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트로부터 빠져나온 건 개개인들이 기울인 절망적이지만 단조롭고 꾸준한 노력들이다."
소설 <페스트>에 나오는 문장인데 정말 그렇다. 획기적인 비법 같은 건 없다. 해야 할 일을 계속하다 보면 결과는 나온다. 반대로 계속하지 않으면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공허함을 내버려 두면 계속 공허할 것이고, 몸이라도 꾸준히 움직이면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내가 발견한 사실이 아니다. 이미 기원전부터 전해 내려 오는 진리다.
그럼 목표를 위해 꾸준히 실행하려면 어떡해야 할까. 수첩, 포스트잇, 메모장, 에버노트, 노션 어디든지 상관없다. 일단 내 눈앞에 보이도록 적어야 한다. 나는 휴대폰 첫 화면에 할 일 목록 위젯을 설치해, 잠금화면을 풀면 그 즉시 할 일부터 눈에 들어오도록 세팅해 놨다. 다 적었다면 이제 하나씩 실행할 뿐이다. 시작 전부터 최고로 효율적인 방법을 찾기보다는 직접 시행착오를 겪으며 개선해 나가는 편이 낫다. 방법론에 심취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하다 보면 나만의 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냥 한다'를 반복하는 것은 지치는 일이다. 왜냐하면 정말 하기 싫기 때문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원칙이다. 자신만의 원칙이 있으면 하기 싫은 일도 해낼 수 있다. 한두 번이 아니라 거의 매일 해낼 수 있다. 의욕 넘치고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보다, 귀찮아도 그냥 하는 사람이 더 위대하다. 하고 싶을 때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하니까 하는 것이다.
원칙이라고 해서 뭐 거창한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해내는 놈' 정도의 마음가짐이라 생각한다. 요점은 '싫지만 한다'가 아니라 '싫어도 하는 나'다.
명쾌하지 못한 마음은 불안을 낳고 공허감을 데려온다. 나는 욜로를 외치며 방탕하게 사는 사람들이 부러웠었다. 생활이 방탕할지언정 애매하지 않는 점이 좋았다. 적당함과 최선 사이에 걸터앉은 나와는 달랐다. 확실하게 몰입하지도, 그렇다고 당당하게 때려치우지도 못하고 있지 않은가? 싫은 것도 좋아하는 척, 불만이 있어도 괜찮은 척하고 있지 않은가? 살 마음도 없는 물건을 충동적으로 지르고 있지 않은가? 그런 모습의 자신까지 사랑할 수 있다면 할 말 없다. 그러나 혐오스럽다면, 변화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하나씩 글로 적어보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운동을 권한다. 운동하면 몸이 힘들어져 생각이 단순해진다. 피가 잘 돌아 머리가 맑아진다. 꾸준히 반복하다 보면 '나는 한다면 하는 사람'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 100% 완벽히 해내지 않아도 된다. 70~80%의 달성도 충분히 꾸준하다. 그 정도면 스스로를 믿을 근거가 된다.
'동기부여', '넘치는 의욕', '불타는 의지' 이런 개념은 생각보다 도움이 안 된다. 그저 지나가는 감정에 불과하니까. 동시에 하기 싫은 마음도 감정일 뿐이다. 의욕이 넘치든 귀찮아 죽겠든, 그냥 계속하는 것이 핵심이다. 육즙 가득한 트리플 패티 햄버거가 있다? 참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이건 납득의 문제니까. 맛을 느끼기 위한 대가로 스스로의 건강과 돈을 흔쾌히 지불할 수 있는가? 그럴 수 있다면 먹고, 아니라면 안 먹으면 된다.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이 있다. 나는 마음을 먹기 위해선 머리로 납득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하는지도 모르는데 그냥 하는 건 인간답지도 않고 지속하기도 힘들다. 반대로 왜 해야 하는지 납득했다? 그렇다면 남은 건 반복뿐이다. 할 일을 적은 뒤 그대로 움직이는 거다.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생각보다 훨씬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