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구입에서 토지 구입으로 노선을 틀고 나서는 집 지을만한 괜찮은 땅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뒤져가며 우리가 점찍은 지역을 확인하고 직접 가서 눈으로 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우리가 생각한 가격에 도심 안에 있는 토지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부동산 재테크 같은 것에 관심조차 없던 나에게는 처음 해보는 작업들이라 쉽지는 않았다. 부동산마다 매물 가격이 달라서 그것도 확인하고 할인도 어디까지 가능한지 알아야 했다. 우리가 가고자 했던 도심 전원 마을에 토지 매물이 4개 정도 있었는데 다 100%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 마을에서 나온 매물 중 제일 나은 토지를 구매하기로 했다. 전원주택 단지 안에 있는 토지여서 다들 직사각형 모습으로 나왔기에 문제는 도로 접근성과 주변 환경이었다. 도심에 있는 마을이다 보니 일반 도로가 접해있었고 그에 따라 자동차 소음이 들리는 곳도 있었다. 우리가 선택한 토지는 이미 양 옆에 집이 들어서 있었고, 도로가 남쪽이 아닌 북쪽에 접해있어서 아주 좋다고 볼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하지만 마을 안쪽에 자리 잡고 있어서 조용했고, 도심 지역이라 도시가스, 상하수도 문제는 쉽게 해결되었다. 어쨌든 매물로 나온 곳 중에서는 가장 나아 보여서 선택하게 되었다.
집 지을 토지 구역
그 토지는 이미 여러 부동산에서 매물로 등록해놓고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전에는 발품을 팔았다면 이제는 손품을 팔아 인터넷 이곳저곳을 뒤져가며 정보를 확인했다. 어머니가 확인한 부동산의 가격이 제일 저렴해서 그곳에 전화를 해서 계약 의사를 밝혔다. 평수는 97평 정도 되는 토지로 어머니와 나, 아내, 아이가 살기에 충분한 규모였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고 이렇게 큰 비용을 지불한 적이 없어서 망설임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시세에 맞는 가격으로 나온 매물이라 생각하고 계약하기로 했다. 10년 전부터 알던 마을이었는데 토지 가격이 이렇게나 오른 걸 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지금 이렇게 만나게 된 것도 어디냐 싶었다. 제일 중요한 건 어머니의 건강과 가족이 함께하는 행복이었다.
가계약을 하고 이틀이 지나 계약하는 날이 되자 왠지 모르게 긴장이 되었다. 자동차나 아파트 매매를 안 해본 건 아니었지만 이렇게 거액의 금액을 거래하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땅을 산다는 것도 꽤나 낯선 경험이었다. 도심 전원주택 마을에 있는 토지는 직사각형으로 주변은 집들뿐이라 조용한 곳이었다. 매도인은 신사적인 할아버지로 편안하게 분위기를 만들어줬고, 부동산 중개소에서도 친절하고 디테일하게 설명을 잘해주었다. 아픈 어머니와 함께 산다는 것에 공감을 많이 해주어서 감사하게 느껴졌다. 같이 간 외삼촌은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꼼꼼한 계약이 되도록 했다. 덕분에 나는 부담을 덜고 진행할 수 있었다. 이렇게 여름이 찾아왔다. 7월 초에 계약을 하고 잔금은 8월 2일에 치르기로 했다. 한 달 안에 계약금을 제외한 막대한 토지 비용을 마련해야 해서 그동안 예금한 돈을 모조리 긁어모았다. 지금까지 모든 걸 통틀어도 이렇게 많은 돈을 쓴 적이 없어서 적잖이 부담을 느꼈다. 직장생활 12년 남짓한 시간에 모은 돈이 이렇게 우리가 살 공간으로 탈바꿈되는 게 만감이 교차했다. 이제 건축하는 비용은 아파트 매매와 대출로 마련해야 했다. 대출 문의를 위해 은행도 다녀오고 어떻게 자금을 마련할지 계획도 세워보았다.
