 썸타고 연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연애 프로그램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고 문제점도 많았다. 서로가 아예 모르는 생판 남인 상태로 나와서 여러 이성들의 호감도를 매기고 짝을 이루고 최종 커플을 만들어내는 식의 프로그램과 환승연애가 다른 이유는 이들이 실제로 과거에 사귀었고 헤어진 커플이라는 점이다. 누가 누구의 x인지, 서로 어떻게 만나 어떻게 사귀었고 어떻게 헤어지게 되었는지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최소한 한 번이라도 연애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그들의 스토리에 공감하고 빠져들게 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묘미였다.


21살에 미팅에서 만나 6~7년가량 만나다 헤어졌다는 해은, 규민 (전)커플, 교양수업 듣다가 한눈에 반해 사귀게 되었다는 희두, 나연 커플, cc로 만나 사귀다가 군대 가면서 헤어졌다는 원빈, 지수 커플 등 우리가 주변에서 많이 보고 듣고 또는 내가 직접 경험한 풋풋한 대학시절 첫사랑과 닮아있다. 첫 연인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그들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다. 나의 경우도 20살에 소개팅으로 첫 남자친구를 만나 5년 정도를 만났는데 사실 헤어질 때는 너무 실망하고 정이 떨어져서 헤어지자고 했지만 연애 시작할 때의 풋풋한 만남, 첫 연애의 기억은 여전히 그 사람에게만 갖는 감정일 것이다. 내가 만약 아직 20대이고 결혼하지 않았는데 그와 재회를 했다면 출연진들처럼 온갖 감정들이 몰아쳤을지도 모르겠다. ㅋㅋ 하지만 초반의 반가움을 뒤로하곤 왜 헤어져야만 했는지와 그 사람에게서 내가 싫어했던 모습을 다시 보게 되었을 테니 아마도 나는 환승하거나 최종 커플이 안되었을 듯. ㅋㅋ (실제로는 결혼했고 환연에 나갈 일 따위 없고 남편도 물어본 질문이라 쿨한척하며 적어봄ㅋㅋ)


x인 규민에게 절절한 그리움을 내비치며 20화 내내 눈물바람이었던 해은 ㅋㅋ 결국은 자기만 바라봐주는 연하남 현규를 만나 환승에 성공하며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 ㅋㅋ



출연진들이 다들 아직 20대라 30대 후반인 내가 보기에 애기들 같아 보이긴 했지만 ㅋㅋ 환연이 재밌는 또 다른 이유는 지난 연애를 되돌아보며, 어렸던 철없던 나의 과거를 뒤돌아보며, 옛 연인과의 재회를 통해 오해를 풀고, '제대로 이별'하고 성장하는 스토리를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 사귀고 사랑하고 관계를 이어간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다. 최소 20년 정도는 서로 남남으로 모른 채 살아왔던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고, 콩깍지가 씌어 아무런 단점도 보이지 않던 시기를 거치고 콩깍지가 원상복구되었음에도 서로 아끼고 배려하는 두 사람으로 남아 관계를 지속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어렵고 대단한 일이다.


오래 만나고 결혼까지 이어 커플들을 보면 그래서 일단 굉장히 멋진 사람들처럼 보인다. 정말로 영혼의 단짝이라 싸울 일이 별로 없었거혹은 많이 싸우면서도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실천해온 사람들일 테니까.

결혼을 해보니 더 잘 알겠다. 사랑에 빠지고 만나고 사랑하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이혼하지 않는 이상) 서로 죽을 때까지 배신하지 않고 사랑하겠다고, 최소한 노력하며 살겠다고 다짐하고 시작하는 일이 결혼이니까. 게다가 아이까지 생기면 '환승'은 더 어려워지는 도장 콱 찍어버리는 일이니까. ㅋㅋ


연애 프로그램이 재밌는 이유는 타인의 호감, 눈물, 썸, 사랑, 이별 모든 과정을 TV 밖에서 관음적으로 지켜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람 1과 사람 2가 만나 관계를 형성하는 인간관계의 총체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무리 비슷한 레퍼토리의 반복일지라도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연애 프로그램이 재밌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특히 더 환연이 재밌는 것은 모두에게 있을 법한 풋풋하지만 가슴 아픈 이별을 한 첫사랑, 연인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서일 수도 있고, 예쁘고 잘생긴 젊은 남녀가 나와 사랑하고 웃고 우는 모습을 보며 나처럼 10년, 20년 전의 젊은 시절의 내가 그리워일 수도 있다. 솔직히 말하면 x를 찾고 서로 울고 불고 웃고 하는 걸 보며 20대의, 저들과 닮은 모습이었던 내가 너무 그리웠다. 젊음이 그리웠다. 사랑이 전부이고 열정 넘치던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는 것이 ㅋㅋ


조금 다른 얘기지만 요즘은 '연애하지 않을 권리'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볼 수 있다. 연애라는 것이 오직 젊은이들의 전유물, 이성애자의 전유물인 것처럼 미디어에서는 그려지지만 당연히 연애를 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는 개인의 선택이고, 연애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 마치 하자라도 있는 사람처럼 대하거나 이상한 눈초리를 본다면 그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누구에게나 누구를 만날 것인지 혹은 만나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자유가 있고 둘일 때 행복한 사람이 있고 혼자일 때 더 행복한 사람이 있는 법이니까. 1인 가구 비율이 거의 30프로이고 결혼하지 않는 젊은이들, 결혼은 해도 아이는 낳지 않는 부부가 계속 늘고 있다. '정상가족'의 신화에서 벗어나서 보면 정답은 없지만 연애와 사랑이라는 테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모두를 따라다닐 것이다. 인류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ㅋㅋ 언젠가 나올 환연3을 기다리며 못 본 시즌1을 봐야겠다ㅋㅋ



마지막 사진은 헝거헝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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