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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0대 중반의 지겨움

by 맨오브피스

‘유튜브를 봐도 재미가 없다…’


알고리즘의 문제는 아니었다. 좋아하는 게임 방송을 봐도 시시해서 대충 보다 말았다. 21세기 최고의 중독머신인 유튜브가 재미없을 리가? 그러나 그런 날이 종종 있었다. 그럴 때 나는 불 끄고 누워 멍하니 천장을 쳐다보곤 했다.


이 글은 평범한 30대 직장인이 어떤 공허감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다. 적당히 행복한 스스로를 혐오하며 의미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공감하는 사람이 3명 정도는 있겠지…라는 마음으로 써본다.


내 입으로 말하기 좀 그렇지만 나는 꽤 부지런히 살았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고, 운동도 적당히 했으며, 일도 열심히 했다. 성과를 낸 사이드 프로젝트도 몇 개 있었다. 아내와 사이도 좋았고, 많지는 않아도 같이 놀 친구들도 있었다.


객관적으로는 별로 아쉬울 것 없는 삶이어야 했다. 그러나 먹고, 자고, 싸고, 일하고, 유튜브 보고, 술 먹고, 가끔 여행 가고… 이게 다인가 싶었다. 적당히 가졌지만 우울하고 공허했던 것 같다. 생활은 안정적인데, 왜 그렇게 돌아가야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 위화감이랄까. 돈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고민도 아니었다.


남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관찰해 보면 다들 즐거워 보였다. 넷플리스든 아이돌 덕질이든 뭔가에 빠져있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나에게 취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나는 비디오 게임을 무척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쌓아온 즐거움이라 늘 나와 함께 했다. 덕분에 심심할 틈은 없었다. 하지만 충만하지는 않았다.


감성에 젖는 밤 시간이 되면 비슷한 고민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기도 했다. “30대인데 공허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긴 했다. 그러나 커뮤니티 글 특성상 가벼운 느낌이 대부분이었고(예: ”결혼하면 좀 나아지려나요?” 등), 나의 경우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게 문제였다.


사는 게 원래 그런 거라고 퉁치고 싶었는데, 퉁쳐지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나는 일을 할 때 ‘원래부터 그런 건 없다’는 걸 기둥 삼아 깊게 파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정작 내 삶은 원래 그런 거라고 넘어간다니? 앞뒤가 안 맞았다. 도대체 공부는 왜 해야 하는지, 게임은 왜 하면 안 되는지 물었을 때 “원래 학생은 공부하는 거야”라는 어른들의 대답이 그렇게 실망스러울 수 없었다. 똑같은 대답을 스스로에게 해봤자 먹히지 않았다.


물론 세상만사 모두 파고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파고들기 귀찮아하는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마음속 공허감의 정체만큼은 꼭 밝혀내자는 사명감마저 들었다. 아무런 변화 없이 40대로 향하는 느낌이 너무나도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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