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어유정 Sep 23. 2023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세요

삶의 방향은 스스로 선택해야 해요.

BGM : Overdrive - Post malone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특히 엄마와 아빠의 평가에 민감했다.


그래야 내가 좀 집에서, 내가 살아가는 생이, 의미가 있는 것 같아서.


이런 성향은 인간관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오빠가 대학을 가고 나서 통학할 수 있는 대학이 아니면, 대학을 보내주지 않겠다는 엄마의 말씀에 입시만 보고 다가오는 친구들과도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공부하는 데 온 힘과 신경을 쏟았다.


잠수부처럼 내신을 따내는 데에만 매달렸다.


고등학교 때 사귄 친구가 그래서 몇 되지 않는다.




이게 비단 대학 입시 때뿐인가 생각해 보면, 대학에 가서 성인이 된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엄마한테 지적받지 않고 혼나지 않기 위해서 많은 부분에서 교정하곤 했다.




친구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서 늦게까지 놀고 싶은 날에도 칼같이 막차를 허겁지겁 뛰어서 잡아 타고 집으로 귀가했다. 


9시, 10시부터 이미 집에 갈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찼다.


작은 행동 하나하나를 엄마가 원하는 대로 맞춰 생활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엄마가 옳고 내가 틀리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 이해되지 않아도 맞춰서 굴곡지는 마음을 토닥이면서 울컥 올라오는 마음을 다스리며 살았다.




엄마 아빠가 졸업하기 전에 무조건 취직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중학교 때부터 들어왔던 터라, 나는 대학에서도 늘 불안했다.




내 꿈은 작가인데, 작가를 해서는 엄마 아빠의 기대를 채워줄 수 없을 것 같았다.


작가도 돈이 있어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몇 년을 헤매고 울먹였다.




나는 오래 휴학을 하면서 방황하고 싶었는데, 엄마아빠가 빨리 졸업하길 바라셔서, 1년 복학 후에 곧바로 복학해서 쉬지 않고 달려서 졸업했다.




대학에서 졸업하는 날 그런 생각을 했다.


이제 드디어 엄마 아빠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는 삶, 엄마 아빠의 트로피 같은 삶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고. 난 드디어 자유라고.


엄마아빠가 시킨 일은 아니었지만, 내 심리 상태가 그랬다.




늘 엄마와 아빠의 기대를 채워주고 싶고, 인정을 받고 싶고 응원을 듣고 싶었다.


서로의 기대와 바람이 제대로 채워져서 모두가 만족했던 날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의 불안과 엄마 아빠의 불안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게 그때의 나였다.




나의 생이 엄마 아빠의 사이클과 맞물려서 굴러가는 듯했다.


내 친구들의 부모님은 우리 부모님보다 대부분 10년 이상 젊었다.


친구들에 비해서 나는 늘 더 높은 불안도와 초조함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들로 얽혀 있는 마음으로 집에 있다 보면 두려워졌다.


도태될까 조급해졌고, 이미 닳을 때로 닳아버린 마음과 몸이 버거웠다.




나의 덜 자람에 절로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내가 내 힘으로 살고 있고 살아왔다는 느낌을 느끼지 못했다.


동시에 어느 부분에서는 분명히 도움을 받고 자라온 게 맞는데, 오로지 온전히 내 힘으로 여기까지 온 것처럼 비약적으로 생각하는 면도 있었다.




어릴 때부터 눈치껏 아주 조용히 혼자 잘 놀고 있거나, 혼자 알아서 일을 잘 해내곤 했다.


그럴 때 가장 많은 칭찬을 받았다.


‘한 번쯤은 나한테 아이 때 받지 못했던 관심을 주지 않을까?’ 기대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자라난 결핍이 여전히 내 마음 안에 뿌리 깊게 남아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가족들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하며, 더 의존하고 옭아매었다.


그렇게 행동하면서도 여전히 내가 정확히 어떤 마음과 이유 때문에 그러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마음 한 구석에서는 언제나 부모를 떠나지 못하는 아이가 남아서 나를 괴롭게 하고 있었다.


스스로는 나를 독립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주변에서도 그렇게 평했기 때문에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은 그 누구보다도 의존적이었다.


승인을 받지 않은 일을 해도 될지 걱정스러웠다.




내가 책임져야 할 것은 엄마아빠의 기대가 아니고, 오로지 나 자신이란 걸, 지나온 삶을 반추해 보며 깨달았다.


이제는 스스로 선택하고, 그 길로 나아가며, 나를 온전히 책임지기로 한다.


이전 13화 타인의 평가에 따라 휘둘리지 마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