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장에선 누구나 벌지, 진짜 고수는 하락장에서 빛을 발하는 법
한 달 전 '주린이 3개월 수익 보고(40%)'라는 글을 게시했다.
그 후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누적 수익률 62%를 달성했다.
그렇다면 내 실력이 좋아서 그랬느냐.
천만의 말씀.
누적 수익률을 62% 달성하게 된
1.25.(월) 한국 코스피지수의 종가는
3208.99였다.
한국 주식 시장은
그야말로 젖과 꿀이 흐르는 기회의 땅이었던 셈이다.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가짜사나이 1기'의 교관이었던
이근 대위가 한 얘기가 유행어처럼 돌았다.
"우리 할머니도 그거보단 빨리 뛰겠다."
한 교육생이 달리기가 뒤쳐지자
그를 자극하기 위해 내뱉은 말이었는데
이근 대위 특유의 어투와, 비아냥거리는 듯한
어조가 빚어낸 재미난 유행어가 된 것이다.
지난 몇 개월 동안의 한국 주식시장이 그러했다.
우리 할머니도 돈을 벌 수 있는 상승장이었다.
나는 때마침 여윳돈이 있어 눈앞에 놓인 기회를 잡았고
하루를 멀다 하고 불어나는 수익률을 경험할 수 있었다.
물론 코로나 패닉 상황에 진입한
야수의 심장을 가진 사람들은
나와 비교할 수 없는 막대한 이익을 봤을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4개월간 60%를 넘는 수익률을 기록한 사실은
나로 하여금 주식 시장의 재미를 느끼기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어쩌면 내가 주식 투자에 소질이 있지 않을까?'라는
착각을 하게 되었다.
이 정도 속도라면 부자가 되는 일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테니깐.
혼자 우쭐해지던 참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승장에서는 못 버는 게 이상한 건데?'
물론 주식이라는 게임은 제로섬 게임에 가까워
누군가 잃는 만큼 또 누군가 벌게 된다.
또한, 매수·매도 타이밍에 따라서
누군가는 돈을 벌고, 누군가는 잃기도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코스피 2000에 주식투자를 한 사람이
지수가 코스피 3000이 될 때까지 팔지 않았더라면
게임에서 이길 확률이 무지하게 높을 것이다.
(단, 해당 종목이 없어질 확률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예를 들어보겠다.
2020년 9월 24일 코스피지수는 2272.7포인트였다.
같은 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57,800원이었다.
4개월 뒤인 2021년 1월 25일
코스피지수는 3208.99포인트다.
같은 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89,400원이다.
세금과 수수료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 비교를 해봤을 때
수익률은 54.67%에 달한다.
1000만 원을 매수했다면
수익만 540만 원인 셈이다.
다시 말해서 이런 상승장에서는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는 것이다.
진짜 중요한 실력은 한 줄로 요약이 가능하다.
'발목에서 사서, 정수리에서 파는 것.'이다.
이보다 이상적일 수는 없다.
조금 양보해서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파는 것.' 정도로 절충하더라도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느냐면
상승장에선 언제 이 상승이 끝나고
하락장이 시작될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
그리고
하락장에선 언제 하락이 끝나고
상승장이 시작될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
그게 바로 실력이란 사실이다.
내가 정말 고수였다면
이 상승장이 언제 끝나고 하락장이 시작될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러나 나는 하수일 뿐이었다.
그렇게 1월 25일 정수리에 도달한 지수는
발목을 향해 추락하게 된다.
정수리가 아니라 어깨 정도 왔다고 생각했건만
실상은 그러지 않았다.
정수리 예측을 실패한 내가 살아남을 방법은
어디가 발목 일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정수리와 발목,
어깨와 무릎은
기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늘 달라진다는 것이다.
가령, 아래 그래프에서 정수리와 발목은 각각
A와 B이지만
기간을 더 늘린다면?
정수리와 발목이 달라지게 된다.
주저리주저리 떠들었지만
결국 지수가 오르면 내가 발목에 샀든
무릎에 샀든, 배꼽에 샀든
내 키가 계속 자라나기만 한다면
(정수리가 높아지기만 한다면)
결과적으로는 이득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발목에 산 사람이
배꼽에 산 사람보다는 더 이득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