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자고, 싸고, 유튜브 보고… 그게 다야?” “응! 그게 다야!” 이런 대답을 들었다 해도 나는 납득하지 않았을 것이고, 계속 괴로워했을 것이다.
그래도 한 번 뒤집어서 생각해 보았다. 먹고, 자고, 싸고, 유튜브 보는 게 인생의 전부면 또 어떤가? 나는 아무래도 납득하지 못했지만, 그에 대한 근거를 대지도 못했다. "그냥 왠지 아닌 거 같아서..."가 최선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서 행복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다면 그걸로 된 것 아닌가?
이 의문에 대해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었다. 나는 마음속 모든 모호함을 살펴보기로 결정했으므로.
'움직임이 매력적인 만큼 정체는 혐오스럽다(Stagnancy is as repulsive as momentum is attractive)'라는 말에서 힌트를 얻었다. 어디서 주운 구절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내가 불편했던 지점을 정확히 집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먹고, 자고, 싸고, 일하고, 유튜브 보고, 가끔 여행 가는 스스로의 삶이 정체되었음을 감지한 것 같다. 적절히 노력하면 예상만큼 굴러가는 삶. 그리고 거기에서 안심하는 삶. 안전하고 행복하다고 볼 수 있지만, 어딘가로 향하지도 않는 삶. 안주하기 싫지만 안심감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 어중간한 상태.
‘멋진 영화 주인공’이라고 했을 때 생각나는 인물을 떠올려보자. 그들은 반드시 어딘가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신체든 정신이든 전진하고 있을 것이며, 그 모습은 매력적일 것이다. 하루종일 TV만 쳐다보고 있는 영화 주인공을 상상해 보자. 매력적인가? 모두가 세상에서 악을 몰아내는 슈퍼히어로가 될 필요는 없지만, 내 세계관 안에서라도 계속 움직여야 한다.
춥다는 이유로 이불 안에서 꾸물거리는 모습은 (적어도 나에게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이불 밖으로 나가면 될 일이다. '해야 되는데... 귀찮아... 근데 해야 하는데...'라며 하루종일 정체된 모습의 주인공은 별로다. 차라리 '몰라, 때려쳐!'라며 당당히 자는 모습이 낫다.
나는 나 자신이 확신을 갖고 움직이는 사람이었으면 했다. 하기로 했으면 하고, 그만둘 거면 곧장 그만두는 게 멋있어 보였다. 반쪽짜리. 어정쩡. 뜨뜻미지근. 이런 단어와 연관되기는 싫었다. 하기로 했으면 하기 싫어도 하는 놈. 동기부여를 찾아 헤매지 않는 놈. 자신의 기분을 결과물과 연관 짓지 않는 놈. 하지 않기로 한 것은 안 하는 놈.
운동을 제대로 시작한 것, 식단을 꾸준히 지키는 것, 산만함을 제거해 생각의 리듬을 되찾은 것. 이 모든 것 덕분에 앞으로 굴러가는 느낌을 되찾을 수 있었다. 정체된 느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변화를 기대하는 일상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어떻게 살든, 나 스스로가 납득한 기준을 믿을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