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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ilani Oct 29. 2018

체리 2천 원, 납작 복숭아 1천 원

혼자 지내는 캘리포니아에서 유독 잘 챙겨 먹은 게 있었으니 그건 바로 과일이다.

원체 과일이 싸고 맛있는 이유도 있지만, 싱글 라이프에서 1인분 요리를 하기보다는 과일과 샐러드 같은 간단한 음식으로 아침을 삼는 게 편리했기 때문이 크다.




마트에 가면 매번 바나나를 3개 정도를 구입했다.

미국에서는 내가 원하는 만큼만 바나나를 잘라서 계산할 수 있다. 누군가가 잘라놓은 나머지가 딱 내가 원하는 만큼일 때가 있는데 그럴땐 누군지 모를 그 사람과 기운이 통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렇게 바나나를 조금씩만 살 수 있는 덕분에 항상 1달러도 안 되는 가격으로 최상의 상태의 최고로 맛있는 바나나를 먹을 수 있었다.

바나나는 수업 시간 중간에 배가 고프면 간식 삼아 꺼내먹기도 딱 좋은 과일이었다. 어느 날은 미키와 내가 동시에 바나나를 꺼내 들어 신기하다며 웃은 적이 있었는데, 그날은 유독 더 우리가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한국에서도 체리를 좋아했던 나는 캘리포니아에 와서 제일 처음 체리를 한 봉지 샀다. 이만큼 많은 체리가 들어있는데 단 돈 2달러라는 사실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지만 과일값싼 캘리포니아에서도 유기농 과일은 예외였다. 홀푸드 마켓에서 가격도 안 보고 집어 든 체리가 10달러가 넘게 나와 잠시 고민에 휩싸인 적이 있다. 내가 이 정도 가격의 체리를 먹지 못할 정도는 분명 아닌데 그 순간에는 뭐랄까 내가 굉장히 사치스러워지는 유쾌하지 못한 기분이 들었달까. 그냥 건강한 과일을 내 몸을 위해 먹을까, 아니면 그 길로 돌아가 환불을 할까 고민했다. 결과는? 비밀이다. :)



어느 날은 자두를 사 먹었고, 딸기를 샀고, 망고도 샀다.

또 어느 날은 이곳에서도 먹기 힘든 망고스틴을 샀다.

과일을 조금씩 사 깨끗이 씻고 조금씩 예쁘게 담아 사진을 찍는 게 어느 순간 작은 행복이 됐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은 복숭아이다.

그런데 세상에나 복숭아의 종류가 이렇게 많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많은 종류의 복숭아를 나에게 소개해준 곳은 바로 한인마트였다.

매번 먹어보지 않은 복숭아를 찾기 위해 한인마트로 갔다. 그날은 납작 복숭아가 눈에 들어왔다.

납작 복숭아, 이곳에서는 도넛 피치라고 불렀다.

한국에서는 그저 비싼 외국산 과일이라는 이미지만 있었는데, 어느 순간 한국 사람들의 인스타그램에 오르내리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 아이이기도 했다. 생긴 건 참 못났는데 개성적인 외모가 묘하게 끌려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는 4개에 15000원이라는 기사를 본 게 마침 며칠 전이었는데 이곳에서는 과연 얼마일까 두 개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계산을 해보니, 이럴 수가! 하나에 1달러 꼴이었다.


세상에 세상에.

캘리포니아는 정녕 천국이란 말인가.

음악을 틀어놓고 약간의 출출함을 기다리던 그 순간들을 붙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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