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채팅창에서 상대방과 대화를 끝맺음할 때, 반드시 자신이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끝내거나 최소한 귀여운 이모티콘이라도 보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그리고
‘우리는 다음번에 대화를 이어갈 수 있어’란 생각에서인지 ‘지금 카톡 따위보다 더 중요한 내 현실세계의 일상이 있으니까!’란 생각에서인지 몰라도 신나게 대화중이다가도 갑자기 대화가 단절되는 사람.
첫 번째 유형의 사람과는 반드시 대화의 끝맺음을 ‘다음에 또 연락해’ 또는 ‘그래 잘 지내’ 등의 '오늘의카톡대화끝굿바이인사'를 해야만 카톡 창을 나설 수 있다. 높은 확률로 그 사람은 마지막 카톡 또한 자신이 보내야만 한다. 내가 마지막으로 인사를 했더라도 그 유형의 사람은 기어이 한 마디를 더 한다. 그것이 최소한 ‘OO(’응응‘의 줄임말)’일지라도 말이다. 거기다 대고 잘 자라는 이모티콘을 하나라도 더 보냈다가는 이 대화는 밤새 이어질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내 주변에는 두 유형의 사람이 골고루 있는 듯하다.
어느 날 두 번째 유형의 사람과 대화 중이었다. 그녀에게 무언가 부탁할 일이 생겨서 한참을 바쁘게 카톡을 보낸 후 일이 마무리되었고, 나는 마지막으로 자랑하고 싶었던 한 가지를 언급했다.
“나 살 2킬로 빠졌다! 56킬로!”
그녀는 내 카톡을 읽었지만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그녀는 나의 엄마였다.
코로나를 거치며 확찐자가 되어 슬프다는 나의 마음을 여러 번 토로했었지만 그녀는 일말의 호응도 해주지 않았다.
또 친한 언니 한 명은 요가 강사라 그녀에게 홈 요가용 요가매트에 대해서 물어본 일이 있다. 가성비 좋은 걸로 추천을 받았고, 이야기는 다른 주제인 동갑내기 아이들의 학습지로 흘러갔다.
내가 카톡을 받아놓고 당일에 답장을 하지 않는 경우는 0.01% 정도인데, 그날은 무엇 때문인지 잊었지만 그녀의 마지막 카톡을 다음 날 보게 되었다. 다음날 카톡을 확인하자마자, 그녀가 물어봤던 내용에 대해서 아주 상세하게 5줄로 장문의 답장을 적어 보냈다.
그녀는 읽었지만 답장하지 않았다.
며칠 후 대뜸 그녀로부터 웹사이트 링크 하나가 날아왔다. 당시 내가 물어보았던 요가매트가 핫딜로 나왔다며 보낸 것이다.
그녀에게는 모든 대화가 열려있는 상태인 것이다. 카톡은 여러 대화나 소통수단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반면 첫 번째 유형의 사람에게 온라인 속의 나는 나의 아바타이자 분신이다.내 성격과 성향을 나타내어주는 또 하나의 나이므로 결코 (그들 기준에서) 예의도 없이 인사도 하지 않고 카카오톡을 끄고 다른 인터넷 창을 보거나 바깥세상 속 일에 몰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며 주변 지인들이 어느 쪽에 속하는 사람인지를 분석해보는 것이 재미있다고 느끼게 되었다.
나는 대게는 첫 번째 유형에 속하는 사람이었고, 처음에는 나와 반대 성향인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 사람들이 내 입장에선 갑자기 뚝 끊기는 대화 흐름을 보이며 대화를 단절시키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으이구~ 그럴 줄 알았다.’하고 생각하며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곤 한다.
요즘은 심지어 상대의 대화 패턴을 미러링 하여 비슷하게 대화를 진행시킨다.
어느 날 이 이야기를 남편에게 했더니 남편 본인은 어느 유형이냐고 되묻는 거였다.
“너야, 대놓고 ‘읽씹’하는 유형이지. 연애할 때도 몇 번 그러기에 그냥 버려버리려고 했다니깐?!”
“뭐어!!? 내가아?!! 그런데 왜 안 버렸대?”
“그러게 말이다...... 천추의 한이다...”
“제발 좀 버려주지 그랬어!!!”
등짝 스매싱을 한 대 갈기려는데 그가 덧붙였다.
“그런데 말이야. 그 두 가지 유형 말고, 한 가지 더 있는 거 알아?”
“응?? 뭔데?”
“내 친구 유재윤이는 카톡 마지막에 꼭 지가 답하곤, ‘답장안해도됨’을 덧붙인다? 크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 근데 그거는 크게 보면 첫 번째 유형에 포함시킬 수도 있겠다. 그치?”
“그러네.”
그리고 날 때부터 '인간 유형 분석' 프로그램이 디폴트로 각인된 채 태어나는 나 같은 사람도 존재한다. 인생을 참 피곤하게 산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나는 모두가 이렇게 사고하는 줄로만 알고 한평생을 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