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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임 May 26. 2024

결혼할까? 말까? 결혼이라는 선택에 대하여

결혼 그 자체보다는 나와 상대의 관계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결혼할까요? 말까요?


인터넷 커뮤니티는 물론 연애, 인생 상담 유튜브 채널, TV 상담 프로그램의 유명한 강사님. 심지어 결혼과는 거리가 먼 스님까지도 피해 갈 수 없는 질문.

해당 콘텐츠의 조회수는 늘 뜨겁다.

그만큼 결혼에 대한 주제는 어떤 혹한 상황에서도 꺼지지 않고 불타 오르는 가스 불구덩이 같은 화두다.  


옛날에 일단 결혼하면 다 살아지는? 시대였다.

8살 되면 초등학교 입학하고, 졸업하면 중학생, 고등학생 되듯이 결혼도 적령기 되면 반드시 해야만 하는 당연한 과정이었다. 남자? 여자? 살아보면 다 똑같아~ 로 시작하는 어른들의 말씀에 심지어 상대와 연애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적령기라는 이유로 결혼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결혼하면 출산은 당연하며 일단 낳고 나면 애는 알아서 크고, 돈도 알아서 모이던- 마법 같은 일이 생길 것만 같던 -시절. 그래서 결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던 시절.

그 시절을 살았던 어른들은 요즘 사람들의 고민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너무 과거 이야기인가? 그래도 호랑이가 담배 끊은 시절의 이야기니깐 너무 먼 과거의 일은 아니다. 어쩌면 당신의 부모님, 우리의 부모님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알다시피 요즘은 그렇지 않다.

만약, 위에서 언급한 것들을 토대로 요즘 세상에도 결혼은 필수다!! 이런 주장을 한다면, 남녀 커뮤니티 모두에게 좌표로 찍혀 가공할만한 위력의 악플 폭탄을 감당해야만 할 것이다.

그 폭발력의 진동이 지상파 뉴스데스크까지 울린다면, 흐릿한 모자이크와 목소리 변조의 호위 아래 인터뷰 요청까지 받게 될 수 있다.

민심에 역행하는 발언이니 투표로 응징합시다! 까지는 아니더라도. 스스로의 삶 하나 제대로 간수하기도 쉽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입장에선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럼 왜 이토록 사람들은 결혼에 대해 두려워하고 망설이는 걸까.

미혼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결혼을 망설이는 이유 1위는 경제적인 부담감 때문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이 망설이는 이유를 보면 꼭 경제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나 혼자도 잘 산다.'처럼 혼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취미를 비롯한 자유가 좋아서. 혹은 인터넷과 뉴스를 보면 이상한 인간들이 너무 많던데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날 자신이 없어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너무 좋아서. 결혼 후 육아가 부담돼서. 불안정한 미래를 아이에게까지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등 다양한 이유가 우리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한다.

그러다 보니 갈수록 결혼에 신중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런 걱정과 불안은 앞서 언급했듯이 결혼하면 좋은가요? 해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런 질문 못지않'하세요!'' 하지 마세요!!' 강력한 제목으로 관심을 끄는 글들도 많다.


하세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정말 자신의 결혼생활이 너무 행복해서 추천'하는 내돈내산 체험 리뷰어처럼 진심이 묻은 글과 '나만 당할 수 없다! 억울하니까 같이 죽자'가 있다.

반대로 결혼하지 마세요는 앞서 언급한 불안요소들을 근거로 내세운다.

하지만 그 질문과 답변 속에는 현재 사귀는 사람도 없으면서 미리 결혼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사람들도 많다.

 

사실,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고 그 만남의 시간이 숙성되어 결혼의 문턱 앞에서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사귀는 사람도 없는데 미리 결혼에 대해 고민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결혼의 사전적 의미가 '남녀가 정식으로 부부관계를 맺음'이듯이 결혼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은 그 사람이 함께 살고 있는 사람과의 관계에 따라 다르다.

서로 잘 맞는 짝을 만난 사람들은 결혼 후 성격이 더 좋아졌고,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아서 몰랐던 삶의 소소한 행복을 알게 되었다고도 한다. 그런 긍정적인 감정이 결혼 생활에서 나타나는 어려움보다 크다면 결혼의 만족도는 높아진다.  

반대로 자신과 맞지 않은 사람과 사는 사람들은 결혼 생활의 어려움에 비해 부부간의 긍정적인 감정이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자유롭게 혼자 살다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함께하면서 발생하는 현실적 어려움은 그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다. 하지만 모든 감정은 상대적이다. 부정적인 감정보다 긍정적인 감정이 더 크면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버텨볼 만한 에피소드가 되고, 긍정적인 감정이 너무 적으면 어려움이 닥쳤을 때 헤쳐나갈 힘을 잃게 된다.


폭우가 내릴 때의 산사태를 상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아무리 폭우가 쏟아져도 나무의 뿌리가 빽빽하게 흙을 감싸고 있는 산은 끄떡없이 버티지만,  흔한 나무 한그루 없는 민둥산은 쉽게 무너져 내린다.

두 사람 사이의 감정적 유대감은 흙을 강하게 쥐고 있는 나무의 뿌리와 같다.

그러므로 세상의 풍파에 맞서기 위해선 두 사람 사이의 끈끈한 유대감이 필요하다. 그것은 사랑일 수도 있고, 의리일 수도 있고, 말로는 표현하기 모호한 그들만의 어떤 감정일 수도 있다.

