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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유정 Oct 06. 2023

언제나 조금 더 잘하려 애쓰는 불안한 완벽주의자에게

완벽해지려고 숨이 가쁠 정도로 나를 몰아붙이는 완벽주의자에게

BGM : 완벽주의 - 헤브웨이





나는 완벽주의자였다.


기준이 높았고, 나를 채찍질하면서, 더 해내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서 위태롭게 살았다.


눈에 띄게 잘하고 싶었고, 남들보다 훨씬 더 큰 성과를 내고 싶었다.




사실 완벽해지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내가 놓치고 실수하는 것에 대해 지적받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다.


어떤 일을 완벽하게 해내려고 할 때, 사실은 더 상위의 성취를 원하는 경우보다 내 안의 결핍과 부족함을 드러내지 않는 게 목적인 경우가 더 많았다.




그 까닭은, 부모님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끊임없이 지적받고 어김없이 통제를 받았기 때문이다.


내가 엄마한테 들을 수 있었던 가장 큰 표현의 칭찬은 


“넌 이것만 고치면 완벽해!”


였다.




내가 충분히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이고, 내가 하고 싶은 방식대로 할 수 있는 일인 경우에도 모두 부모님의 입맛에 맞게 내가 바꿔야 했다.


그렇게 누가 나를 지적하고 비난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그런 상황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을 강렬하게 품고 살았다.


자연스레 내 부족함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성향을 갖게 됐다.




어떤 성과를 냈을 때에야 비로소 아주 작게라도 인정받는 느낌을 받았다.


성과를 내지 못할 때엔, 부모님이 나한테 아무 느낌이 없는 사람 같았다.


본인이 만들어낸 결과물인 내가 훌륭할 때에만, 당신의 존재도 드높이는 기분을 느끼는 것 같았다.




완벽해지고 싶어서 이러다간 언젠가 닳아 없어질 거 같을 정도로 몰두했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아서 괴로웠고 계속 상처받았다.




이뤄내는 게 늘어날수록 내가 경주를 뛰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하나에 과하게 몰입해서 놓지 못하고 늘 그 생각만 들어서 불안했다.


그 일 외에는 삶이 없었다.




잘 살려고 하는 행동인데, 오히려 너무 괴로웠다.


내 결핍을 숨기는 거에 나도 모르게 꽂히면서 어느 순간 주변에 사람들이 다 고갈됐다.


나도 에너지가 떨어지고, 힘이 없어졌다.




목표했던 성과를 내고 나면 곧바로 번아웃이 와서 힘들어지는 날이 반복됐다.




결핍을 극복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핍을 간신히 극복하고 나서도, 간신히 잘 숨겼고 드디어 다른 사람과 엇비슷해졌다고 느낄 뿐, 기쁘지 않았다.




성과는 당연했다.


그만큼 노력했으니까 당연하게 얻는 영광의 트로피 같은 거였다.


그래서 노력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을 때, 절망도 잦았다.




이 정도로 해내고, 이 정도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됐을 때에야 인정받을 것 같다고, 내가 사랑받고 인정받을 만한 조건을 걸어 두고, 그걸 만족시키려고 나를 혹사시켰다.




나한테 어떤 성향이 형성되면, 내가 나와 타인, 세상을 판단하는 잣대로 쓰인다.


그한테도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혹독한 기준을 두고, 그걸 이뤄내지 못하면 그를 비난하거나 실망하기도 했다.




나를 계속 증명해 내야 했다. 그래서 그에게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내라고 닦달했다.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일 때, 내가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그런데 내가 완벽해야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완벽해지려고 노력했고, 그에게도 완벽해지기를 강요했다.




누군가를 내가 구원하고 싶고 구원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하면서 완벽해지려고 애썼다.


신이 아니기에, 내가 해낼 수 없는 일이 많으니까 좌절하고 무력해지는 오르락내리락하는 사이클을 반복적으로 타게 됐다.


때문에 완벽해지려고 할수록 우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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