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 다른 도시에 사는 동생이 패드 하나를 선물해줬다. 본래 조카를 위해 사준 거지만 아이가 본인은 이미 쓰던 게 있어서 정들었기 때문에 필요 없다고 해서 내가 쓰게 되었다. 때마침 만난 패드가 굉장히 요긴하게 쓰였다. 집짓기 프로젝트를 위해 나에게 온 도우미 같았다. 설계 어플을 구입해서 패드에 설치해 첫 설계를 시작했다. 설계의 주안점은 간단했다. 외관은 심플과 모던이었고 내부는 가족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내는 것이었다. 이렇게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하면 할수록 끝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어머니가 1층을 사용하고 나와 아내, 아이가 2층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리고 층마다 방은 3개, 화장실은 2개가 있어야 하고 각자 요구사항을 들어가며 설계를 시작했다.
설계어플로 도전
설계 어플을 켜고 줄을 긋는데 내가 긋는 대로 벽이 생기고 방이 만들어지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어플에 깔린 문, 창문, 침대, 주방기구, 욕조 등을 넣어가면서 이리저리 만들어갔다. 검색 사이트에서 전원주택 설계도를 검색해서 봤는데 다들 다양하고 각양각색이라서 오히려 복잡하게만 느껴졌다. 우리는 최대한 간단한 모형으로 설계를 하기로 했다. 심플한 것을 좋아하면서도 건축비를 아끼기 위한 방법이었다. 개성이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오히려 그런 심플함이 개성이라고 볼 수 있었다. 나와 외삼촌은 각자 설계하면서 서로 비교해보기로 했다. 면적은 30평으로 하고 1, 2층과 다락을 내기로 했다. 총 70평 정도가 되는 규모로 1층과 2층은 디자인을 똑같이 가기로 했다. 그건 건축 비용을 아끼기 위한 것과 골조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한 방책이었다.
기본적으로 안방 1개, 작은방 2개, 욕실 겸 화장실 1개, 화장실 1개, 주방 1개, 거실 1개, 다용도실 1개, 팬트리 1개의 구조를 넣어서 퍼즐 맞추듯이 짜 맞추어 갔다. 처음 해보는 것이라 수없이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고치고 다시 그리고를 몇 번이나 하면서 고쳐나갔다. 생각했을 때는 굉장히 쉬울 것 같았지만 실제로 산다고 생각하면서 동선을 짜고, 생활을 상상해보면 그리 녹록지 않았다. 토지를 보면 북쪽에 도로가 있는 구조라서 메인이라 할 수 있는 현관을 처음에는 서쪽과 남쪽에 2개를 내었다가 남쪽 현관은 없애고 서쪽에 1개로 두었다. 1층과 2층은 같은 집이지만 다른 집처럼 생각하기 위해서 중문을 달고 계단을 설치했다. 방 사이즈는 현재 가지고 있는 가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구 실측을 하고 방 면적을 계산했다. 우리 집과 어머니 집을 오가면서 줄자를 가지고 냉장고, 김치냉장고, 세탁기, 책장, 장롱, 테이블, 침대 등을 실측해서 면적 계산을 했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집과 비교하면서 이 정도면 생활하기에 불편한지 안 그런지 상상해보았다.
전자펜으로 그려가며 수정
나는 요리를 좋아하기에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의 주방이 협소하게 느껴졌기에 거의 두배에 가까운 면적으로 주방을 설계했다. 그래서 싱크대도 2개로 하고 여러 수납장, 조리대도 넓게 만들었다. 지금 주방의 길이를 재보면서 크기를 도면에 그려 넣었다. 아이 방도 지금보다는 크게 만들어서 성장하면서 느끼기에 좁지 않도록 만들었다. 안방에는 화장실이 있었다가 없었다가 다시 있었다가를 반복하면서 침대와 장롱이 들어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2층 작은 방은 지금까지 살면서 본인 방을 갖지 못했던 아내 서재로 만들었고 1층 작은 방은 내 서재로 만들 계획이라 크지 않고 아담한 규모로 만들면서 답답하지 않게 문은 만들지 않기로 했다. 다락은 아이가 상상을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 블록 조립을 하면서 놀고 다른 가족들에게는 탁 트인 공간으로 다가가게 했다.