결국 나와 맞는 사람과 살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결혼에 대한 추천, 비추천의 위치가 달라진다. 그러므로 결혼 그 자체의 고민보다는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가 더 중요하고, 그 어떤 사람은 제삼자가 평가하는 객관적 기준보다는 '나와 맞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나와 맞는 사람을 찾기 위해선 먼저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상대가 나와 어울리는 사람인지 아닌지 파악할 수 있다.  


나와 상대와의 관계를 전자기기와 충전기에 비유해 보자.  

전자기기는 블루투스 이어폰, ebook리더기처럼 저전력으로 충전되는 기기가 있고, 게이밍 노트북, 전기차처럼 고전력을 필요로 하는 기기가 있다.

만약 고전력을 필요로 하는 노트북에 저전력 충전기를 사용하면 충전속도도 느리고, 노트북이 사용하는 전력에 비해 들어오는 전력이 적어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저전력으로 충전되는 블루투스 이어폰이나 이북리더기 같은 제품에 고전력의 충전기를 사용하면 충전속도는 빠를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제품의 수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람도 그렇다. 내가 만약 노트북 같은 사람인데 블루투스 기기 전용 저전력 충전기 같은 이성을 만나면 당장 연애할 때는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속도가 느려서 좀 답답하긴 하겠지만) 결혼이라는 장기적인 관계에선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그러므로 자신이 어떤 유형의 사람이며, 어떤 순간에 즐거움을 느끼고, 어떤 때 불안함과 슬픔을 느끼는지, 그리고 상대는 자신이 느끼는 그러한 감정에 제대로 연동하는 성향의 사람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예외는 있다. 충전기 중에도 기본적으로 높은 전력을 지원하지만, 충전하는 기기에 맞춰 적절한 전력을 '맞춤 공급'하는 안정적인 충전기가 있듯이, 자신과 완전히 맞지 않더라도 상대가 원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적절히 파악하고 거기에 맞춰 주는 배려심이 풍부한 사람도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무조건 상대에게 맞추기 위한 노력보다는, 그 과정에서 자신도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어야 한다. 상대를 위해 억지로 맞추는 건 단기적으론 아무런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결국 시간이 쌓이면 예상치 못한 다른 문제로 드러날 수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결혼' 그 자체에 대한 고민보다는 자기 자신과 만나는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상대와 내가 무엇이 잘 맞고, 잘 맞지 않는지. 상대와 맞지 않는 부분은 내가 수용할 수 있는 영역인지. 수용할 수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 서로가 만족할만한 차선책에 합의할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자기 고집만 내세울 사람인지가 중요하다.


연애상대와 결혼상대에 관해 어떤 상담자는 이런 답변을 내놓았다.

연예를 할 때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얼마나 잘 충족시켜 주는 사람인가에 초점을 맞춘다면, 결혼 생활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맞춰주는 사람보다, 내가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을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땐 그래도 평생 함께할 사람인데 서로 좋은 것을 많이 나누는 사람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주위의 여러 사례들을 살펴보니 그 상담자의 말에 수긍이 갔다.

결혼한 사람들의 사례를 보면 아무리 궁합이 잘 맞고 깨가 쏟아지던 부부도 결국은 사소한 문제들이 쌓여서 좋은 부분들을 퇴색시켜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면 샤워 후에 뒤처리를 해달라고 백번 말해도 백번 못 들은 척하는 상대라던가, 양말 뒤집어서 세탁기에 넣지 말라고 그렇게 말해도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등의 경우라던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사소한 부분 같다. 하지만 물이 흥건한 욕실과 뒤집어 넣은 양말은 그저 행위에 불과하다. 중요한 건, 자신은 그런 행동이 싫다고 몇 번이나 말했음에도 변함없는 상대의 태도에 있다.

처음에는 왜 양말을 계속 뒤집어! 왜 욕실 뒷정리를 안 해? 지만, 계속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상대는 내 이야기를 듣지 않는 사람. 나와 소통이 안 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굳어져 버린다.

함께 사는 사람이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로 굳어져 버렸을 때 두 사람 사이에는 더 이상 소통의 노력은 사라진다. 어차피 말해봤자 변함없을 사람과 어떤 대화를 하고 싶겠는가.

한 두 번은 어떤 이벤트로 그런 섭섭한 감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 이런 섭섭한 마음은 두 사람 사이의 사랑이 더 커지지 못하도록 가둬버리는 울타리가 된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나는 과연 상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을 들어주고 받아줄 준비가 되어 있는지, 상대 또한 나의 사소해 보이는 불편함을 배려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결혼' 그 자체에 대한 고민보단 '자기 자신'과 '만나는 사람'에 대해 더 많은 에너지를 쏟는 게 훨씬 더 제대로 된 선택과 집중이다.

그런 관점의 변화 없이 오로지 두리뭉실한 '결혼'이라는 화두 그 자체에 대해서만 걱정하는 건 스스로를 고민의 뫼비우스 띠에 밀어 넣는 것과 다름없다.

내가 노트북인지, 블루투스 이어폰이지 먼저 고민해 보자. 그리고 나는 상대에게 알맞은 충전기가 될 수 있는지도.


결혼은 따로 떨어져 있는 객관적인 주제가 아니다.

결혼은 따로 떨어져 있는 객관적인 주제가 아니다.

이 모든 과정의 끝에 결혼이 있고, 이런 과정을 충분히 거쳤다면 '결혼'은 훨씬 더 가벼운 걸음으로 당신에게 먼저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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