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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인미D Apr 10. 2024

77.롤모델은 평범할수록 좋다.

<만만한 롤모델은 우리가 걸어가는 현실적인 지표가 된다.>


어린 친구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나에게 롤 모델이라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부담스럽다. 이런 내가 뭐라고. (잘하고 있다가 이런 말을 들으면 뚝딱이가 된다.)


다시 한번 차분히 나에 대해 생각해 봤다.

내 눈엔 한심하고 별 볼일 없어 보이지만, 그들에게 대체 어떤 부분에서 동기부여나 영감을 주었을까?


나는 엄청나게 우수한 사람이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모습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체 왜 나를 기준으로 삼을까?


내겐 너무너무 평범해서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은 만만함이 있다.

어쩌면 이런 만만함이 주변사람들 생각에 현실적인 목표로 삼기 부담스러움이 덜하지 않았을까?

이런 평범한 이를 목표로 삼는다는 것은 그들에게도 실현 가능한 기준이 된다.

넘사벽 말고 그들보다 딱 한 발 앞서서 가보고 있는 진행형 사람이기 때문이다.


원래 체감상 직접 와닿는 자극은 멀리 있는 위인이 아니라 내 옆에 있는 나보다 1% 잘난 사람이다.

저 멀리 있는 전교 1등 말고, 윗집 엄마 친구 아들과 비교되는 것이 더 마음이 아프다.

TV 속의 셀럽, 역사 속의 위대한 인물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훌륭해서 나의 삶과 전혀 상관없어 감흥조차 없을 때가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위대한 사람은 감정적인 울림이 없는 "예, 잘 알겠고 잘 들었습니다." 같은 남의 얘기가 되기도 한다. 어차피 오르지 못할 나무라서, 의지를 불태우기는커녕 꺾이고 만다.


반면 우리 현실 속, 인간미 있게 아주 약간 우수하며 평범한 사람을 보며 우리는 희망을 꿈꾸고 목표로 삼아 걸어보게 된다.

우리가 알고 싶은 건 경이롭게 위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나도 할 수 있다는 현실성일 것이다.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어제까지만 해도 나랑 똑같던 평범해 보이는 바로 옆의 저 친구가 뭔가 잘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새로운 일에 대한 생각과 기준이 달라진다. 바로 이 순간이 용기를 내 한계에 도전해보려고 하는 때이다.

어쩔 때는 이렇게 또래 집단의 영향이 우리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정글짐에서 자주 놀았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양손으로 봉을 잡고 한 발씩 조심조심 옮겼다. 그러다 갑자기 한 친구가 양손을 놓고 정글짐 위에서 마구 뛰어다녔다.

그걸 본 나는 '오? 나도 할 수 있으려나?"싶어서 용기 내서 양손을 놓고 중심을 잡아보니 걸어볼 만했다. 곧 익숙해져 나도 양손을 놓고 정글짐 위에서 뛰어다녔다.

만약 내가 TV로 올림픽 기계체조 선수가 정글짐에서 뛰어다니는 걸 봤다면 그렇게 쉽게 용기를 내지 못했을 거다.


그냥 바로 옆의 평범한 내 친구가 하는 것을 보고 용기 내어 도전해 볼 수 있었다.

'쟤도 하는데 나도 한번 해볼까?"

우리는 너무 먼 곳의 위대한 사람을 롤모델로 삼는 것보다 이렇게 평범하게 살고 있는 주변 사람들을 롤 모델로 삼는 것이 훨씬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주말 아침, 골프 연습장 1인 타석에서 혼자 연습 중이었다. 운동 멘탈이 약한 나는 단체타석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매주 주말 오픈런을 하여 1인 타석을 주로 쓴다. 이른 아침이라 어르신들이 많다.

그중 할머니 무리가 나에게 몰려와 골프를 얼마나 쳤냐고 했다. 3년 정도 혼자 연습하고 있고 아직 필드는 안 나갔다고 했다. 그러자 한 할머니가 "우리 목표가 아가씨처럼 치는 거잖아. 우리는 언제 그렇게 되려나?" 폭풍 칭찬을 해주셨다.

