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reenWrites Feb 05. 2020

호주 철물점 혼자 보기 2. 여름

호주 시골에서 3년 

  8:30분에 가게를 열기 위해  평소보다 아침에 일어난다일곱 시에 눈을  침대에서 폰을 한참 만지작거린  일어났다면, 요즘은 눈을 뜨자마자 바로 침대에서 일어나야 한다샤워를 하고 아이들과 나의 점심과 간식 도시락을 싸고 잠에 취한 아이들을 깨워 아침을 먹여 내몰듯 아이들과 함께 문을 닫고 나선다가게까지는 걸어서 십분 거리지만 고민 없이 차에 시동을 건다호주 시골에서는 걸어 다니는 사람을 많이 만날  없다백미러로 길을 건너는 아이들의 모습이 멀어져 간다.
 
  
노래  곡이  끝나기도 전에 가게에 도착했다오프닝은 쉽다처음에 비해 훨씬 능숙하게 처리해 낸다굳이 속도는 내지 않는다오늘도 하루는  것이므로아침부터 낯이 굳은 손님이 들어선다어제  식기세척기 호스가 집에 있는 기계에 맞는 것이 아니라나바네사가  주문을   해서 연결이  된다며 이곳 사람답지 않게 목소리를 높인다.

 '미안... 바네사가 휴가 중이라서 없는데 일주일만 기다려 줄래요?'

 ' 하필 지금 휴가야 식기세척기가 작동이  되는데!' 어이없을 만큼 자기중심적이다

'내가 직접 이메일 보내서  확인하고 연락 줄게요.' 그제야  누그러진 그녀가 가게 문을 나선다옆에 조용히  있던 손님이  말린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I have a dishwasher named Bob! Too bad she has to have a electric one.'

 (나는 밥이라는 이름의 식기세척기가 있는데. 저 여자는 전기 식기세척기를 써야 하니 안됬네.) 이라며 윙크를 건넨다밥은 그녀 남편의 이름이다. 
 
 LPG 
가스 손님이 오늘 많다가스는 창고를 거쳐지나, 가게  공터에 보관되어 있다. <가스일 보러 갑니다불편 끼쳐드려 죄송합니다오늘은  혼자 있고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중이에요오분 안에 돌아올게요>라고 쓰인 사인을 유리창에  보이게 붙여둔다. 손님과 가스가 있는 곳으로 함께 간다쇠사슬과 자물쇠로 단단히 잠겨있는 문을 열고 가스통을 살살 돌려가며 옮겨  앞에 내어 주면 그때부터는 손님 알아서 트럭 싣는다이곳 아저씨들은 어찌나 힘이 센지  무거운 가스통을 척척 들어 유트에 싣는다양치기건축농사  육체노동을 많이  사람들은 등이 고래처럼 굽어있다보통 여자가 들기에는 무거우므로 대부분 남자들이 가스를 사러 온다여자가 오는 경우는  마을에서   정도다오늘 그녀가 왔다. 오늘따라 웬일인지 그녀 트럭의 가스 고정 고리가 풀리지 않는다.  그녀가 미안해하며 순박한 미소를 짓는다함께 유트에 올라 결국엔 끈의 고리를 아예 빼고, 낑낑대며 둘이 가스를 옮기고 다시 고리를 힘겹게 걸어 그녀를 보낸다. 호주 여름의 땡볕 아래, 잠시 그걸 들었다고 머리가 띵하다가스는 너무 무겁다가게로 돌아와 의자에 앉아 한참이나 멍을 때린다그동안 손님이 뜸해 다행이다  
 
 
 약국에서 일하는 여자가 양배추 씨앗을 사러 왔다

'우리 모종도 있어많이  키울 거면 모종이  쉽지 않아?'라고 했더니 

'아니 그냥 씨앗부터 키우는  좋아자라는  보는  좋거든.'  

맞다나도 모종을 사서 키운 것과 씨앗부터 키운 것은 느낌이 다르다씨앗은 온전히 내가 키워낸 것이라는 만족이 훨씬 크다그렇게 시작한 수다는 집에 무슨 채소를 심었어어제 올해  옥수수를 수확해 먹었어 나도 옥수수 어제 처음 수확했는데, 정말 맛있더라 가지도 심었어 이번엔 가지는  심었는데. 근데 가지를 좋아해서 심은  아니고그냥 어떻게 크는지 보려고 심어봤어나는 이번에 오이랑 호박을 심었는데 너무 싱싱하고  자라서 놀랐어 팔뚝보다 훨씬 굵고 크다니까... 수다는 그녀가 계산대에서 가게 복도를 거쳐 문을 나설 때까지 이어졌다. 

 
 아침에 이
메일을 보낸 지 반나절이 훨씬 지나고 본사에서 전화가 왔다호스에 무슨 문제가 있냐고

'사진에 있는 호스가 필요하다던데... 호스   보내줬다고고객이 컴플레인을 해요

본사에서는  모델에 호스는 배송된  하나뿐이며 사진 속의 호스는 설치  고객이 변형이  것이라고 한다. 다시 아침에 온 손님께 임의로 변형한 호스는 구할  없다고 전하고 나서야 손님의 화는 드디어 누그러졌다어디나 진상은 있는 법이다

 

 피곤함을 달래려 커피 한 잔을 마신다벌써 아이들이 학교에서 마칠 시간이다. 학교 마치고 가게로 오기로 약속했는데, 작은 아이만 오고 있다. 집에 큰 아이가 혼자 있는 건 내키진 않는 일이다. 큰 아이의 흥미를 끌 것을 찾다가 열쇠 깎는 것을 알려 준다고 했더니 오늘은 드디어 왔다. 오리지널 열쇠와 동일한 공 열쇠를 찾아야 한다.  길이와 두께 옆 프로필이 같은 공 열쇠를 찾아낸다. 기계에 열쇠를 고정한다.  

'엄마가 한번 볼게.' 역시나... 거꾸로 꽂았다. 

'다시 해볼까?.'

'엄마가 해주면 안 돼??'

'안되지, 열쇠를 찾고 맞는 면을 끼우는 것부터가 열쇠 깎는 일이야.'

조임쇠를 풀어 열쇠를 제대로 끼우고 보안경을 끼고 열쇠를 깎기 시작한다. 제법 진지하다. 다 깎은 후, 파일로 열쇠의 거친 면을 갈아준다. 완성이다. 

'이 열쇠 진짜 열릴까??' 아이는 집으로 냉큼 돌아가 버린다. 

   
 큰 아이가 집에 돌아가고 작은 아이가 손님이 오나 지켜보는 동안 어제 배달 온 물건들을 창고로 옮겨 놓는다. 내가 혼자 있는 동안 힘들지 않게 물건을 배송시키지 않겠다며 윙크를 찡긋하던 바네사. 어제 세 팔레트의 물건이 도착했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이다. 바네사는 많이 덜렁댄다. 나 혼자 있는 걸 아는 배송기사 아저씨가 물건을 가게 안으로 들여줬다. 아저씨도 갈 길이 바쁘니 둘이서 정신없이 물건을 들여놨다. 평소보다 훨씬 빠르게 물건들이 정리됐다. 

'아...' 심장이 두근대고 턱까지 숨이 찬다. 오늘은 더 이상 무엇도 못하겠다 생각될 때쯤  시계를 보니 4시 45분. 가게 밖에 내놓은 물건들을 들여놓을 시간이다.


   
   
   





이전 01화 호주 철물점 혼자 보기 1. 여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