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자우선의 법칙
광고 기획자로 일하면서 광고주에게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반응하기 어려운 질문, ‘이거 잘못되면 책임질 수 있어요?’이고, 다른 하나는 기대 섞인 질문, ‘이 광고하면 매출이 얼마나 오를까요?’이다. 광고주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광고는 마케팅 비용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며, 그 비용이 제대로 된 효과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은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는 광고의 역할과 목표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에서 시작된다.
과거에 자동차 브랜드를 담당할 때의 일이다. 브랜드 매니저는 광고 시안을 검토할 때마다 이렇게 묻곤 했다. "이 광고를 내보내면 차량을 몇 대 더 팔 수 있나요?" 난 매번 정확한 숫자를 대답할 수 없었다. 애초에 그런 질문에 정확히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할까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나는 광고주의 이런 고민에 완전히 공감했다. 마케팅 비용의 가장 큰 덩어리를 차지하는 광고를 진행하면서, 매출 상승이라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기대하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명확히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광고 목표와 마케팅 목표는 같은 것이 아니다. 광고 목표는 제품이나 브랜드의 이미지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에 있으며, 마케팅 목표는 궁극적으로 제품 판매, 시장점유율 상승, 고객 충성도 확보 등 구체적이고 수치화할 수 있는 결과에 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현상이 등장한다. 나는 이를 ‘실무자 광고 우선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이 법칙은 간단하다. 현장에서 직접 광고를 진행하는 실무자들은 광고 목표를 우선시한다는 것이다. 왜일까? 바로 그들이 광고의 한계와 가능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판매 수치는 수많은 변수로 결정되는 결과물이다. 광고가 잘되었다고 해도 유통, 가격정책, 경쟁사의 전략, 심지어 계절과 날씨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매출이다. 실무자들은 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건 오히려 광고의 최종 결정을 하는 상위 결정권자들과의 보고 과정에서 일어난다. 광고 캠페인을 보고할 때마다 결정권자들 사이에 서로 다른 세 가지 유형의 반응이 나타난다.
첫 번째 유형은 "기존 광고와 비교하는 유형"이다. 이들은 과거의 성공적 광고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문제는 새로운 캠페인의 목표가 과거와 다를 때 이 접근법은 오해와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이전에 '성공한 사람들의 차'에서 이번에는 '세련된 젊음의 차'로 목표가 바뀌었다면, 평가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기존 잣대를 그대로 들이대면 좋은 광고가 나쁨으로 오해받는 경우가 생긴다. 지속적으로 광고가 진행되는 과정을 모르는 결정권자에게 흔히 생기는 오해이다.
두 번째 유형은 "자신의 소속 부서 입장에서 바라보는 유형"이다. '광고 시사' 자리에서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한다. 마케팅 부서, 디자인 부서, 영업 부서, 홍보 부서 등 각 부서의 관점에서만 보면, 광고는 결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 결국 이런 상황은 "광고의 목표가 명확하게 공유되지 않아서" 벌어지는 일이다. 사실 그분들 입장에는 너무나도 당연한 반응일 수 있다. 문제는 광고대행사의 입장에서 도저히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점이다. 나의 경우엔, 함께 일을 진행했던, 광고주 파트너 실무자, 때로는 담당 임원이 혼란의 극대화를 막아주었다.
마지막 세 번째 유형은 바로 "마케팅 목표로 광고를 평가하는 사람들"이다. 이 유형은 특히 난감하다. 마케팅 목표는 ‘시장점유율 1위’, ‘특정 소비자층 점유율 확대’, ‘재구매율 증가’ 등으로 구체화되는데, 이를 광고 목표로 착각하게 되면 큰 혼선이 빚어진다. 광고는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여 궁극적으로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 직접적으로 판매를 강요하거나 숫자를 보장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유명한 광고인 데이비드 오길비의 말을 떠올려 보자. 그는 말했다, "팔리지 않으면 광고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판매촉진을 말한 것이라고 오해한다. 그러나 오길비의 진짜 메시지는 제품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지, 광고가 직접적인 판매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볼보가 '안전'이라는 이미지를 계속해서 강조하는 이유도, 애플이 'Think Different' 캠페인을 하는 이유도 직접적인 매출 증대보다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런 명확한 이미지가 형성되었을 때 소비자는 브랜드를 선택하고 결국 매출이 따라오는 것이다.
광고는 결국 원하는 이미지를 계속해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 누구에게 보여야 하는지를 정하고 시작하는 게 광고 목표이다. 어떤 광고도 제품 판매를 줄이기 위해서 하는 광고는 없다. 다만, 숫자를 광고목표에 적는 바보 같은 기획이 되지는 말자.
좋은 기획은 광고주의 마케팅 목표를 이해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광고에서 해야 하는 역할을 정의하고 결정한다. 한마디로, 마케팅 목표를 인지하고, 그 안에서 광고목표를 재정의하는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내부에서도 3가지 유형에 따른 오해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우리가 잡아야 하는 소비자는 어떻겠는가? 그래서 정확하게 광고 목표를 인지시키고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광고 목표는 마케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숫자를 목표로 하는 바보 같은 기획이 아니라, 이유를 만드는 현명한 기획자가 되자.
"Advertising doesn't sell products; it sells the reasons to buy them."
"광고는 제품을 팔지 않는다. 광고는 제품을 사게 만드는 이유를 판다"
- Bill Bernbach