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때로는 금기를 깨는 경우도 더러 생긴다고.
"우리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자."
전화로 2시간이나 수다를 떨어놓고 통화 말미에 다음을 기약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사적인 소통을 가능케 한 고등학교 시절 나의 첫 공짜폰의 기억부터 최근까지 이어져 온 사회적 메시지가 있다. 바로 '나' 메시지다. 당시 이동통신사는 멤버십을 가입하면 'Na'로 살아갈 수 있다고 CF 스타를 통해 대중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또래 감성 마케팅 TTL, Na 카드 아직 소장 중) 무제한으로 깔린 멍석 위에 수많은 이야기와 한이 쏟아졌다. 사람들은 관계를 이어주고 풀어주는 요금제에 기꺼이 응했다. 특정 청바지를 입으면 '나는 나'라고 말할 수 있다는 구라도 쳤다.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원빈의 발작 버튼을 눌러서 '나다운 게 뭔데'라는 멘트를 오랫동안 유행시켰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나' 메시지가 여전한 걸 보면 한국 사회 관계망은 나를 드러내기 어지간히 촘촘한가 보다. 참 아이러니하다. 이토록 관계를 중요시하는 한국인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돈'이라고 답했고, 반대로 개인주의를 지향하는 미국 사람들은 '가족'이라고 답했다고 했다.
(중복 문장, 이전 글에서 삭제)
자본이든 계몽이든 지능적인 기업들은 공부하고 연구하여 대중의 마음을 읽었고 또 얻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스승의 말을 새긴 봉준호 감독은 영화 '기생충'을 만들었다.
20여 년 전 대학생 때쯤 알게 된 미술 선생님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배움 하에 한국 전통 패키지 디자인을 얼마나 고급스럽게 현대화 할 지 고민했다.
수년 후 K 팝 초기 개척자 JYP는 그의 걸그룹 '원더걸스'와 '본연의 콘셉트' 흑인풍을 가지고 미국시장에 진출했다.
일찌감치 어딘가 부족한 '나'로부터 출발한 자들은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되었다.
생산자는 움켜쥐고 있는 자기애가 아닌, 세상으로 뻗어나갈 힘이 있는 '자기 사랑'하는 자다.
나를 돌보고 내면을 들여다 보는 일은 인문학, 경제적인 관점에서 결국 모두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유교문화, 집단의 이념 속 우리 부모 세대는 '나'의 소외와 희생이 당연했다.
그런 세대의 감정을 먹고 자란 다음 세대 속 K 장녀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름이다. 나의 생애를 돌아보는 ‘마흔’의 분기점과 K 장녀의 유기적 결합은 그동안 ‘이유를 몰랐던 힘듦’의 뿌리를 파헤칠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K 장녀 해방일지>는 감정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시작된 글이다. 동시에 내 다음 세대인 두 딸들을 위해 나에게 들려주는 말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자신의 삶을 즐거이 잘 꾸려나갈 것이다. 그러나 이따금씩 고난을 마주한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삶이란 때로는 금기를 깨는 경우도 더러 생긴다고. 그런 뒤 내면이 충만하면 그걸로 됐다. 마음을 추스른 후 탄탄하게 내재되어 있던 본연의 삶으로 돌아가면 된다.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다. 엄마는 어떤 삶이든 나의 아이들 편에 서서 전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해 줄것이다. 세상이 바뀌어 감에 따라 생각이 바뀌는 때가 올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좋은 신호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현재'를 느끼고 충만하게 살아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나로 살아갈 용기를 갖게 될 K 장녀 외 모든 딸들, 독자들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되면 좋겠다.
"우리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만나서 합시다. 나로 살아가는 당신의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그동안 글을 응원해 주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