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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YORK, NEWYORK

2020년 1월 23일(11일째)-뉴욕 맨해튼

by 오스칼

아이는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나를 깨웠다. 물을 달라고 해서 나는 아이에게 물을 먹이고 결국 잠에서 깨서 계속 뒤척였다. 원래 아침 6시 반에 아내와 달리기 약속이 되어있었는데 잠을 설친 탓에 나와 아내는 잠의 유혹에 빠져 결국 아침 조깅은 못했다. 푸르른 워싱턴의 하늘 아래 뛰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있었지만 순간의 잠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마지막 조식을 먹고 짐을 챙겼다. 오늘은 뉴욕으로 이동하는 날인데 비행기가 아닌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우버택시를 타고 서둘러 버스가 출발하는 워싱턴 유니언역에 도착했다. 직원에게 물어봐서 버스 터미널은 금방 찾았다. 뉴욕행 버스를 찾고 우리가 예약했던 자리에 앉는 것도 순조로웠다. 대신 나는 캐리어를 버스 트렁크에 싣는데 무게가 초과돼서 10달러를 내야 했다. 짐을 싣는 직원에게 캐리어가 무거워서 미안하다는 말을 했던 건데 무게를 간이 저울로 재더니 바로 금액을 이야기하길래 의아했다. 버스에서 캐리어 무게 초과 요금이라니 처음 듣는 소리여서 다소 황당했지만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쿨하게 10달러를 냈다. 어쩌면 내가 실제 있는 규정인데 잘 몰라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기에 어쨌든 우리는 미리 예약한 4명이 마주 보는 자리에 앉아서 워싱턴을 벗어났다.


뉴욕 가는 버스 안에서

워싱턴에서 뉴욕까지 장장 고속도로를 5시간 정도를 달려 도착하는데 아이는 어머니와 미로 찾기 게임을 한참 하다가 나와 버스 안에 있는 화장실을 가고 간식으로 사 온 초콜릿 스틱을 맛있게 먹었다. 남아있는 초콜릿은 작은 스푼으로 야무지게 퍼먹었다. 아내는 내내 잠을 자고 나는 핸드폰을 하면서 주변 풍경을 보다가 하면서 갔다. 아이는 잠을 전혀 자지 않아서 나와 디즈니랜드 사진 보고 미로 찾기 게임하고 놀았다.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풍경들을 보니 어느덧 마지막 도시를 향해가는 게 끝나가는 여행이 보이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다.


오후 2시 반이 되자 저 멀리 높은 건물들이 마구 솟아있는 뉴욕 맨해튼이 보였다. LA와도 워싱턴과도 다른 도시 풍경이었다. 그리고 대중 매체에서 하도 많이 등장한 곳이라 한 번도 방문한 적 없던 나도 알듯 한 거리 풍경이 보였다. 거리의 사람들과 빵빵거리는 도로의 정체, 노란 택시들 지금껏 보아온 뉴욕 그 자체였다. 무사히 도착해서 다들 내렸는데 날씨가 생각보다 돌아다니기에 별로 춥지는 않았다. 토론토에서의 온몸이 얼어붙는 추위와 비교하면 초겨울 같은 날씨였다. 워싱턴보다도 따뜻해 보였다. 하지만 평일 목요일 오후 3시인데 인파가 어마어마했다. 자동차와 사람들로 도로며 인도며 복작거렸다. 지금까지 다녀본 도시와 매우 달랐고 서울보다 복잡한 듯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다니는 길도 좁고 도로도 생각보다 넓지 않아서 그런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마천루들을 보고 있자니 뉴욕의 공기에 숨이 막힐 듯했다.


타임스퀘어에서 아이와 어머니

맨해튼에 위치한 호텔은 우리가 내렸던 곳에서 거리가 조금 있었지만 걸어갈만해서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몇 블록의 횡단보도를 건너 무사히 도착했다. 도착한 호텔도 뉴욕을 방문한 전 세계의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카운터에 체크인을 한 다음 15분을 대기하고 방을 받았다. 체크인 시간보다 조금 일찍 가서 그런지 높은 층인 34층을 받았다. 워싱턴에서 머물던 크기와 비슷했는데 가격은 조금 더 저렴했던 호텔 방에 도착해 창문 밖을 보니 근처 빌딩들이 내려다 보였다. 이 분위기를 이어서 얼른 서둘러 뉴욕의 거리로 나왔다.


