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8. 유튜브 보면 즐거운가?

by 맨오브피스

당신에게 유튜브(또는 넷플릭스, 틱톡, 인스타그램 등)는 어떤 존재인가? 나에게는 인생의 가르침과 시간낭비를 동시에 선사해 준 플랫폼이다.


하루에 최소 3시간은 유튜브를 보는데 썼던 것 같다. 일상의 여러 순간을 유튜브 보는 재미로 채웠다. 책이나 영화의 요약 영상을 보면 이득이라고 생각했었다. 재밌는 데다 정보까지 얻을 수 있고, 돈도 안 드니 최고 아닌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 때가 있었다.


하지만 행복과 공허가 섞여있는 일상 가운데,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유튜브 쇼츠 보느라 눈이 충혈된 나. 그런 내가 마음에 드는가?

유튜브 틀어놓고 게임하느라 그 어느 것에도 집중하고 있지 않은 나. 그런 내가 마음에 드는가?

볼 게 없다며 넷플릭스 목록을 끊임없이 훑고 있는 나. 그런 내가 마음에 드는가?


보고 싶은 걸 보는 건 문제가 없다. 딱히 보고 싶은 것도 없는데 계속 만지작거리는 것이 문제였다. 유튜브를 틀어놓고 게임하면 즐거움이 2배일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몰입 능력 파괴’라는 이름의 해로운 훈련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눈앞의 오락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가? 아니면 그냥 쳐다보고 있는가? "아~ 재밌었다"라며 만족했는가? 아니면 틀자마자 1.5배속으로 설정한 뒤 다음 영상을 찾고 앉았는가?


나는 새로운 기술을 신나게 즐겼고, 그에 대한 부작용도 확인했으니 이제는 균형을 잡을 때였다. 쉽게 얻은 도파민은 반드시 고통을 수반한다. 유튜브,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술, 디저트, 도박 모두 값싼 도파민이다. 소비했을 때의 쾌락은 고통으로 중화된다. 신체적 대가도 치러야 한다.


그러나 값싼 도파민을 끊기란 쉽지 않다. 손가락만 까닥하면 쾌락 물질이 콸콸 쏟아지는데 어떻게 거부할 수 있겠는가?


나만의 방식을 공유해 보겠다. 나는 유튜브 보는 것을 참지 않았다. 참는 것은 너무나 괴롭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자신을 혐오했다. 마치 튀김우동에 파를 올려 죄책감을 지우는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겼던 것처럼. 유튜브 앱에 충동적으로 손을 뻗는 자신에게 '또 뒤적이고 앉았냐?'라 말한 뒤 진심으로 싫어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은 옳다. 하지만 마음에 안 드는 놈을 사랑하기란 쉽지 않다. 사랑할만한 놈으로 바꾸는 편이 더 빠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유튜브 앱을 지워보기도 했다. 그러나 노트북으로 보면 될 일이었다. 그런 장치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보고 싶은 영상이 있으면 보면 됐다. 하지만 볼 것도 없는데 만지작거릴 때면 등신이라며 혐오했다. 나는 스스로를 3인칭으로 관찰했을 때, 충동적이기보다는 절제하는 모습을 보기 원했다. 그러기 위해 충동적인 행동이 드러날 때마다 힘껏 혐오했다.


‘유튜브를 보지 않는다’가 아니라 ‘볼 게 없으므로 유튜브를 켜지 않는 나’를 연기했다. 무작정 참는 게 아니라, 나는 원래 충동적이지 않은 놈이라는 정체성을 가져야 했다. 원래 그런 놈, 원래 그런 놈. 계속 세뇌했다.

keyword
이전 07화7. 자기혐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