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또 다른 취미, 발명
운동 후 집에 돌아오니 식탁에 이상한 물건이 놓여 있었다.
아빠는 자랑스럽게 직접 만든 새로운 발명품을 설명했다.
“이거 아빠가 만든 거다? 봐봐! 물티슈 뚜껑 있잖아, 그것만 따로 떼서 과자 봉지에 붙인 거야. 이러면 남은 과자가 눅지지도 않고, 먹다가 그만 먹고 싶을 때 뚜껑만 닫아서 보관하면 돼!”
너무 만족해하는 아빠와 달리 엄마와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왜? 별로야?”, 아빠가 물었다.
“그럴 바에 그냥 비닐봉지에 담는 게 더 빠르지 않겠어?”, 엄마가 말했다.
“에이~ 그러면 먹을 때마다 봉지를 풀고 닫아야 하잖아! 근데 이건 뚜껑만 열었다 덮었다 하면 되는 거니까 훨씬 편하지!”
“그거 만드는데 얼마나 걸렸수?”
“아까 잠깐…?”
“잠깐은 무슨 한 30분은 또 낑낑대고 만들었겠구만. 그리고 그 물티슈를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 손때가 묻었을 텐데, 뭐가 깨끗하다고 그걸 거기에다 붙여! 과자봉지는 일회용이니까 먹다가 버리든지, 아니면 그냥 집게로 짚든지! 아, 왜 그러는 거야 정말!!”
“에휴… 말이 안 통한다 안 통해. 이게 얼마나 편한 건데… 말을 말자 말아!”
지난번에 한번 우리 아빠는 물건을 잘 못 버린다는 글을 포스팅한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cavin396/61
아빠의 발명품 개발은 그 여파인데, 버려지는 물건에서 뭔가를 떼서 억지로라도 어딘가에 다시 붙여 넣는 식이다. 아빠는 그럴 때마다 만족해하며, “다 쓸데가 있는 거야!”라고 말한다.
그 외에도 TV를 보시다가 생활 정보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생활 꿀팁이 나오면, 무작정 시도하시기도 한다. 한 예로 아빠만의 바나나 보관법이 있다. 작년부터 내가 다이어트를 하는 중이라, 우리 집에는 항상 바나나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본 게 있다며, 주방에서 뭔가를 끙끙 만들고 계셨다. 몇 분 뒤 아빠는 바나나 꼭지 쪽을 호일로 감싸고, 비닐봉지에 바나나를 꽁꽁 싸매셨다. 엄마와 나는 당황하여 물었다.
“이게 뭐야?”, 엄마가 물었다.
“TV에서 보니까 이렇게 하면 바나나를 오래 먹을 수 있다더라. 앞으로 이렇게 보관해”
“아니… 이렇게 꽁꽁 싸매면 불편해서 어떻게 먹어?”
“참나, 불편하긴 뭐가 불편해? 봉지 열어서 꺼내먹고 다시 묶으면 되지?”
“그러면 먹을 때마다 그걸 풀었다가 묶었다가 하라고?”
“그러면 되지 뭐가 문제야?”
“아유… 당신이나 해! 하루에도 바나나를 다들 얼마나 먹는데 그걸 언제 풀었다 묶었다 해?”
“아니, 좋은 게 있으니까 알려주는 거지! 뭔가를 알려주는데 왜 듣지를 않아?”
“이게 좋은 거야, 지금?”
“그럼! 일단 해보면 될 거 아니야!”
아빠는 그렇게 호기롭게 외쳤다.
하지만 일주일 뒤, 아빠도 바나나를 먹을 때마다 풀고 묶고 하는 게 너무 불편하셨는지, 조심스럽게 그 방법을 포기하셨다. 지금도 종종 바나나를 그렇게 보관하실 때도 있는데, 그때는 바나나를 한 송이 더 사 온 뒤 베란다 뒤에 두고 따로 먹는다.
이런 아빠를 발명왕 또는 아이디어 뱅크라고 불러드려야 할지… 아니면 만물상 또는 고물상이라고 불러드려야 할지… 참 고민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 아빠는 우리 가족의 시선과 반응은 상관없이, 틈날 때마다 안방에서 또 새로운 발명을 하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