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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헌 간호윤 Dec 30. 2021

고전 선생이 본 <기생충>-그 숙주와 기생충의 역학관계

책상물림의 맹물에 조약돌 삶는 글은 이만 난필 해야겠다.


고전 선생이 본 <기생충>-그 숙주와 기생충의 역학관계


 ‘기생충(寄生蟲, parasite)’은 숙주인 다른 동물체에 붙어서 양분을 빨아먹고사는 벌레이다. 이 기생충을 영화 제목으로 끌어 왔으니,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남에게 덧붙어서 살아가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정도로 해석된다.  


<기생충>에서 숙주 역할을 하는 동익(이선균 분), 연교(조여정 분) 부부에 기생충이 되어버린 기택(송강호 분)과 문광(정은 분) 가족은 모두 열심히 이 세상을 살아내려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가만히 들여다보면 숙주 역할인 동익, 연교 부부 또한 기택과 문광 가족에게 모든 생활을 의존한다. 심지어 아이들의 교육까지 모든 것에서 동익 부부는 기택과 문광에게 의존한다. 그렇다면 누가 숙주이고 누가 기생충인가? 결국 ‘기생충’은 상대적인 호칭이다. 


 <기생충>은 분명 디스토피아(dystopia)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디스토피아를 만든 것은 물질이다. 문제는 지나치게 물질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느낌이다. 물질이 꼭 우리를 암울한 세계로 끌고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은 물질만으로 사는 게 아니다.  


또 빈부의 문제는 어느 시대나 있었고 현재도 있고 앞으로도 변함없다. 동물은 단순히 배고픔을 채우려 먹이만 욕망하지만, 인간은 ‘대상의 욕망’을 욕망하기 때문이다. ‘대상의 욕망’에서 ‘대상’은 우리 인간사회의 모든 욕망 일체이다. 그래 인간은 끝없이 욕망을 좇고 여기에 인간 개개인의 환경 성격 등이 더하여 빈부는 자연스럽게 생기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 물질에 대한 욕망이 빚은 빈부를 어떻게 보는가?’이다. 


나는 전공이 고전문학 전공자이다. 그래 고전에서 그 해답을 구해본다. 『논어』에 보이는 공자와 자공의 대화를 들어 보자. 먼저 자공이 공자에게 빈부에 대해 묻는다.


자공 왈: 가난하면서도 아첨하지 않고 부자이면서도 교만하지 않으면 어떻습니까?(子貢曰 貧而無諂 富而無驕 何如)


그러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공자 왈: 좋구나! 그러나 가난하면서도 이를 즐기고 부자이면서도 예를 좋아함만은 못하구나(子曰 可也 未若貧而樂 富而好禮者也)


 이 대한민국에서 가난 한 자가 가난을 즐거이 받아들이고 부자인 자가 예의를 갖춘다는 것은(적어도 지금까지 사회문화현상으로는)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개인의 상황 따위 등으로 인하여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생기는 것은 도리 없는 현실이다. 결과론적으로 이 빈부 문제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나 한다. 


그러니 빈부 문제를 서로 숙주와 기생의 관계로 볼 게 아니라,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의 관계로 보면 어떻겠는가?’하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부자든 빈자든 서로가 서로를 합리적으로 받아들이고 공존을 모색하게 되지 않을까? 이렇게 되면 기생충 없는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써 놓고 보니, 영 하릴없는 고전 선생이 <기생충>을 보고 써놓은 '무지하고도 소박한(?)' 감상평이 되어버렸다. 정규직이라 하여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이 대한민국이다. 더 이상 책상물림의 맹물에 조약돌 삶는 글은 이만 난필 해야겠다. <기생충>은 이 나라에서 꽤 오랫동안 보고 또 볼 영화가 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기생충> 감독: 봉준호/출연: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개봉:2019. 0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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