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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mine Oct 06. 2021

왜 불어불문학과에 가게 되었어요?

왜 불어불문학과에 가게 되었나요?


교환학생을 마치고 나 다음으로 내가 살던 방에 들어올 학생과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주인집 아저씨의 여동생이 나에게 물어온 질문이었다. 아시아 학생이 자기네 나라 문학을 전공했다고 하니 반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반쯤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질문하던 그 차가운 눈빛 때문이었을까 그때나 지금이나 프랑스어 회화는 잘 못하는 나는 당황해서 아무 답도 할 수가 없었다. 그냥 프랑스가 좋아서, 라고 얼버무렸던 것 같다. 사실 이 질문은 한국어로 물어봤어도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이기는 했는데.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마도 왜 그렇게 프랑스가 좋아요?라는 질문과 맥을 같이 할 것이다.


프랑스가 좋아서 당연히 불문과에 진학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이 대답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우리 과에도 프랑스와 프랑스어를 좋아해서 진학한 학생들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프랑스를 좋아한다고 해서 꼭 불문과에 진학하란 법은 없었으니까. 그때는 프랑스를 좋아하니까 불문과에 가는 건 당연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불문과에 간 건 온전히 그 이유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외국어에 대한 관심

우선, 외국어를 좋아하는 성향이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원래는 일본 축구선수한테 한눈에 반해서(a.k.a. 나카타) 초등학교 때부터 혼자 일본어를 배우게 되었고 중학교 때는 L'Arc~en~Ciel을 위시한 J-pop에 빠졌기 때문에 학창 시절 내가 생각했던 진로는 일어일문학과였다.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래희망을 적어 내라고 했을 때, '번역가'라고 썼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번역가라고 하면 당연히 일본어 번역가라고 생각했었을테지. 하지만 몇 달 뒤에 독일에 가서 프랑스어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또 내가 가고 싶어 하는 학교에 일문과가 없다는 걸 알게 된 이후 충격에 빠진 나는! 부랴부랴 배치표에서 내가 가고 싶어 하는 대학의 문과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학과를 고르게 되었다. 그게 불어불문학과였다.



유럽 이민을 꿈꾸던 인문학도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를 꼽자면 프랑스에 가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사실 이민을 가려면 그 나라 언어를 잘하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이 필수적인 일이고 언어가 뒷받침된 상태에 다른 기술이나 지식이나 전공이 있어야 했는데, 물론 그때도 이 사실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이민 가기 비교적 쉬운 전공들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나의 취향은 철저히 그때나 지금이나 돈이 안 되는, 졸업하면 뭐 먹고살지 고민하는, 문과 중에서도 경영도 경제도 사회과학도 아닌 인문, 그중에서도 문송하다는 문사철, 그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취업 잘 되는 전공으로 꼽혔던 영문, 중문도 아닌 유럽 언어, 그리고 역사 중에서도 한국사도 아닌 서양사였다. (그래서 나는 결국, 이 두 가지 취향을 모두 아우를 수 있었던, 프랑스에서 프랑스어미술사학과를 전공하게 되었나 보다. 그리고 철학은 동양도 서양도 no no) 당시 패기 넘치던 20대 초반의 나는 인문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믿었던 인문학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민을 가고 싶으면서도 이민에 도움이 되는 전공은 하고 싶지가 않았다. 인문학 전공으로 이민 가기? 아마도 이민 난이도 중에 최상위권이 아닐까 싶은데. 아무튼 그때부터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사람인 것만은 확실하다.



이 모든 경험들은 다 밑거름이 되었다.

그때에는 한국인으로 태어나서 왜 유럽을 그렇게 동경하고 있는지 나에게 주어진 현실이 너무 답답했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 소속집단과 준거 집단의 차이가 너무 커서 내가 이런 거 배워서 도대체 얻다 써먹어라고 하면서도 어쨌든 일단 취업은 해야 했으니 자소서에는 프랑스와 유럽, 그리고 한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적어냈었다. (물론 이런 자소서가 통하는 분야들로 지원) 지나고 보니 이러한 관심, 적성, 공부 그리고 이것들을 토대로 쌓은 지식과 경험은 전부 나의 정체성이 되었고 유럽에서 내가 한 일에 대해서 아주 크나큰 도움이 되어주었다. 게다가 실제로 프랑스와 한국을 잇는 일들을 하고 있으니 번역가, 인문학도로 이민 가기, 프랑스-유럽과 한국의 가교 역할, 이 꿈들이 전부 이뤄진 게 아닌가?






이제 인문학으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꿈만 남았다. 혹시 이 꿈이 프랑스에서 펼쳐질 다음 단계에서 해야 할 나의 새로운 역할과 목표인 걸까?




https://livre.fnac.com/a13663341/Catherine-Mory-L-Incroyable-Histoire-de-la-litterature-francaise

불어+불문학과인데 어학보다 문학에 더 마음이 끌리는 건 내가 리얼 문돌이이기 때문인 걸까? 근데 어학 수업을 더 재밌게 들었다는 게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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