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싸우고, 또 그렇게 화해한다.
“바지 안 빨았어?”
외출 전 저녁 식사를 하러 들어오신 아빠가 엄마에게 물었다.
“무슨 바지?”
“아니… 내가 지난주에 내놓은 거”
“지난주에 빨 것 다 빨았어! 무슨 소리야?”
“아니라니까! 내가 지난주에 바지 벗어놨는데 지금 없다니까!”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다 빨아서 갖다 놨는데!”
서로 답답해진 엄마, 아빠는 서서히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답답하네! 정말. 와서 봐봐! 없다니까 참나 진짜… 사람 말도 못 믿고 말이야!”
“당신이 직접 가서 보구려!! 지금 세탁기에 빨래 있나 없나!!”
그렇게 한 몇 분간 실랑이하다 결국,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 빨았으면 그냥 안 빨았다고 하면 되지 그걸 뭘 우겨!”
“내가 우겨!? 주말에 빨래 다 해서 널어놓은 거 못 봤어?”
“못 봤다!”
“이리 와! 내가 찾기만 해 봐라, 진짜!”
답답한 엄마는 직접 아빠 바지를 찾으러 옷방으로 들어갔다.
“여기 있잖아!!”
“있으면 있는 거지 왜 싸울 듯이 소리를 질러!”
“당신이 먼저 답답한 소리를 하니까 그렇지!”
아빠 바지 실종 사건은 그렇게 마무리된 듯했다.
그리고 30분 후, 엄마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잠시 나갔다 온다고 하셨다. 엄마가 나가자마자 안방 문이 열리더니, 아빠가 서둘러 다시 나갈 준비를 하셨다. 나는 아빠에게 잘 다녀오시라고 마중하기 위해 현관으로 갔는데… 아빠가 조용히 서 계셨다.
“아빠. 뭐 하세요?”
아빠는 조용히 하라며 급하게 손짓했다. 그리고 갑자기 외투를 머리에 쓰셨다.
“아빠… 뭐… 하세요…?”
외투를 머리에 쓰신 채 아빠는 다시 조용히 현관문 앞에 계셨다. 그리고 몇 분 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워!”
“헤에엑! 뭐야! 뭐야!”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온 엄마는 뒤로 자빠질 듯이 놀랐다. 그 모습을 보더니, 아빠는 깔깔 웃으셨다.
“깜짝 놀랐잖아! 왜 그러는 거야!!”
“나간다”
“뭐야!! 아까 일 때문에 그런 거야?”
엄마는 황당하고 어이없어서 계속 물었지만, 아빠는 미소만 지은 채 다시 외출하셨다.
우리 엄마, 아빠의 일상은 항상 이렇다.
방금까지 큰 소리로 싸워놓고 또 몇 분 뒤에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시 대화한다.
내가 종종 부모님께 그만 좀 싸우시라고 하는데, 그때마다 엄마, 아빠 모두 “우리는 싸운 거 아니야!”라고 말씀하시며, 그저 대화하는 거라고 우기신다.
어쩌면 엄마, 아빠의 어린 시절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엄마, 아빠는 초등학교 동창인데, 어릴 때부터 투닥투닥해서 그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진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그래서 아직도 서로 싸우고 서로 놀리는 게 아닌가 싶다.
엄마, 아빠는 싸우는 게 아니라고 몇십 년간 말하고 계시지만, 사실 나는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