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학교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강의를 수강한 적이 있다. 강의 제목은 '건강과 행복의 과학(The Science of Well-Being)'. 나는 삶에 대해 가슴뿐만 아니라 머리로도 이해하고 싶었다.
수업에서는 돈을 버는 것, 경쟁에서 이기는 것, 남과 비교하는 것이 행복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다양한 관점을 통해 살펴보았다.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도 있었다. 일정 액수부터는 아무리 돈을 더 벌어도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든가, 남과의 비교는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 등. 하지만 그중 가장 흥미로운 건 물건에 대한 수업이었다.
나는 물건 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돈이 아깝기도 하고, 깔끔한 분위기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단순 취향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수업에서는 한층 더 깊이 들어갔다. 물건이 우리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의 정신이 맥락과 상대성에 집착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물건을 사기 전에는 '갖고 싶은 존재'였는데, 손에 넣은 뒤에는 '유지해야 하는 존재'가 되므로 지루해지고 귀찮아진다는 설명이었다.
'물건보다 경험에 투자하라'는 것이 수업의 결론이었다. 상투적인 이야기지만 그 근거가 흥미로웠다. 물건은 남지만 경험은 사라진다. 사라지니까 아깝다고 느낄 수 있는데, 사라지기에 비로소 귀중하다는 것이었다. 같은 경험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특별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특별한 경험을 이야기로 듣고 싶어 한다. 반대로 내 쿠팡 장바구니 목록을 읊는 것은 흥미롭지 못하다. 누구나 언제든지 담을 수 있으므로. 남는 것에는 적당히, 사라지는 것에는 통 크게 투자해야 한다는 가르침이었다.
물건을 아예 사지 않을 수는 없다. 필요가 없더라도 원하는 물건이 있으면 사도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 물건을 정말로 원하는가? 아니면 기분 따라 질러버린 것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결국 내가 몸을 움직이고, 음식을 가려먹고, 스마트폰을 덜 보려는 몸부림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였다. 산만함을 끊어내고 중요한 것에 집중하자는 것. 뭘 하든지 의도를 갖고 행동하자는 다짐이었다.
나는 수많은 물건에 둘러싸이는 것이 행복한가?
입지도 않는 옷을 잔뜩 쟁여 놓아서 기쁨이 가득한가?
집 정리를 계속 나중으로 미루는 스스로가 자랑스러운가?
그런 내가 행복하고 자랑스러우면 계속 그렇게 하면 된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내 안의 적당한 외면은 이제는 정말로 그만둘 필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