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파이팅 파이팅 완전 파이팅이야!" 엄마 마음 자극하는 고객분들. 수능이 39일 남았단다.
마지막 모의고사. 덩달아 긴장되는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 분들, 고3 친구들 그리고 다시 도전하는 친구들. 아침에 오는 친구들이 있고 점심에 오는 친구들이 있고 오후에 오는 친구들이 있고 마감 직전 오는 친구들이 있다.
아침에는 혼자 조용히 가장 큰 음료를 주문하는친구들이 온다. 잔잔하고 비장하다. 말을 걸면 아침 다짐에 방해될까 그저 마음 가득 담아 음료를 전한다. 한여름에는 "얼음 필요하면 종일 언제든 와요, 정말로!" 하는 문장에 응원을 담곤 했다. 그럼 그 얼음이 뭐라고 "아 정말요?" 하며 내 등에 날개라도 달린 듯 바라봐주는 착한 친구들.
오전이 다 지나갈 때 담담하지만 대화도 좋아하는 키 큰 친구가 입장한다. 언제나 예의 바른 친구이다. 지난번에는 갓 구운 식빵을 내밀기에 "으악 감동이야. 그래도 다음에는 절대 절대 빈손으로!!!"를 외치게 만든 고객님. 오늘은 버블티 사가면 커피가 아쉽고 커피 사가면 버블티가 아쉽다며 아예 둘 다 사가겠단다. 일요일에 문을 닫아 아쉽다며 월~토 출근 도장 찍는 이 성실한 친구의 성탄절은 그야말로 메리 크리스마스이길 기도한다.
어제 단골분께 사진을 부탁드렸다. 감사합니다!
점심시간이 지나면 검은 티셔츠 무리가 마치 이동하는 철새 군단처럼 등장한다. 부대마다 색깔이 있다.
녹차 마카롱을 좋아하는 친구들은 우르르 와글와글 떠들다 귀여운 릴레이 주문을 한다. 녹차 마카롱 4개, 녹차 마카롱 1개, 녹차 마카롱 2개, 급식 배식하는 기분을 선물 받는다. 때론 최애 메뉴 품절에 애통한 표정을 지어 냉장고를 통째 증정하고 싶게 만든다. 죄다 스무디만 골라 얼음 파티를 하기도 하고. 가게 앞을 지나가는 모습만 보아도 즐거워지는 친구들이다.
만화영화 속 더빙처럼 현란한 기교로 대화하는 친구들이 들어올 때면, 반사신경처럼 터지는 웃음을 참기 위해 턱에 힘이 들어간다. "어머/ 너/ 진정/ 미친 게야?!" 스터디 카페에 천 년 봉인되었다 나온 생명체스러운 대화에 결국 콧바람이 터지고 마스크가 부풀어 오른다. 어쩜 저리 해맑은지. 지난번에는 "수능 끝나면 못 보니까 단체사진 한 장만 주면 안 될까?" 하는 속마음이 나와버렸다. 이 친구들이 어쩌다 고요하면 내심 걱정이 된다. 쉴 새 없이 떠드는 준우가 조용할 때 "엄마가 뭐 해줄까?" 끌어안는 마음이 된다.
오후에는 하교 시간, 학원 이동 시간, 학원과 관리형 독서실 휴식 시간에 잠시 들르는 친구들이 급히 온다. 아침부터 시작된 공부만으로도 24시간을 다 살아낸 기분일 텐데 후반전을 위한 음료 주문. 유난히 펄 추가가 많은 시간대이다. '점심을 대충 먹었나?', '지금부터 밤늦게까지 수업인가?', '꼭꼭 씹어먹어야 할 텐데' 또 엄마 마음이 일어선다. 어깨가 무거워진다. "아이고 펄을 이렇게 많이 먹으려면 숟가락을 줘야 할 것 같은데!" 친구들의 오후에 응원을 담는답시고 농담을 건네본다.
인생 후반전을 위한 준비, 마흔 첫 창업의 명분이었다. 성인이 되기 위해 온종일 애쓰는 수험생들 곁에서 '나도 내 후반전에 좀 더 치열해보겠어!' 힘차게 끄적이곤 한다. 상상 못 했던 감동을 선물 받으며 오후를 보낸다. 아이돌 그룹 센터처럼 예쁜 고3 친구가전해 준 쪽지를 올려두고 신발끈을 다시 조인다.
지갑에 넣어두고 읽고 또 읽는 쪽지^ ^
다시 '마지막 모의고사' 이야기, "내일 수능 전 마지막 모의고사 날이에요. 이제 39일 남았어요!"
마감 직전 오는 친구들이다. 어제 마감 때에는 유독 초조해 보이는 친구들이 많았다. 사계절 내내 무릎 담요를 안고 들어오는 여자 친구들, 이발할 틈이 없어 비슷한 머리 스타일로 등장하는 남자 친구들. '오늘도 고생 많았어요. 우리 함께 문 닫고 들어가요' 하고 싶지만 이 친구들의 진짜 공부는 이제 시작이다. 밤 9시 다 되어가는 이 시간에! "작년에 마감 때 오던 친구들이 다 과잠 입고 오더라~ 스승의 날 더웠는데도 서울대 의예과 과잠 입고!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다시 안 와도 되니까 파이팅 파이팅!!!", "아 재수하게 되면 또 올......", "안돼 안돼 어서 취소해! 취소 퉤퉤 해야 해!!!"(뱉은 말 취소하라는 의미였는데 갑자기 '퉤퉤'가 떠올랐네 ;;). 육사 수시 붙을 것 같다 하곤 기운 없이 나타났던 친구와 항상 친구들에게 자상한 친구가 있는 팀이라 작은 힘이라도 전하고 싶다. 부디 원하는 학교에 입학하여 다시 만나기 힘든 어른이 되길. 수능이 다가올수록 이 예쁜 친구들을 더 이상 못 만나길 바라며 마음으로 이별 편지를 써보곤 한다.
이제 7평의 하루를 마감할 시간.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거예요. 사장님도 드세요!" 애교 가득한 친구가 살포시 놓고 간 새콤달콤을 입에 넣고 작은 가게를 정리한다.수험생 친구들의 고된 오늘이 새콤하고 달콤한 내일을 만들겠지.
"같이 오던 저희 셋 다, 원하던 학교 갔어요!"눈부시게 반짝이던, 크롭티 여학생을 떠올리며 오늘 등장인물들의 내일을 상상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 대사 멋지다. 나도 따라 하겠어. 꼭 그렇게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