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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어유정 Sep 28. 2023

버림받을 용기를 내세요

이젠 정말 남의 비위를 맞추기를 그만두어야 한다.

BGM : Keep slience - 그래쓰 (grass)




나는 갤럽 강점 검사에서 책임 테마가 5위를 차지할 정도로 책임감이 강하다.




보고서 문장 중에 이런 문장이 있었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지십시오.
   


새로운 부탁을 들어주기 전에 항상 당신의 일정과 해야 할 일 목록을 먼저 확인합니다. 이렇게 하면 초과 작업하지 않고 모든 임무를 현실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책임에 충실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취사선택하십시오. 당신은 본능적으로 책임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요청을 거절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당신은 때때로 거절할 필요도 있다는 점을 스스로에게 상기시켜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요청을 거절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때때로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을 떠맡기도 합니다. 새로운 업무를 맡기 전에 무언가를 포기함으로써 자신의 책임 테마를 관리하십시오.


너무 많은 의무 때문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지 못할 수 있습니다. 가끔은 거절하는 것이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점을 기억하십시오.




책임감이란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를 중히 여기는 마음을 뜻한다.




나는 책임감이 강한 덕분에, 약속을 잘 지키고, 맡은 일을 기간 내에 잘 이행할 수 있었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에게서 쉽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때때로 책임감이 너무 과도해져서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닌 경우에도, 내가 맡아서 해야 된다고 생각하면서, 내가 해내려고 애썼다.


스스로를 압박하고 끊임없이 채찍질했다.




누군가가 나한테 뭘 해달라 부탁할 때, 거절하기가 너무 미안했다.


그걸 해줄 수 없는 상황에서는 나 자신이 초라하고 한심하게 느껴졌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을 거라고 생각해,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도와달라고 요청하기를 극도로 꺼렸다.




내가 가장 많이 예쁨 받았던 순간은 언제나 내 감정과 욕구를 뒤로 하고 잘 참고 때론 숨기고 견딜 때였다.


그러다 보니 내가 어떤 감정을 어떤 순간에 느끼는지 알아차리고 잘 처리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게 행동하는 데에 더 많은 관심을 두게 됐다.




그래서 어릴 때 느꼈던 감정 중의 많은 부분이 억압되어 있고, 단절되어 있었다.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알아차리더라도,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이해되지 않아서 곤혹스러웠다.




감정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서 그 감정을 외면했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이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게 하려고 많이 스스로를 옭아맸다.




다른 사람에게 맞출 때에만, 내 안에 내재되어 있는 불안으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다.




그렇게 살다 보니, 진짜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게 진짜 나인지 잘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엄마 아빠는 부모님께 자신의 감정보다 어른의 말씀에 순종해야 한다고 배웠다고 한다.


그래서 당신의 감정을 고루 잘 들여다보고 소화해 내야 한다는 것조차도 배우지 못했다.


그걸 어떻게 해내야 하는지도 배우지 못했다.




나도 그런 엄마아빠한테 자라서,  감정과는 상관없이 엄마아빠의 요구와 기대에 걸맞게 능력을 갖추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게 나한테 주어진 숙명이고, 내가 해야 할 하나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 결과 실제로 유능해지기도 했다.


그래서 때로는 내가 수월하게 해낼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은 일도 어떻게든 다 해낼 수 있다고, 내 능력치를 과도하게 믿었다.




그래서 적절한 한계치를 설정하지 못했다.


때문에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했다.




내가 자꾸 뒷전으로 밀리는 듯한 느낌이 있었고 그게 늘 불쾌했지만, 오로지 나를 위한 선택은 이기적으로 느껴졌다.




그만큼 초점이 외부 세계에 있다.


그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을 만큼 유능하고 도움을 줄 수 있을 때에만 비로소 나도 중요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감정은 사람에게 어떤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존재하는데, 나는 내 감정을 읽지 못해서 내가 뭘 원하는지를 몰랐다.


내가 내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외면해 버리니까 내가 내 감정을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니까 타인이 뭘 원하는지 꼭 집어서 알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관계를 맺으면 나는 늘 타인에게 맞추는 데 열과 성을 다했다.


그한테 쓰이는 에너지가 어마어마했다.




그러다 보니 사람과 친밀해지는 걸 두렵고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다.




원하는 만큼 가까워지지도 못하고, 늘 관계 안에서 불편했다.




이제는 '버려질까' 두렵더라도 용기 내서, 남의 감정과 상황은 남이 책임지게 두기로 한다.


설령 그게 가족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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