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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유정 Sep 12. 2023

타인의 평가에 따라 휘둘리지 마세요

남의 감정은 내 책임이 아니다.

BGM : Prayer - Jam'addict, Drxnk




사랑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 중에 가장 먼저 배웠다.


그의 행복에 내가 일부 책임이 있다고 느껴졌다.


가볍게 관계를 맺는 게 어려웠다.




책임지지 못할 거라면 거리 두었다.


나는 나를 책임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벅찼다.




갈등이나 문제가 생기면 나한테서 원인을 먼저 찾았다.


우선 내가 바뀌면 상대도 바뀔 거라고 기대하면서, 내가 생각하기에 내가 부족하거나 배려가 미흡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상대에게 맞춰서 바꾸었다.




딴에는 배려라고 하는 행동들이 서로에게 가 닿지 못한 채, 그게 거슬리고 불편해졌다.


"미안해. 난 생각해서 한 거였는데."


사과가 반복됐다.




점점 사과를 하기도 사과를 받아 주기도 귀찮고 지쳐갔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하는 것도 대체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나 허탈해졌다.


그러다 관계를 끊어내거나 관계가 끊어지면 내가 능력이 부족해서 실패한 것 같아 괴로워졌다.




어릴 때, 오빠와 비교당하는 일이 많았다.




쓸모가 많아지면 아무래도 나를 찾고 더 많이 봐주겠지 싶었다.


최선을 다해 성장하고 발전하고 최고의 결과를 보여주는 것으로 내 존재 가치를 입증해 냈다.




그 찰나에만 만족스럽진 않지만, 관심을 받고 공로를 인정받았다.


인정을 받아야만 내 존재가치가 입증되고 사랑받는다고 느꼈다.




"잘했어. 그런데 이건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왜 못했어?",

"넌 이것만 고치면 완벽해지겠다.",

"오늘 잘했어?"


라는 말을 자라는 내내 들었다.


때문에 실패하거나, 부족한 모습을 보이면 누군가가 나를 흉보고 헐뜯고 무시하거나 차별받는 경험을 할 거라는 두려움을 느꼈다.




타인의 평가에 따라 그 사람의 말이 곧 내가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었다.


타인의 인정과 격려 없이 나를 스스로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가 어려워졌다.




추후에 지적받기가 두려워, 인생에서 힘들고 나한테 큰 일로 다가오는 일도 상의하거나 기대는 일 없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경우도 잦았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완벽하지 않은 상태의 나를 혐오하게 됐다.


완벽하지 않을 때의 나는 사랑받지 못할 거라 믿었다.


나의 장점만 사랑하고 단점은 수용해 주는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책임감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게 어려웠다.




어디까지가 내가 책임져야 할 감정인지, 상황인지 정확하게 나누기가 어려웠다.


내가 내 감정과 상황만 고려하기에는 너무 내 욕심만 챙기는 이기적인 사람인 것처럼 비쳤다.


그래서 손 내밀지 못하면서 살아왔다. 그가 내미는 손도 때때로는 뿌리쳤다.




나를 책임지는 일에 짓눌려 수많은 것들을 억압하고 통제했다.


아마 그 영향은 나를 넘어서 그에게도 스며들었을 것이다.


내가 나를 힘들게 하는 만큼, 그도 힘들게 만들었을 것이다.




내 인생에 일어난 일들 중에 많은 일들은 내가 책임질 수 없는 게 당연했던 일도 있다.


감정에는 죄가 없다.


느낄만했으니까 느꼈을 것이다.




부족한 모습도 솔직하게 털어놓고, 타인의 평가에 따라 나의 가치를 재단하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가치를 만들어 가고 싶다.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결 수월해지고, 도움받는 것도 편안해지지 않을까?




앞으로는 짊어진 무게를 조금은 더 내려놓으면서 살아가려고 한다.


책임지는 것만이 사랑이 아니란 사실을 상기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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