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건축사사무소에서 상담을 받고 고심한 끝에 우리가 생각하는 집의 모습에 대해 존중하고 인정해주는 건축사사무소와 함께 하기로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가격이나 시공을 보았을 때 비슷한 곳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살려고 생각한 집에 대해 존중해주며 신경 써주는 것에 마음이 갔다. 다음 미팅은 다음 주 초로 잡아서 구체적으로 설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그 사이에 가족들과 건축설계사와 만났을 때 전하고 싶은 내용이나 요구 사항이 있는지, 지금까지 설계한 것에 대해 보완점은 없는지 이야기했다. 나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지만 디테일한 배치 등에 있어서는 실제 사용할 어머니, 아내의 의견도 중요했다. 사실 설계는 건축의 기본이자 가장 중요한 영역이라서 많은 시간을 투자해 고민하고 수정하는 것이 좋은 설계 나아가 좋은 집을 만든다. 단순히 선을 몇 개 긋는 것으로 그 안에 많은 인력이 투입되고 여러 자재를 가지고 시간을 두고 현실 속에서 구현하기 때문에 설계 고민은 결국 좋은 집을 낳기 마련이었다. 법적인 부분은 설계사가 잘 알지만 그전에 건축 공법, 자재, 단열, 디자인 등에 대한 철학과 이해도가 있는 것이 서로 간에 좋은 건축 동행이 된다. 그래서 건축주는 공부를 많이 하고 설계하는 건축사와 유의미한 대화를 통해서 만들어질 집의 모습에 대해 다듬어가고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실적으로 내가 가진 시간은 촉박해서 여유 있는 고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좋은 의미로 모던하고 심플하게 가는 게 최상의 방법이었고 경제성과 미관을 따졌을 때 가장 나은 선택이었다.
화요일 오후 5시에 외삼촌과 함께 건축사사무소를 방문했다. 처음 만남 이후 실제적인 미팅으로는 처음이라 뭔가 일이 진행한다는 느낌을 받고 싶었다. 반갑게 맞이해준 설계사와 인사를 나눈 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설계도를 보면서 보완해야 할 점을 위주로 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크게 문제는 2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건축법상 2층 데크를 설치했을 때 기둥으로 지지하게 되면 면적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옆 집과의 1m 이격 거리에 반하게 되어 2층 데크를 사이드에 배치하는 것에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기둥 없이 테라스 형태로 너비가 줄어든 형태로 만들던지 아니면 하지 않는 것이 되었다. 우리는 2층 데크를 할 수 없다는 것에 매우 아쉬웠지만 정해진 것을 어길 수 없기에 기둥 없는 테라스 형태로 내기로 했다. 건축 공법으로 기둥 없이 1.35m 정도는 나올 수 있다고 해서 사이드는 그런 식으로 살렸다. 대신 2층 데크는 앞쪽에 내기로 했다. 집의 앞쪽이 남향이기에 볕이 잘 드니까 1층 데크 위에 기둥을 설치해 2층 데크를 올리는 것으로 했다. 처음에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는데 포기한 것이 그쪽에서는 집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경치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차선책으로 그쪽으로 데크를 살려서 만들기로 했다.
두 번째 문제는 다락의 구조였다. 2층 위에 10평 남짓한 다락을 설치하기로 해서 도로를 기준으로 오른쪽 벽에 다락 계단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너무 가파른 모양이라 설치하는 게 위험하다고 했다. 그래서 1층에서 2층으로 올라오는 계단을 살릴 겸해서 집 구조 자체를 좌우 반대로 해서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하면 장점이 여러 가지 생겼다. 안방을 도로 기준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치해서 출입문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에 안방이 위치하게 되었다. 그리고 출입문 쪽에 작은 방이 위치하니 출입문 현관 자체도 커지게 되었다. 다락 계단 공간이 사라지니 욕실, 화장실, 다용도실의 공간도 조금씩 넓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단점도 있었는데 다락을 가기 위해서는 2층에서 중문을 2개다 통과한 다음에 가야 했다. 2층 신발장으로 갈 때 1번, 계단으로 갈 때 1번 해서 2번의 중문을 열고 다락으로 가게 되니 그것은 조금 불편해 보였다. 그리고 1층에서 바로 올라온다면 2층을 통과하지 않고 다락을 가서 2층을 내려볼 수 있으니 그것도 마음에 걸리긴 했다. 그래도 여러 상황을 보았을 때 그것이 제일 나아 보여서 좌우 구조를 바꾸는 것으로 했다.
