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살, 얼마 전 인생 처음으로 집을 샀다. 집을 샀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 모두가 깜짝 놀란다. 가장 많이 듣는 단어는 '용자'이다. 아마도 저 단어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을 것이다.
용자, 용기 있는 자. '젊은 나이에 벌써 집을 샀다니 대단하다!'일 수도 '지금 같은 고금리 시대에 집을 사다니 겁도 없다!'일 수도 있다. 어쩌면 지금 집을 산 건 겁 없는 20대의 패기일지도 모른다.
왜 지금 집을 샀나요?
왜 하필 지금 집을 사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부모님 역시 나에게 집값이 더 떨어질 것 같으니 조금 더 신중하게 고민해보고 나중에 집을 사는건 어떻겠냐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 하지만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국 청개구리 같이 내 고집대로 집을 샀다.
너무 생각 없는건 아니냐고? 글쎄다.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 판단했고 집값이 떨어졌을 때의 고통보다 집값이 상승했을 때의 고통이 더 크다고 느꼈기에 과감하게, 혹은 겁 없이 집을 샀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열심히 돈을 모으면서 약 2년 간 꾸준히 부동산 공부를 해왔다. 부동산 폭등장에서도, 올해 초 폭락장에서도, 그리고 다시 반등장에서도 관심을 끄지 않고 계속해서 시세를 모니터링하고 임장을 다녔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산 세월이 짧기에 내가 겪은 부동산 시장은 2020년 이후 폭등과 짧은 하락, 그리고 반등장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집값이 오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클지도 모른다. 22년 12월 집값이 거의 바닥을 찍었을 당시 내가 눈여겨봤던 단지의 실거래가 히스토리이다.
전고점이 13억, 22년에는 평균 11억 중반에 거래되던 단지가 8억 후반까지 떨어졌다. 그 때는 현금이 없었기 때문에 그 집을 살 수가 없었다. 그렇게 못내 아쉬워했는데 2달 후에는 9억 초반대로, 3달 후에는 9억 후반대로, 5달 후에는 10억 초반대로 수직 상승했다. 그리고 우리가 집을 알아보던 시기에는 11억 중반까지 실거래가 찍혔고 11억 이하로는 매물이 없었다. 너무 많이 올라버려서 도저히 살 수 없는 집이 되어버렸다.
이 단지뿐만 아니라 우리가 집을 구하던 시기에 분명 한 달 전에 비해 호가와 실거래가가 모두 1억 혹은 그 이상 오른 단지들이 정말 많았다. 특히 상급지일수록 반등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급매도 사라진 지 오래였다.
물론 떨어질 때 무섭게 떨어졌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투자가 아닌 실거주 목적이고 최소 5~6년은 그 집에서 거주를 할 예정이기에 단기적인 급락은 중요치 않았다. 물론 집값이 몇 억씩 뚝 떨어지면 너무나도 속이 쓰리겠지만 그 시점에 매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손실이 확정되는 것이 아니다. 11억 하던 집이 9억이 되어버린 것보다 9억 하던 집이 11억이 되어서 더 이상 살 수 없게 된 것이 나에겐 더 고통스럽게 느껴졌다.
부동산 매수는 처음이라
꽤나 열심히 부동산 공부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실제 매수를 하려니 고민되는 것도 정말 많았고 모르는 것도 아직 한참 많다는 것을 많이 느꼈었다.
특히 계약서 작성이나 등기 절차, 대출, 매수 시 발생하는 각종 부대비용 등 모르는 것 천국이었다. 부동산 공부를 한다고 하면 대부분 입지 분석이나 재건축/재개발, 경매 등을 공부하지 부동산 계약이나 매수 프로세스에 대한 공부는 등한시한다. 나 역시 이번에 실전으로 부딪히며 배웠다.
이 책에서는 내가 직접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느낀 매수 팁과 직접 찾아보지 않는 이상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 부동산 거래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담아보고자 한다. 이 책이 첫 부동산 매매 거래를 앞둔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