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되어 잠이 오지 않던 2020년 3월 31일을 떠올린다. 키보드 위의 손가락에 힘이 들어간다. 초조하던 밤.
온 가족 함께. 덜덜덜.
해낼 수 있을까? 결정했으니 꿋꿋하게 달렸으나 개업 직전까지 연거푸 돌아보았고 멈추고도 싶었다.
지금까지 무사히, 무사함을 넘어 제법 안녕히 버틸 수 있었던 힘은 딱 하나이다.
제가 더 감사합니다!
진심이다. 더 감사하다. 돈을 내고 음료를 사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감사합니다." 해주시니 속내를 들킨다. 어서 보내드려야 하는데 말꼬리를 잡고 만다. "아유 제가 더 감사하지요!"
낯선 문장에 눈을 마주치신다. 꾸벅. 고개를 살짝 숙인다. 진짜 감사한 내 마음을 최선을 다해 전한다. 14년간 전업주부였던 나의 첫 창업이 아직 이어지고 있는 까닭('비결'이라 부르기엔 뭐, 대박 난 창업 신화는 아니라......)은 '제가 더 감사합니다'가 아닐까.
뭐 그리 감사하냐 물으신다면
가게를 열고좀 더 자주 엄마를 만났고 좀 더 자주 남편을 만났고 좀 더 자주 시현이와 준우를 만났다. 갑자기 떠나버려 볼 수 없던 엄마는 돈은 아끼되 칭찬은 아끼지 않으시는 어르신 고객님으로 나타났고, 늘 바쁘고 치열하던 남편은 재택근무 중이거나 근처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고객님으로 나타났다. 사춘기로 벽이 생기려던 아이들은 나보다 바쁜 일정 속을 달리며 재잘거리는 학생 고객님으로 나타났다.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줄었다. 내 이름이 바빠졌지만 내 마음은 더욱 바쁘게 가족들과 대화했다.
가게를 열고 더 자주 어쩌면 처음으로 나를 만났다. '아 그때 내가 이런 모습이었구나', '아 나도 그랬었는데', '아 나는 이런 걸 싫어했구나', '아 나는 이럴 때 참 행복하구나', '아 나도 이런 할머니이고 싶다' 마흔이 되어서야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바로 보기 시작했다. 여전히 부족하고 실수 가득이지만 전보다 유연해졌고 전보다 단호해졌다. 여전히 울지만 전보다 더 자주 웃는다.
이 모든 것이 작은 가게에 '감사'를 남기시는 분들 덕분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더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