역세권에 위치한 호텔이고 뉴욕의 관광 명소들이 다 이 근처에 있어서 도보로 다닐 수 있는 곳에 위치했다. 조금 걸어가니 세계 모든 기업들이 최고로 치는 광고판 거리 타임스퀘어와 미국 뮤지컬의 성지 브로드웨이가 나왔다. TV에서만 보던 그곳에 우리가 있었다. 이 구역을 크게 걸어보고 싶은 우리는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의 기부로 만들어진 카네기홀,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첫 장면에 오드리 헵번이 갔던 6번가 티파니를 지나 유명한 베이글 가게에서 연어 베이글과 블루베리 크림치즈 베이글을 주문해 먹었다. 뉴욕에 유대인들이 많이 살아서 그런지 베이글이 유명하고 특히 연어 베이글은 뉴욕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여서 먹어봤는데 꽤 괜찮았다. 점심을 거른 상황이라 빈 속이어서 다들 맛있게 먹었다. 아이는 베이글 안에 들어간 연어가 맛있다고 좋아했다.


브라질 레스토랑에서 첫 저녁식사

이제 저녁식사를 하러 뉴욕 스테이크 하우스에 갔는데 레스토랑에 자리가 없어서 어디를 갈지 찾다가 결국은 브라질 요리를 파는 레스토랑에 갔다. 우리가 들어왔을 때 한가하니 자리가 있었는데 후에 사람들이 계속 들어와 바글바글 한 상태로 식사를 하게 되었다. 오늘의 디너로 감자 새우크림, 구운 연어, 소고기 스테이크와 리소토를 주문했다. 쌀쌀한 밤 날씨에 아이를 위해서 치킨라이스 수프를 주문해 같이 먹었다. 여기는 브라질 음식점이니 아이에게 감사합니다는 땡큐가 아니고 오브리가도라고 알려줘서 말하게 했다. 아이가 종업원에게 고맙습니다(Obrigado)를 포르투갈 말로 하자 아주 신기해하셨다. 서비스로 나온 밥과 콩 소스까지 모두 깨끗이 비웠다. 가게 문에서 나왔는데 길에서 애완견을 데리고 걸어가는 여자와 아이가 부딪혀 아이가 넘어졌다. 다들 놀라고 사과 없이 지나간 그 여자의 행동에 나는 화가 나서 걸어가는 여자에게 화를 냈는데 아이는 내가 본인에게 화가 난 줄 알고 눈물을 보였지만 아닌 줄 알고 풀었다. 뉴욕의 다른 면모를 보게 된 일이었다.


밤의 타임스퀘어

뉴욕의 밤거리를 느껴보기 위해 타임스퀘어로 가자 이곳은 현실이 아닌 듯한 공간이었다. 태양처럼 번쩍이는 거대하고 셀 수 없는 전광판 아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구경하고 오고 가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보신각 타종처럼 연말에 꼭 등장하는 타임스퀘어는 이런 평일에도 전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세계의 중심에 선 듯 대단한 광경이었다. 아이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이곳에 있는 m&m초콜릿 매장에 가서 뉴욕을 기념할 만한 작은 자유의 여신상 초콜릿 상자를 샀다. 밤이 깊어도 그칠 줄 모르는 인파를 뒤로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이렇듯 거대한 세계의 수도 뉴욕이지만 막상 몇 시간 다녀보니 하도 많은 사람들이 바삐 다니기에 다소 좁은 길은 다른 사람들 가는 길을 막게 돼서 둘 이상은 나란히 못 걷는 듯했다. 다른 도시에서는 오히려 과장되게 들려서 수십 번 듣던 Sorry도 전무한 이 곳 뉴욕의 첫날이 조금 피곤하기도 했다. 미국 사람들 중에서도 뉴욕은 미국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갔던 하루였다. 호텔에 와서 씻고 나와 아내는 오늘 마지막으로 할 일인 빨래를 위해서 호텔 지하실에 있는 빨래방에서 빨래를 돌렸다. 그런데 쿼터 동전 8개가 필요해서 근처 빨래방 갔다가 교환이 안돼서 호텔 앞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양해를 구했더니 직원이 군말 한마디 없이 쿨하게 바꿔주었다. 알뜰하게 빨래까지 다 하고 다들 뉴욕의 첫날밤을 마무리했다.

뉴욕 시내
타임 스퀘어
뉴욕 베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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