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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영의 시작부터 인생 최악의 영화까지

by 미려 Jan 21. 2025

나의 전화번호가 털린 게 분명하다.
모르는 번호로 스팸 문자가 꾸준히 날아든다.
"영화 리뷰를 쓰고 돈을 버는 알바."
평소라면 삭제하고 차단했겠지만,
그날은 왠지 모르게 링크를 클릭해 버렸다.


링크는 오픈채팅방으로 이어졌다.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냐"며 다짜고짜 따져 물었지만,
상대방의 프로필에 보이는 대기업 로고가
왠지 모르게 신뢰를 주었다.

상대방은 영화 리뷰로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하며
내가 좋아하는 영화 장르를 물었다.
로맨스는 감흥이 없고, 스릴러는 무섭고,
코믹은 유치하게 느껴졌다.
결국 나는 액션을 선택했다.

링크를 통해 추천받은 영화들은
내가 좋아할 만한 액션 장르의 영화였다.
액션에 스토리가 더해지고,
마지막에는 감동까지 주는 그런 영화들.
그제야 나는 상대방의 말을 믿고 싶어졌다.


새해를 맞아 산책을 하다 문득 영화가 보고 싶어졌다.
송중기가 출연한 **'보고타'**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평점 1점이 넘쳐나는 리뷰를 봤지만..
설마하는 마음으로 이끌렸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몇 번이나 시계를 보고, 핸드폰을 확인했다.
액션도, 스토리도, 감동도 없는 영화.
그 시간은 내게 인생 최악의 영화로 남았다.

영화관을 나서며
평점 1점을 남기고, "인생 최악"이라는 한 줄을 남겼다.


나에게 영화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다.
영화는 휴식이고, 위안이다.
가슴이 뻥 뚫리는 통쾌함을 주고,
스토리로 감동을 주며,
두 시간 동안 행복으로 가득 차게 만드는 시간이다.


아직도 기억난다.

대학교 시절, 혼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던 나.
스스로에게 도전하기 위해 세운 목표가 있었다.

"혼자 영화 보기."

집 근처 작은 영화관 앞을 서성이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혼자 영화 보는 일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때는 넘어서야 할 큰 산처럼 느껴졌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나의 첫번째 혼영 8월의 크리스마스


스팸 문자를 클릭하며 시작된 작은 사건은,
결국 나에게 영화의 의미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위안을 주기도 하고, 실망을 안기기도 하지만,
영화는 언제나 내 삶의 작은 쉼표가 되어 준다.


그리고 하나 더 배운 것이 있다.
스팸 문자는 역시 스팸이다.
화려한 문구 뒤에 숨겨진 진실은,
결국 상대는 돈을 노린 사기꾼들 이라는 것이었다.


"다시는 이런 문구에 낚이지 않을 것이다."


이제 나는 안다.

"때로는 최악의 경험도 나를 성장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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