1인석에서 늘 혼자 연습하는 나를 언제 지켜봤지 싶고, 그때부터 불편해서 뚝딱거렸다.

독방 타석이기 때문에 나는 다른 사람들의 연습 스윙을 볼 일이 없다. 그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몰래 숨어 보셨나요? 갑자기 막 더 잘 쳐야 할 거 같아서 부담스러웠다.(그날 연습 폭망;)


내가 엄청나게 잘 치는 것도 아니고 아직 머리도 안 올린, 연습 '장수생 쌩초짜 골린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평범한 사람을 목표로 천천히 걸어가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르신들께는 티비 속의 로리 맥길로이보다, 연습장 한구석에서 혼자 연습하는 내가 더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을까?

PGA 프로 골퍼가 치는 드라이버 270m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저 옆에 언니가 170m 치는 걸 보면 나도 가능하겠다 싶은 희망. 오늘 또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었다. 골프 아주 약간만 잘 치는 초보언니로.


사람들은 아무런 경쟁이 없을 때보다 바로 옆에 있는 누군가를 목표 삶을 때 더 나은 기록을 얻을 때가 있다.

혼자 가는 것은 내 여력만큼의 타협이 생기기도 하지만, 다른 이를 롤모델로 두면 지금 내가 가진 능력보다 살짝 무리해야 한다. 

사람은 현재 능력보다 아주 약간 상향을 향해 움직이면 지속적으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그런데 혼자서 하다 보면 아주 약간 상향이라는 기준이 조금 낮게 설정되거나 상향이 아닐 때가 많다.


하다 못해 요가만 해도 혼자 할 때와 사람들 속에서 할 때 만들어낼 수 있는 챌린지 결과가 다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늘 타인이라는 롤모델이 필요하다. 이들에게 얻을 건 무조건 성취뿐만 아니라 좌절이나 괴로움을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평범해 보이지만 똑똑하게 잘 살고 있는 주변 사람들을 찾아 롤모델로 삼아본다면, 나도 모르게 조금씩 나아지게 된다.


잘 찾아보면 있다. 일반인 대표 1등이 우리 주변에...

만약 없다면, 본인이 그 일반인 대표가 되면 된다.

그러나 잘 찾아보면 딱 하나씩은 본받을 자질을 품고 있다. 

남의 장점을 찾는 것도 꽤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저 정도는 나도 하겠네.' 라며 하찮게 평가하면서도 본인은 아무것도 안 하고, 우습게 여긴 바로 그 일 조차도 못하는 현실일 때가 아주 많다.



옆에 있는 평범한 사람 중에 나는 약간 집요한 일반인이다.

이 집요함이 내 손에 들어온 많은 것들을 대체로 무난하게 다 해낼 수 있게 했다. 사실 과정은 안 무난했지만.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레퍼런스와 예습이다. 어떤 것을 막연하게 기도와 바람으로만 잘하기 힘들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아무런 노력 없이 기도만 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놀랍지만 이게 현실.

어떤 분야건 (1)정보의 수집이 상당히 중요하다.

그리고 그 정보를 어떻게 나에게 습득할 것인가?를 고민하여 자신만의 방법으로 체화하는 것이다. 

(나에게는 스토리텔링 만들기, 가상의 동반자 만들기 등의 나만의 방법이 있다. 다들 자신만의 방법을 찾으면 된다.)

결국 (2)내 몸과 생각이 움직여서 직접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1)레퍼런스 = 정보의 수집   &   (2)예습 = 실행 

이것을 계속 반복하면 사실 이 세상에 안 될 일은 없다.

너무 쉽지만 다들 안 하고 있는 것들이다.


어른이 되면 자기 절제력 있게 모든 것을 해낼 거 같지만, 어른들도 나약해진 세상이다.

그런 사람들 말고, 이런 시대에도 고독하게 자기 길을 가고 있는 사람을 롤모델로 찾아내야 한다.

생각보다 희귀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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