이야기를 마치고 인허가 설계부터 공과금, 감리를 위해 견적을 내어 계약하기로 했다. 만만치 않은 돈이 나가지만 이제 시작하는 과정에서 첫 삽을 뜬다고 생각하며 좋은 출발을 위해 기도했다. 그리고 다음 미팅은 그 주 금요일에 만나기로 했다. 금요일 오후에는 아내와 아이도 같이 와서 인허가 설계 결정을 위해 더 논의하기로 했다. 순조롭게 미팅을 마치고 난 다음 금요일 전까지 외삼촌과 함께 더 세심한 설계 과정을 만들어 갔다. 자재 선정도 중요했고, 건축법상 외부 설계 도면이 바뀌었기 때문에 마당과 조경, 주차장 바닥 자재 등 더 깊이 이야기를 해나가며 수정해갔다. 그리고 아내와 어머니에게도 물어보며 계속 피드백을 해나갔다.
설계 고려사항 요청
만나기로 한 날이 되었다. 그런데 건축사사무소에서 급한 출장이 있다고 전달받아서 취소되었다. 모처럼 외출을 생각했기에 우리 가족은 일단 건축사 미팅은 안 하더라도 밖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 집이 지어질 땅을 살펴보러 갔다. 한여름의 끝자락이라서 그런지 잡초가 무성하다 못해 빽빽하게 들어섰고 어떤 잡초는 내 키만큼 커져있어서 과연 이곳에 집이 지어질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정도였다. 땅 구입할 때 세워놓은 경작금지 팻말도 잡초에 가려져 안보이길래 도로 쪽에 잘 보이는 곳에 다시 세워놓았다. 건축사 미팅은 취소되었지만 파일로 도면을 보내줬기 때문에 나는 외삼촌과 연락을 해가며 우리의 수정 사항을 채워 넣었다.
건축 면적 제한으로 인해 사이드 테라스가 사라졌는데 그것을 넣는 대신 데크로 부르던 마당 쪽 포치와 테라스를 줄이기로 했다. 지붕 북쪽에서 창문을 내고, 불필요한 창문은 삭제하거나 줄여나갔다. 이것저것 수정해가면서 수정본을 완성해 건축사에게 다시 요청드렸다. 그리고 이틀이 지나 건축사와 계획 설계 전 최종 미팅을 했다. 우리의 요청을 거의 반영해서 수정된 완성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설계 도면에 나와있는 집을 보니 이제 한 고비를 넘겼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다락의 경우는 높이 때문에 가운데 층고가 높은 곳은 가벽으로 세워 막아놓고 완공 후에 열기로 했다. 사이드 테라스(데크)는 면적 문제로 옆면의 2/3 정도 살렸지만 만족스러웠고 다른 부분들도 다 원하는 대로 수정이 되어서 전체적으로 후련했던 미팅이었다. 이렇게 첫 단추인 계획 설계가 끝나고 향후 일정에 대해 문의했다.
실제 설계에 가까워진 나만의 설계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먼저 경계 복원 측량을 구청에 신청해서 측량을 받는 것이고 이제는 시공 전 실시 설계로 들어가야 해서 그에 참고할만한 세세한 내용을 찾아보는 것이었다. 실시 설계가 2주 정도 걸려 나오면 인허가 신청을 하고, 그 후 2주 정도가 되면 시공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실시 설계가 완성되면 그에 따라 공사 견적비도 나올 것이다. 이대로 계획이 순순히 진행된다면 9월 말이면 공사가 시작된다고 하니 기대감에 부풀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절반은 끝난 것 같아 후련함과 뿌듯함이 몰려왔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외식 중 하나인 회전초밥을 먹으러 가면서 우리만의 작은 축하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