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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음 Aug 18. 2021

나는 외할머니에게 좋은 손자는 아니었다.

외할머니의 이장

나는 외할머니에게 좋은 손자는 아니었다.


“할머니한테 냄새나!”

“씁!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혼난다!”


내가 어릴  외할머니는 여든을 바라보고 계셨다. 엄마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셔서, 엄마가 40대일  외할머니는 이미 노쇠하셨다.


외할머니를 외할머니라고 불렀을 때부터 나는 외할머니를 좋아하지 않았다. 할머니에게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어릴 때 외할머니 댁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태어났을 때부터 아파트에 살았던 나에게 허름한 빌라도 낯설었고, 할머니 집에서 나는 이상한 냄새도 싫었다. 종종 엄마가 외할머니 집에 나를 맡기고 갈 때가 있었는데, 나는 그때마다 떼를 쓰며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했다.


그래도 외할머니는 나를 예뻐하셨다. 이미 노쇠해지셔서 제대로 놀아주시지는 못했지만, 항상 먼저 말도 걸어주시고, 천 원짜리 몇 장 쥐어 주시면서 옆에 슈퍼 가서 먹고 싶은 거 하나 사 오라고 돈도 주셨다. 할머니는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을 좋아하셨지만, 나는 어서 빨리 엄마가 오길 기다렸다.


그런 외할머니는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돌아가셨다. 갑자기 돌아가신 건 아니고, 전부터 많이 노쇠해지신 터라 병사로 돌아가셨다. 그때 엄마는 펑펑 울고 있었지만, 나는 어릴 적이라 그저 조용히 엄마 옆에 앉아 있었다.


할머니는 선산에 묻히셨다. 그곳에는 이미 예전에 돌아가신 외할아버지, 외삼촌이 묻혀있었다. 외할머니는 외할아버지 옆에 나란히 묻히셨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나고, 얼마 전 우리 가족은 다시 외할머니 묘지를 찾아갔다. 외가 종중 선산 부지가 재개발되어 이장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외가는 천천히 이장을 진행해왔다. 선산 근처에 공장부지가 들어서면서 친척들은 각자 이장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우리 차례였다. 오랜만에 찾아간 선산은 주변 개발 때문인지 높았던 산자락은 온데간데없었고, 동네 작은 동산 정도로 변해있었다.


가족들이 모이고 이장을 위한 파묘가 시작됐다. 먼저 제사를 드리고 천천히 봉분을 파내려 갔다.  분 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나란히 묻혀있는 관이 나왔다. 다시 인사를 드리고 천천히 유골을 수습했다.


수습한 유골을 갖고 화장장으로 이동했다. 가족들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화장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화장이 다 끝난 후, 가족들은 서로 나뉘어, 재가 된 유골을 들고 추모 공원으로 이동했다. 나는 외할머니의 유골을 들었다.



할머니의 유골은 따뜻했다. 이미 저세상으로 가신지 20년이 지났지만, 온기 때문에 잠시 내 옆에 계신 것 같았다. 그런 할머니의 유골을 안고 가면서, 마음속으로 할머니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 할머니에게 냄새난다고 하고, 할머니 싫다고 해서 미안해요…’라고 추모공원에 가는 동안 계속 속으로 말했다. 어렸을 때는 몰랐지만, 손자가 냄새나고 할머니 싫다고 했을 때, 할머니는 속으로 얼마나 상처를 받으셨을까… 나이가 들면서 그 점이 돌아가신 외할머니에게 항상 미안했다.



잠시 , 추모공원에 도착했다. 사촌 형이 알아본 곳이라고 했는데, 경치도 좋고 관리도 깔끔하게  돼있어서 무척 마음에 들었다. 모시고  유골을 추모관에 넣은  다시 제사를 올렸다. 그렇게 제사까지 마무리하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삼촌 이장이 모두 끝이 났다.




돌아오는 길에 ‘외할머니 이장할 때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라는 생각을 했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손자로서 좋은 기억을 만들어드리지 못했는데, 이장이라도 도와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항상 할머니가 냄새난다고, 할머니 싫다고 했었던 손자였는데… 저 세상에서 외할머니가 지금 나에게 어떤 표정을 짓고 계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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