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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음 Oct 20. 2021

식단으로 당뇨를 치료한다고?

아빠를 살린 엄마의 식단

작년 건강검진에서 아빠는 당뇨, 고지혈, 고혈압 등 몸에 좋지 않은 병들을 모두 판정받았다. 검사 결과를 본 담당의는 “이렇게까지 될 동안 관리를 안 하시면 어떡합니까?”라고 아빠한테 핀잔을 주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 가족이 제일 염려했던 병은 ‘당’이었다. 전부터 아빠는 크고 작은 병 한번 걸리지 않고 건강하셨다. 하지만 아빠도 세월을 피해 갈 수 없는 탓에, 건강하던 아빠의 몸에도 하나둘씩 병이 생기기 시작했다. 몇 년 전 처음 ‘당’이 발견됐는데, 그때 당시에 의사는 “당장 당뇨병은 아니지만, 관리가 꼭 필요하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엄마는 그때 그 얘기를 듣자마자 바로 식이요법을 시작하셨다. 그때 엄마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을 때인데, 시중에서 책 하나를 사서 식이요법에 필요한 공부를 틈틈이 하시고, 집에 오셔서 아빠 몸에 필요한 영양소로 구성된 식단을 차려드렸다. 그렇게 몇 개월 관리하니, 아빠는 다시 건강해지셨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아빠의 건강이 회복되자마자 할머니의 건강이 악화됐다. 지금은 할머니가 돌아가셨지만, 할머니는 약 2년간 암 투병을 하셨다. 엄마는 할머니를 병간호하기 위해 아빠를 신경 쓸 수 없게 됐고, 아빠는 직접 식사를 차려 드셨다.

그 사이 다 나은 줄 알았던 아빠의 건강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받은 건강검진에서 다시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당은 전보다 안 좋아져 당뇨가 거의 확실시되기 직전이었고, 고지혈, 고혈압 등 중년에게 위험한 각종 질병을 갖고 계셨다.

건강검진을 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엄마는 속상한 마음에 아빠를 타박했다.

“아무리 내가 없더라도 혼자 잘 관리했어야지 어떡하려고 그래!”

“…”

아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안방으로 들어가셨다. 엄마는 그런 아빠를 측은한 마음 반, 속상한 마음 반으로 지켜봤다.



그렇게 무거운 공기가 흐르고 다음 날, 엄마는 아침 일찍부터 분주하게 움직이셨다.

“엄마. 어디가?”

“엄마 시장에 장 보러 가”

“이렇게 일찍?”

“다시 아빠 식단 해줘야지. 저러다 네 아빠 정말 큰일 날 것 같아”

엄마는 굳은 결심을 한 표정으로 현관문을 나섰다.

그때부터 다시 아빠의 식이요법이 시작됐다.

엄마는 놀라울 정도로 건강식들을 새로 개발했다. 전부터 음식 솜씨가 좋으셔서 가게도 하셨던 분이지만, 맛없는 건강식 재료에서 풍미가 느껴지도록 요리하셨다. 순수 메밀면을 사 오셔서 야채만 들어간 메밀 김밥을 만들어 주시기도 하고, 속을 두부로만 꽉 채운 두부 유부초밥, 밥 대신 계란으로 만 계란 김밥, 야채를 한가득 넣은 야채 현미 볶음밥 등 건강에도 좋고 맛도 좋은 음식들을 만들어 내셨다.


건강식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의 식습관을 고치기 위해 엄마는 아빠를 호되게 다그쳤다. 밥을 드시고 자연스럽게 과자에 손이 가려고 할 때면 “아니 밥을 다 먹고 탄수화물 덩어리인 과자를 또 먹어?”라고 하시고, 일 때문에 술을 드시고 오신 날 라면을 끓여 드시려고 하면 “지금까지 먹고 온 게 몇 칼로리인데 뭘 또 먹어!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라고 호통을 치셨다. 그때마다 아빠는 조용히 먹을 것을 내려놓으셨다.

그런 아빠가 안쓰러워 엄마는 다음날 건강한 간식을 사러 다니셨다. 과자, 아이스크림 같은 군것질 말고 토마토, 키위 등 최대한 당이 없는 과일을 사 오시기도 하고, 오이, 파프리카 등 밥 먹을 때 더 먹어도 건강에 문제가 없는 야채들을 사 와, 상에 올려두시기도 했다. 그렇게 건강한 식재료를 찾아다니시다, 근처 밭에서 농산물을 직판매 하는 곳까지 알게 돼셨다.




그 후 식이요법을 반년 넘게 했을 무렵, 아빠는 다시 건강검진을 하러 내원하셨다.

긴장한 마음으로 진료 상담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작 차례가 되자 담당의는 놀라워할 정도로 좋아졌다고 하며 웃음 지었다고 했다. 당은 정상 수치로 돌아왔고, 고지혈/고혈압도 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하며 직접 수치를 확인시켜줬다고 했다. 담당의는 갑자기 좋아진 결과에 “혹시 아무것도 안 드시는 건 아니시죠?”라고 까지 반문했고, 아빠는 “굶는 건 절대 아니고 아내가 신경 써서 관리해줬다”라고 답했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들은 엄마는 한시름 놓았다며 다행이라고 했다.

그리고 며칠 뒤 아빠는 엄마와 나를 데리고 고기를 먹으러 가자고 하셨다. 식사하시면서 아빠는 엄마한테 정말 고맙다고 계속 말씀하셨다. 의사도 놀랠 정도의 식단 관리였다고 하시면서, 아빠는 엄마의 식단을 이렇게 말했다.

“기적의 식단이야”

그날 우리는 오랜만에 기쁜 마음으로 식사를 했고, 아빠의 식단 관리는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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