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비 Oct 26. 2024

때때로 부리는 사치 한 잔, 프랜차이즈 커피

현장에서 쉬는 시간이 되면 달달한 믹스 커피 한 잔이 생각난다. 담배를 태우면서, 잡담을 나누면서 그냥 있기 어쩐지 심심한 기분일 때가 있다. 그럴 땐 종이컵을 하나 들고 기다린 봉지를 휘휘 저어 조금씩 당분과 카페인을 몸속에 흘려보낸다. 피가 도는 기분이다.


나는 막내 생활을 꽤 오래 했으므로 믹스 커피 타기 하나는 자신이 있다.(그때는 막내가 커피 타는 일이 당연했다고 말하자니 스스로 꼰대 같이 느껴진다. 좀 슬프다.) 때때로 냉커피를 주문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여기에 생각보다 노하우가 필요하다. 무작정 차가운 물에 커피를 타면 당연히 잘 섞이지 않기 때문이다. 커피가 녹을 정도로만 뜨거운 물을 약간 받아 믹스 커피를 탄다. 그 뒤에 각얼음을 3개 정도 넣은 뒤 다시 10회 정도 회전. 종이컵으로 시원한 기운이 느껴질 때쯤 찬 물을 적당량 넣어주면 꽤 괜찮은 냉커피가 나온다.


현장에 커피는 필수품이다. 현장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직장인들에게 커피는 거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아닌가. 기계로 치면 커피는 윤활제 같은 존재다. 일을 하다 뻑뻑해진 머리나 몸뚱이를 제대로 회전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말이다.


커피의 중요도가 점차 올라서는지 최근 우리 자체 탕비실에는 다양한 커피들이 추가되었다. 아메리카노, 스위티 아메리카노, 이상한 향이 나는 커피도 있는데 이름은 잘 모르겠다. 어쨌든 믹스 커피 하나뿐이었던 우리의 티타임은 이전보다 꽤 고급져졌다.


때로 그보다 사치 부리고 싶어질 때가 있다. 이를 테면 프랜차이즈 커피. 그러나 교대 근무자들은 현장을 비울 수가 없다. 식사 시간에도 자리를 비울 수 없어 교대로 도시락을 먹기 때문에 일을 하다 말고 커피를 사러 갈 수가 없다. 때문에 조금 고급진 티타임을 즐기고 싶은 날에는 출근길에 프랜차이즈 커피를 여러 개 사간다.

흔히 볼 수 있는 개당 평균 3~4천 원 정도 하는 대용량 커피지만 현장에서 꽤 기분 낼 수 있다. 하루종일 얼음이 녹지 않는 텀블러를 가져오면 일하는 내내 시원한 커피를 즐길 수도 있다. 나는 이런 소소한 사치가 즐겁다. 

이전 16화 퇴근 후 쓸데없지만 유익한 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