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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코더 Feb 02. 2022

직장인 작가도 고독이 필요할까?

'이봐.. 애송이 고독을 이기는 것이 진짜 작가라고!'


고독이 주는 망상


직장인이 혹은 개발자로 일하면서 저녁 서재 위에서 글쓰기를 합니다. 그러면서 느끼는 건 참 '고독'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친구도 별로 없고, 술도 별로 안 좋아해서 회식도 잘 안 가는 타입이라. 원래 혼자 쉬는 편을 좋아하지만 고독을 즐기는 편은 아닙니다. 그래서 몰려드는 고독을 달래주기 위해서 다분히 노력합니다. 책을 읽거나,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고, 영화를 보기도 합니다. 가끔은 친한 친구와 밤늦게까지 의미 없는 긴 시간 동안 수다를 떨면서 고독을 위로합니다.


제가 이렇게 고독을 싫어하는 이유가 한 가지 있습니다. 고독에 잠기다 보면 온갖 '망상'들이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망상은 일어나지도 있지도 않은 것을 마치 사실인 양 믿는 허황된 생각을 말합니다. '구사나기 류슌'의『클린 CLEAN』을 읽어보면 이 망상이 얼마나 우리를 괴롭게 하는지 잘 나타냅니다. 망상은 우리의 마음을 괴롭게 하고 티끌 같던 망상들이 쌓여 태산처럼 되어 마음을 점령해 다른 생각은 할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린다고 합니다. 괜히 고통스러운 과거를 떠오르게 하고, 괴로운 감정이 되살아 나면서 현재의 삶과 무관하게 '난 실패했다', '나는 괴롭다'라는 생각을 솟구치게 합니다. 모두가 겪는 고독의 결과라고 말할 수 없고, 일종의 정신병일 수도 있고, 저만의 약점일 수도 있지만 책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올바르지 않은 망상이 마음속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 덕분에 괴로움을 격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고독이 매우 무섭고 두렵습니다.



직장인 글쓰기도 고독이 필요할까?


직장인은 일과시간에 번뇌에 시달립니다.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갑'과 '을'로된 복잡한 세계에서는 온갖 스트레스와 상처를 동반합니다. 서로를 할퀴고 상처를 주면서 일하는 직장인에게는 어쩔 수 없는 돈의 대가입니다. '저녁 작가'는 퇴근 후 그렇게 힘든 마음을 부여잡고 다시 책상에 앉아서 3,4시간 동안 다시 글을 씁니다. 그러면서 찾아오는 망상 그리고 오늘 받은 스트레스가 조합돼 버티기 힘든 고독의 시간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종이 책을 두 권을 정도 내고 지쳐있을 때 어느 날 직장인 작가에게도 고독이 필요할까라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취미로 시작한 글쓰기가 왜 오히려 나를 힘들게 하는 걸까? 오히려 고독을 몰고 오는 주범일까? 차라리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마음이 편안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이상한 생각에 잠긴 저에게 '미루야마 겐지(丸山健二)'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고독을 이길 힘이 없다면 문학을 목표로 할 자격이 없다. 세상에 대해, 혹은 집단과 조직에 대해 홀로 버틸 대로 버티며 거기에서 튕겨 나오는 스파크를 글로 환원해야 한다. 가장 위태로운 입장에 서서 불안정한 발 밑을 끊임없이 자각하면서 아슬아슬한 선상에서 몸으로 부딪치는 그 반복이 순수문학을 하는 사람의 자세인 것이다."  -마루야마 겐지-


클라이밍에 한참 취해 있을 때 잘못된 자세로 인해 손가락에 부상을 자주 입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이 운동을 포기했습니다. 개발자도 피아니스트처럼 손가락이 매우 귀중한 신체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같이 시작했던 선배 개발자는 손가락 상처가 아물고 단단해지면서 더 이상 다치지 않고 등반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지역대회에 출전하는 아마추어 선수가 되었습니다. 고통을 피하는 자와 적응 한자의 차이입니다.



직장인 작가도 고독은 글을 만든다



'자크 랑시에르'는『무지한 스승』에서 고독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진리는 고독하게 자기를 의식하는 인간에게만 말을 건넨다." 작가는 고독할 때 자신의 세계와 내적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글이라는 것은 작가의 세계관과 다양한 철학이 만나서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작가가 내면을 돌아보지 못한다면 좋은 글이 나올 수 없을 거 같습니다. 작가만의 독창적이고 신선한 시선이 나올 수 있는 것도 충분히 생각이라는 공간에 잠겨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생각이 더 좋은 글이 된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결국은 고독은 작가에게 힘들지만 꼭 필요한 시간인 건 분명한 거 같습니다.


퇴근 후 글쓰기는 작가에게 행복이자, 불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퇴근 후에는 저도 새로 나온 치킨 메뉴를 시켜먹고, 넷플릭스 최신 영화를 보면서 쉬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떨면서 하루에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직장인으로서 글을 쓰고 책을 내고 싶다면 당연히 동반하는 고통이 바로 '고독'이라는 놈이라는 결론입니다. 피할 수 없는 고통이자, 작가에게 주어진 중요한 책임이라는 결론입니다.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다시 한번 마루야마 겐지가 제 귓가에 단호하게 말을 걸어옵니다. '이봐.. 이제 글을 시작한 애송이, 고독을 이기는 것이 작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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