1층과 2층의 설계 과정
외부에는 마당이 있어서 어머니가 좋아하는 꽃이나 나무를 심고 작물을 소소하게 키워 식탁에 올릴 계획을 세웠다. 1층 거실과 손님방 앞에는 데크를 설치하고 위에 어닝을 설치해 야외에서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2층은 주차장 위를 데크로 만들어서 식사 겸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집 주위로는 마당의 흙과 직접 닿지 않게 자갈을 깔고 창문은 눈썹 지붕이나 플래싱을 해서 빗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방지했다. 이렇게 설계를 하기까지 참 여러 번 고치고 가족들에게 물어보고 했다. 특히 외삼촌과 인터넷 동영상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건축의 기초부터 배우기 위해 동영상 사이트에서 차근차근 찾아가면서 공부해서 정리했는데 전원주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열, 결로 방지, 누수 방지였다. 특히 단열은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어서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태반이었기에 계속 공부했다. 열 전도율이니 관류율이니 하는 말이나 자재 용어와 특징, 단열 공법 순서 등 쉽게 알아듣지 못하는 용어에 이해 안되는 공식 투성이었는데 나중에 건축사사무소를 찾았을 때 대화가 되어야 하기에 무조건 알고 가야 했다. 지붕은 누수 방지를 위해서 박공지붕 형태가 가장 좋다고 해서 그렇게 설계해보았다. 그리고 다락 창문만 하나 내는 것으로 했다. 지붕 자재는 리얼 징크로 해서 오래가는 지붕으로 실용성과 디자인을 생각했다. 외장재는 검은색의 지붕과 대비되게 하얗거나 밝은 느낌을 주기 위해서 스타코 플렉스 같은 자재를 사용하기로 했다. 설계 어플로 할 수 없는 이런 단면은 직접 그려가며 스스로가 이해할 수 있도록 공부했다.
틈만 나면 설계 관련 동영상과 건축 자재, 공법 특징, 유의사항을 찾아보고 하니 새벽 2, 3시를 넘기기가 일쑤였다. 처음에는 전혀 바탕이 없어서 장벽이 느껴졌지만 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시작을 하니 어느새 조금씩 동영상에서 설명하는 것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고 그랬다. 그러면서 설계는 끊임없이 다듬어갔다. 처음에는 'ㄱ'모양이나 중앙이 돌출된 모양 등 여러 모양을 만들어봤는데 단순한 구조로 만드는 것이 하자 문제와 경제성을 잡을 수 있어서 직사각형 모양으로 다듬어졌다. 그렇게 다듬어보고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고 몇 차례 하니 다들 납득할 만한 수준까지 만들어졌다. 설계 어플로 3D를 돌려보니 조감도가 실제처럼 느껴져서 꼭 이 안에 사는 느낌을 받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전등도 설치하고 스위치, 콘센트 위치도 나름대로 정해보니 금방이라도 이 집이 만들어질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수정을 해가면서 자세해지는 설계 과정
설계가 얼추 끝나갈 때는 다양한 집을 소개하는 교양 프로그램을 수없이 보았다. 그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구조의 집과 사람들의 사연이 소개되었다. 나의 선배들처럼 보이는 사람들이라는 느낌도 받았고, 내가 저 프로그램에 소개한다면 어떻게 소개할지도 상상해보았다. 다들 저마다의 목적을 가지고 땅을 사고 집을 짓고 자신의 개성과 애정이 담긴 집을 만드는 과정, 사연을 들어보니 다소 지쳐갔던 내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위안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았다. 개중에는 혼자 집을 만든 금손들도 있어서 정말 깜짝 놀랐다. 설계부터 자재, 시공까지 혼자서 했다는 사연은 너무 놀랍고 대단해 보였다. 가족을 위해서 또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집을 만든 사람들의 행복과 웃음을 보니 나도 집을 만들고 저런 행복의 나날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간간히 완공된 다른 전원주택들의 모습도 살펴보고 시간은 어느덧 흘러 한 달이 지나 계약금 잔금 치르는 날이 되었다. 부동산에 이번에는 특별히 어머니를 모시고 가서 함께 계약을 진행했다. 법무사와 중개인, 매도인 모두 나와서 함께 진행했다. 돈을 보내고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는데 큰돈이 오가고 땅 주인이 되었다는 사실이 무덤덤하면서 실감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끝나고 나서 부동산에게 부탁해서 건축사사무소를 소개해달라고 했다. 나와 외삼촌이 직접 아는 건축사사무소가 없었기에 소개받아서 한번 상담을 받아보면 좋을 듯했다. 우리 나름대로 건축 설계가 끝나고 준비가 되었기에 이제 다음 스텝으로 건축사를 만나서 인허가를 위한 설계 상담이 필요했다. 이글거리는 태양의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8월 중순에 드디어 건축가 미팅을 잡아서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