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휴헌 간호윤 Dec 17. 2021

<정글>을 보고

다만 그 기적 같은 사실을 누구나 원한다는 것밖에.


<정글>


실화를 영화로 하였다. 네 명이 정글로 들어가 두 명이 살아남았다. 돌아오지 않은 두 명의 이야기는 모른다. 돌아오지 않았기에 그들의 인생은 그렇게 ‘알 수 없음’으로 끝났다. 


영화는 남은 두 명을 따라잡았다. 정글 속에서 혼자만의 고독, 수많은 환상, 살려는 집념, 그리고 늪에 빠졌을 때 한 줄기의 가녀린 나뭇잎, 그리고 살아있을 것이라고 믿은 한 명의 친구가 줄거리의 전부다. 


이 세상 또한 저 정글과 다를 바 없다. 살아남아야만 인생이 이어지고 각자의 이야기가 남는다. 그러려면 한 줄기 연약한 잎, 그러려면 나를 믿어주는 단 한 사람쯤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한 줄기 잎과 단 한 사람을 만든 게 아니란 점'이다. 잎은 거기에 있었고 내가 딱히 베풀지 않았는 데도 그 사람이 믿어주었다는 기적 같은 사실이다. 오늘 나는 누구에게 '기적 같은 사실'이고 그 누가 나에게 '기적 같은 사실'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 기적 같은 사실을 누구나 원한다는 것밖에.


그렇지 않다면 나의 인생도 그렇게 ‘알 수 없음’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오늘 동창생이라는 망자의 부고를 받았다. 그러나 나는 그가 누구인지를 모른다. 3년 동안 같은 학교를 다녔지만. 망자에게 나는 그렇게 하나의 '정글'이요, '알 수 없음'일 뿐이다. 

       


        <정글> 감독:그렉 맥린/출연:다니엘 래드클리프, 토마스 크레취만, 알렉스 러셀/개봉:2018. 05. 31.



이전 14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