계약금 잔금을 치르는 8월 초까지는 건축 공부를 해야 했다. 본래 문과 체질인 나에게 과학, 수학, 기술은 입시만을 위한 과목이었고 관심도 거의 없었는데 이제는 현실이기에 공부해야만 했다. 그래서 7월 내내 퇴근하면 건축 관련 영상을 보고 자료를 찾아보고 블로그 등을 뒤져가며 지식을 쌓았다. 골조는 어떤 식으로 할지, 층수는 어떻게, 방과 화장실은 몇 개, 디자인은 어떻게 하는 것부터 해서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다. 먼저 기본적으로 구상하는 설계가 있어야 하니 설계 어플을 설치해 나름대로 설계를 시작했다.
초기 설계 이미지 1
초기 설계 이미지 2
골조는 크게 철근 콘크리트조, 철골조, 목조, 조적조로 나뉠 수 있는데 철근 콘크리트는 우리나라에서 많이 하는 공법으로 철근으로 뼈대를 세우고 콘크리트를 부어서 만드는 공법이다. 철골은 각관이나 H빔 등 철 자재를 활용해서 뼈대를 세우고 패널로 벽을 만드는 공법이다. 목조는 나무를 자재로 기둥을 세우고 벽에 그라스 울처럼 단열재를 채우는 방식이고, 조적조는 벽돌을 쌓는 기법이다. 4개의 공법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일단 4가지를 다 공부해야 했다. 전혀 바탕이 없는 상태였기에 시작은 막막하기만 했다. 일단 책을 찾아가며 공부하면 가뜩이나 배경 지식이 없는 나였기에 어려울 것 같아서 구조적인 느낌이나 이해가 쉽도록 영상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동영상 사이트에서 찾아가면서 공법을 하나씩 알아가는데 필기해가면서 반복해서 보니 서서히 눈에 익기 시작했다.
인터넷 동영상과 어플을 통해 초보 건축 공부
일단 4인 가족이 생활하고, 모던하고 심플하면서 간단하게 집을 짓고자 하는 콘셉트가 있었기에 이에 부합하는 공법을 찾아갔다. 그리고 경제적인 비용도 무시할 수 없었기에 합리성도 따져야 했다.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은 전원주택 토지 구입에 이미 큰돈을 쓴 터라 수중에는 마련할 수 있는 자금이 많지 않았다. 가성비를 보았을 때 일단 눈에 띈 것은 철골조였다. 철골조는 우리나라에서 많이 하는 철근 콘크리트, 목조에 비해 인기가 없고 상대적으로 많이 하지 않는 구조였다. 하지만 시공 기간이 짧고 철근 콘크리트에 비해서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철골로 모양을 짜기 시작했다. 목조는 시간이 지나면 누수로 인한 뒤틀림, 목재 손상이 있다고 해서 제외했고, 조적조도 지진에 취약하며 무거운 느낌을 주기에 제외했다. 사실 외부 모양이야 어느 것으로 해도 비슷한 디자인을 연출할 수 있었다. 철골조도 방음 취약, 결로 발생 등 우려가 있어서 어떤 공법이든 장단점이 있기에 사실 경제적 비용을 따진 합리성을 많이 감안한 선택이었다.
어느새 한 달이 지나 8월 2일이 되었다. 세상은 여전히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고 한여름의 땡볕이 내리쬐는 오전 11시에 부동산에서 법무사, 부동산 중개인, 매도인과 우리가 모두 모여 한 테이블에서 잔금을 치르고 계약서 확인을 마무리지었다. 몇 번의 클릭으로 그렇게 큰돈이 오가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앞으로 얼마나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게 될지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며칠이 지나자 내 손에 등기권리증이 쥐어졌다. 한눈에 보이는 네모난 땅에 어머니와 우리 가족의 삶이 이어질 시간이 세워질 것이다. 이렇게 집 지을 땅을 갖게 된 토지주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