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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음 Jun 30. 2021

어젯밤에 우리 아빠가 (feat. 닭강정)

비 맞으며 사 오신 닭강정



밤 9시쯤,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xx(본인)아! 빨리 옷 입어라!"

    "왜 그래?"

    "아빠가 버스 타고 곧 내리시는데 아마 우산이 없으셔서 비 쫄딱 맞고 오실 거야! 빨리 나가자!"


엄마와 나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문 밖을 나섰다. 그날 아버지는 약속이 있어 밖에서 식사를 하고 오시는 길이였다. 저녁을 먹고 엄마와 티브이를 보고 있었는데, 한두 방울 떨어지던 빗방울이 갑자기 폭우로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을 안 들고 가신 아빠가 걱정이 되던 찰나,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그러니까 그냥 택시를 타라니까, 왜 꼭 술 먹고 버스를 타! 내리면 그냥 버스 정류장에 있어! 우리 금방 가!"


아빠한테서 온 전화였다. 한 잔 하시고 돌아오시는 길에 버스를 탄 아빠는, 갑작스러운 소나기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와 나는 급히 우산을 들고 집 앞 버스 정류장으로 뛰쳐나갔다.


정류장에 다다랐을 때, 저 멀리 재킷을 머리에 쓰고 단지 안으로 뛰어오는 사람이 보였다. 바로 아빠였다.


    "가만히 있으라니까 왜 또 올라와!"


엄마는 답답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빠는 대답 대신 웃으면서 검은색 봉지를 건넸다.



그건 우리 식구가 좋아하는 닭강정이었다.




몇 개월 전 한잔하시고 돌아오신 아빠는 닭강정 한 봉지를 사 가지고 오셨다.


엄마가 웬 닭강정이냐고 묻자, 아빠는 술 마시고 나오는 길에 닭강정이 먹음직스러워 보여 하나 샀다고 했다. 통에 옮기고 하나를 맛봤는데, 그동안 먹었던 닭강정 중에 제일 맛있었다. 닭을 좋아해서 속초에 갔을 때도 그 유명한 만석 닭강정도 먹어보고, 다른 닭강정도 먹어봤는데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부드러운 육질에 한입 씹으면 육즙이 가득 터져 나왔다.


다음날 아빠에게 닭강정이 너무 맛있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아빠는 "웬 닭강정?" 하시며 기억하시지 못했다. 어제 일을 설명하니 그제야 아빠는 "아... 기억난다. 그거 맛있어 보여서 샀는데 진짜 맛있었어?"라고 말하셨다. 웃음을 참으며 아빠에게 한 조각드렸더니, 아빠는 "이야... 이거 진짜 맛있네!" 하며 감탄을 했다.


그 이후, 그 닭강정집 근처에서 술을 드실 때면, 아빠는 꼭 닭강정을 사 오셨다.





지난밤 아빠가 굳이 비 오는 날 버스를 타 신건, 그 집 닭강정을 사 오기 위함이었다.


아빠는 옛날 사람이다 보니 가족들에게 감정 표현하시는 게 서투르시다. 하지만 그 진심을 전하지 못하시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어제 사 오신 그 닭강정은 아직도 달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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